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동주택 관리 지원조례를 통해 경로당, 도로 및 하수도, 보안등, 재난안전시설물, 실외 운동시설 등의 보수공사나 에너지절감시설, 옥외주차장이나 자전거도로, 친환경시설이나 에너지 절약시설의 설치 및 개선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주택에 대한 지원정책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되고, 입주민들이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자체의 지원금이 줄줄 새는 현상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문제다. 물론 자치단체에서는 소관 부서별 현장조사나 지원대상 사업의 적법성, 사업내용 및 사업금액 산정의 적정성 등을 심의해 지원을 결정하고 있다. 사업 추진실적이나 사업비 정산 등을 보고하게 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며, 지원금을 사업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허위로 지원금을 수령한 경우 등은 이를 회수하거나 차기 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을 사용하는 공사에 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부적격 업체의 견적서만 몇 개 제출받아 공사를 맡기는 경우라든가, 자치단체 지원금이 전체 공사금액의 50% 한도에서 지원된다는 점을 악용해 공사업체와 짜고 공사금액을 부풀리는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원금이 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좋은 의도로 도입돼 혈세를 투입하는 제도가 일부 공사업체나 이들과 결탁한 동대표, 관리주체의 배를 불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에서 감독권한을 행사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모든 비리와 편법을 발본색원할 수는 없다.  
이렇게 자치단체 지원금이 줄줄 새는 현상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또 있다. 자치단체 지원금을 사용하는 공사에 대해서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국토교통부의 질의회신 때문이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주택법령에 근거해 관리비 등의 집행을 위한 사업자의 선정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진행되는 공사는 지침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토부 입장이 합당하기는 하다. 이렇다보니 공개경쟁입찰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적격심사나 최저가 낙찰도 적용되지 않는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공사업체가 접근하기 좋다. 입찰과정이나 결과를 입주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돼 입주자들의 건전한 비판이나 감시를 피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히려 입주자들 눈에는 자치단체 지원금을 끌어오지 못하는 동대표나 관리주체는 무능력하게, 필요한 적정비용보다 많은 지원금을 받아오는 동대표나 관리주체는 유능하게 보일 수도 있다.
여하간 이 눈먼 돈을 유치하려는 공동주택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고, 그에 비례해 지원금이 새나가는 것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치단체 지원금의 사용에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적용하게끔만 해도 많은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택법령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 각 자치단체의 공동주택 관리 지원조례에 지원금 사용 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기만 하면 된다. 자치단체의 관리감독도 수월해질 뿐 아니라 입주자들의 감시, 감독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특정 업체와 결탁해 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침으로써 입주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자치단체의 지원금 또한 넓게 보면 우리 입주자들의 재산에서 출연된 것이고, 이를 흥청망청 낭비하는 것 또한 입주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과 동일시할 수 있으니 여기에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적용 못할 이유가 없다.
공공의 자산은 유한하고 필요치 않은 곳에 쓰여지면 정작 필요한 곳에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각 자치단체의 공동주택 관리 지원조례가 조속히 개정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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