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와트마이 주지스님인 ‘라크 링’은 희생자들의 위령재에 고마움을 나타내고, 지구촌 곳곳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태고종 국제구호단체 자비행 실천불자 모임인 ‘나누우리’와 함께 한 이번 행사에 쌀 250포와 세제 250포도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해 자비 나눔을 실천했다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127호로 지정된 태고종 아랫녘수륙재보존회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자비광명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합장한다.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마산의 무학산 서원곡의 초입에 있는 백운사 회주 석봉스님이 회장직을 맡고 있으니 나의 어깨도 덩달아 무겁다.
와트마이사원 입구에서 끈질기게 여행객들의 뒤를 쫓아다니는 아이들은 아직도 이런 참담한 사실을 모르고, 사람이 많이 와 1달러를 자주 외치는 것으로 만족해 하나보다. 와트마이사원 안에도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자비를 외치는 부처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도천을 건너 서방정토에서 그들을 끌어안고 아직도 울고 계실까.
폴 포트의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 루즈가 자행한 20세기 최악의 학살사건 중 하나인 ‘킬링 필드’는 영화화되어 그 처참함에 눈물을 자아내게도 했었지. 우리 아이들은 더 배워야 한다고 학원과 학원을 전전하는데 찬란한 문명이 살아 숨 쉬는 앙코르 제국의 유적지를 장난감으로, 놀이터로 신나게 뛰노는 모습들이 대조적이다. 알량한 판단은 하되 준엄한 심판은 하지 마라. 이국인과 마주치면 검은 눈망울에 웃음이 번지고, 주어도 그만 주지 않아도 그만인 1달러는 행복이어라. 
캄보디아의 마지막 코스인 전신마사지를 살살 받으며 이틀간의 캄보디아 여행을 일기장으로 정리를 해본다. 빈곤과 풍요, 행복과 불행이라는 낱말을 자주 들먹거리는 것도, 생존의 문고리 앞에 얼마나 싸구려이며 부질없는 말인가. 명품이나 명가도 여기서는 그저 지저분한 말일 뿐이다. 하늘만큼 땅만큼 세치 혀로 놀아나는 사랑과 행복이 천리 밖에 있으랴, 만리 밖에 있으랴. 인생에는 생략이 없고, 삶에는 ‘빈 칸’이 없다.
실상에는 행불이, 유무가, 귀천이, 생사가 따로 없는 것을.
안 산다, 안 산다, 의령 소싸움에서 1등한 황소처럼 굳게 입을 다물고 결심을 하면서도 캄보디아의 상황버섯을 사고, 늦은 밤 베트남 하롱베이로 간다.
세계 7대 절경 중의 하나요, 동양의 3대 절경 중의 하나라는 하롱베이. 섬들이 많아 파도가 없고, 갈매기가 없고, 짠내가 없다는 하롱베이.
사람도 너무 아름답고 잘나면 온갖 스캔들이 따라 붙는데 하물며 이 아름다운 자연의 하롱베이가 전설이 없으랴. 이름 자체가 하늘에서 내려온 하룡(下龍)이 아닌가.
적의 침입에 위험해진 베트남을 구하기 위해 어린 용들을 데리고 어미 용이 세상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베트남을 침입한 수많은 적 함대를 무찌르기 위해, 어린 용, 어미용은 하늘에서 급히 내려와 바다에 진주를 내뿜었는데, 이때 용의 입에서 뿜어진 진주들이 바다에 뿌려지자 모두 거대한 산과 섬으로 변해 적 함대들이 이들에 부딪쳐 모두 부서져 버렸다는 것이다. 용이 적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뱉은 3,000개의 여의주가 섬이 되었다는 전설의 하롱베이. 긴 역사만큼이나 3,600여 차례나 적의 침략으로부터도 견디어 낸 건 여의주를 뱉어낸 베트남의 용들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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