■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주 건 일 팀장

 

분쟁, 입주민의 ‘자발적 화해 역량’으로 해결해야

층간소음을 비롯한 이웃 간 분쟁이 폭행, 살인 등으로 비화되는 등 공동주택 입주민 간 분쟁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OECD 34개 국가 중 갈등지수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은 공동주택의 증가와 더불어 이웃 간 단절로 인해 점차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입주민 간 분쟁이 각종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 주민자율적인 대화와 협의, 조정 등 이해와 배려에 기초한 갈등해결 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는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를 찾았다. 
갈등사안을 진단하고 시민의 자발적 화해 역량을 육성, 다양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서울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주건일 팀장에게 이웃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방안을 물었다.


최근 심화되는 공동주택 분쟁 사례와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동체 약화가 가져온 이웃 분쟁의 증폭
최근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폭행, 살인 등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하는 일도 잦다. 부실한 건축도 문제이겠지만 많은 가구가 밀집해 사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구조가 층간소음 외에도 주차시비, 냄새, 애완동물 사육, 관리비 등 이웃 간 부딪힐 일이 많은 것이 이웃 간 분쟁을 야기하는 한 원인이다.
개인 간의 문제 외에도, 혐오기피시설, 공사 소음, 조망권 분쟁 등을 둘러싼 지역 주민 간 대립, 주민과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 사이의 갈등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이웃 간,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 대화나 협의, 조정 등 이해와 배려의 바탕 아래 주민자율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레 협동 정신이나 이웃 간 지혜를 모아 마을의 갈등을 해결해 온 공동체 전통이 약화되고, 아파트의 ‘칸막이’같은 이웃 간 단절과 소외가 보편화한 것이 그 이유다.

이웃분쟁조정센터의 설립 시기와 목적

한국은 OECD 34개 국가 중 갈등지수 2위이고, 갈등관리 능력은 27위에 머문다. 인구대비 소송 건수는 일본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사건을 들고 법원으로 가지만, 소송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이다. 갈등은 일상화돼 있는 반면, 이를 적절하게 풀어 낼 시민주체적인 역량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함을 보여주는 예다. 이런 현실은 사회전체는 물론 시민 개개인의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YMCA는 이런 한국사회를 갈등사회로 진단하고, 갈등사안을 ‘시민의 자발적 화해역량’으로 해결하는 것이 성숙하고 평화로운 시민사회의 관건이라고 봤다. 이렇듯 시민주체적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키우고, 스스로 고기 잡는 어부가 되도록 지원하고,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평화로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아주 오랜 기간 활동해 왔다.
서울YMCA는 1978년 서울YMCA 시민중계실(Citizen’s Mediation Center) 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시민조정센터 개설 이후, 그 안에 갈등예방센터, 이웃분쟁조정센터(Neighbourhood Justice Center, Community Mediation Center)를 둬 시민의 생활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분쟁을 상담, 조정, 중재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센터가 걸어온 길

시민의 숙의와 창의적인 문제해결 역량을 고양하기 위한 시민법정을 시작으로 시민사회 분쟁해결 감수성을 지닌 사람과 모임을 양성하기 위해 평화교육, 예비법조인 대상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 RJ(Restorative Justice)캠프 운영 및 캠프 참여자들이 중심이 된 ‘평화적 갈등해결을 지향하는 법조인 모임’ 지원, 전국조정전문가양성교육, 층간소음 등 이웃분쟁 주민자율조정위원회 구성 지원, 지자체 등 공공갈등 조정 사업, 갈등조정전문가 전국YMCA 협의회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특별히 공동주택과 관련해서는 서울시 주민자율조정마을 1호인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에 구성된 YMCA 주민자율조정위원회 (이웃사랑해) 활동이 있다.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는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실 홍수정 과장과 은평구청 주택과의 이춘희 플래너, 이정우 관리사무소장의 협조를 받아 2013년 3월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330가구, 진관동 소재) 입주민 대상 간담회를 실시하고 주민자율조정위원회 구성 및 주민자율협약 제정 활동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최초의 주민조정위원들에게 (마을공동체의 중요성, 갈등 이해 및 관련 사례에 대한 제반교육, 주민조정위원의 역할과 조정실습, 이웃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주민아이디어 워크숍 등) 워크숍 교육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13년 10월 서울시 지정 주민자율조정 마을 1호로 지정됐으며 제각말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최우수 마을로 선정됐다. 그 후 2014년 7월 실제 조정사례를 다룰 때 필요한 상담과 상담카드 기록, 경미한 층간소음 분쟁에 대한 조정실습 등 심화교육을 이수하며 주민조정위원들은 성장해 왔다.
현재 26명의 제각말 5단지 YMCA 주민자율조정위원들은 ‘이웃사랑해’ 라는 이름으로 주민조정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외 인사하기 캠페인, 소통게시판을 통한 아랫집에 편지쓰기, 나무심기봉사, 도서관지기, 벼룩시장활동, 재능기부 강좌 등 마을공동체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평화의 일꾼(Peace Maker)들이다.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와 서울시는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은평구 갈현동 코오롱하늘채아파트(192가구)와 갈현e편한세상아파트(190가구) 외, 서울시 요청에 의해 25개 자치구에 1개씩 총 25개의 주민자율조정위원회를 조직하는 것을 초기에 컨설팅했고 앞으로도 활동영역을 계속 넓혀 나가며 주민자율조정기구들의 자발적 연대를 넓혀 갈 계획이다.

분쟁의 원인과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파트도 마을이 될 수 있을까?
층간소음 예를 들어보겠다. 아파트가 독립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지붕에 많은 가구가 벽을 나눠 사는 아주 밀착된 공간이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서울YMCA이웃분쟁조정센터가 실시한 ‘아파트 층간소음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을 접하는 입주민 대부분이 참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다 안 되면 관리사무소에 항의하거나 경찰을 동원하는데 그래도 시원치 않으면 격한 감정에 직접 올라가 대화를 하려다 서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중간이란 게 없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법원에 소송을 구하는 것인데 그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데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그 사이 이웃과 관계는 완전히 깨지고 만다. 이런 분쟁의 경우 아파트 외부의 사람들이 개입하면 할수록 문제는 악화될 뿐이고 이런 사안은 조정으로 해결이 불가능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갈등이 커지기 전에 해결하거나 애초에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자율조정기구를 아파트에 만들고 입주민들이 자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친절해지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이제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다. 우리는 아파트에서 이웃을 잊어버렸고 한국 사회의 미덕인 신뢰와 협동, 배려가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잃고 말았다. 이는 마을 공동체가 왕성할 때 ‘충돌을 예방 완충해주는 신뢰’와 위아래로 얽히고설킨 갈등의 실타래를 쉬이 끊지 않고 풀어내는 보다 성숙한 ‘문화를 생산하는 지혜’를 상실한 것이다.
잃어버린 ‘신뢰와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이것만이 층간소음과 이웃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것이라곤 할 수 없다. 아파트가 투명하고 활기 있게 될 수 있도록 주택법도 정비해야 함은 물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마을공동체는 활성화하고 공동주택 건축 기준은 강화해야 하며 갈등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이웃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심리적 돌봄과 상담 활동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 과제는 마을공동체의 힘을 되살리고, 이웃 간 신뢰와 지혜를 회복해 ‘주민 스스로의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본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분쟁조정을 위해 조직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과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에 갈등조정담당관이 생겼다. 많은 나라의 경우 중앙정부에 갈등관리 부서가 있는데 지자체에 갈등조정담당관을 두는 것은 이례적이고 혁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런 서울시의 시도가 잘 안착해서 25개 자치구와 전국의 지자체들에 모델로 확산돼 가면 좋겠다. 그래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에 귀 기울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문화를 배양하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간다면 이 사회가 보다 평화롭고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더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민간에서 애써온 여러 갈등조정 시민 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축적된 활동을 사회적으로 잘 살려주면 좋겠고 그런 시민사회의 자발적 활동들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지원과 거버넌스가 이뤄지게 정책과 활동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

위의 주민자율조정위원회 활동 사례는  미국,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 ‘대안적 분쟁해결법(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과 ‘주민분쟁해결센터법’이 있고,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웃분쟁조정센터(Neighbourhood Justice Center, Com munity Mediation Center)’ 사례를 참조해 한국 실정에 맞게 실행해 본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 총 400여 개의 분쟁조정센터에 훈련된 1만2,000명의 갈등조정전문가들이 이웃 간의 분쟁을 주민자율로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나아가 초등학교부터 공동체, 평화교육, 협상 및 갈등해결 역량 교육을 공교육에 담아 실시하고 있다. 소송비용을 줄임은 물론, 커지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의미가 크다.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는 국내에 적합하게 설계된 ‘이웃분쟁조정센터(Neighbour hood Justice Center, Community Mediation Center)’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제도화되고 사회 저변에서 실용적으로 적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입주민 간의 사소한 다툼이 큰 갈등이 되는 일이 사라지고, 지역사회 갈등은 줄어들고, 소송보다는 대화와 협의를 통한 문제해결이 보편화되고, 우리나라 지역사회가 보다 탄탄해지길 바란다.
이런 맥락에서 이웃분쟁조정센터 활동이 조정 기술자들이 기계적으로 조정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하는 곳인 아닌, 마을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사람들 마음 속 깊이 잠자고 있는 평화를 일깨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는 치유자로서의 활동이 되기를 바라고, 이를 통해 개개인들의 삶이 나아가 한국사회가 보다 평화롭고 굳건해지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다.
부디 YMCA의 활동이 주민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 가는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 다양한 사회갈등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을 통해 사회 변혁과 새문화의 동력을 만드는 중장기적 시민운동, 마을공동체 회복운동, 대안적 분쟁해결 운동의 좋은 씨앗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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