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송 창 영 이사장
(재)한국재난안전기술원

 

카트리나 10주년을 기념해 미국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IDCE(International Disaster Con ference & Expo)가 개최된다는 소식은 필자에게 굉장히 흥미를 갖게 했다.
단순히 하나의 자연재해가 아닌 미국의 재난관리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회적 재난으로 평가받는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발생한지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최대 피해지역이었던 뉴올리언스는 어떻게 변했고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미국의 재난에 대한 철학과 정책에서 바뀐 점은 무엇인지 등 평소 궁금했던 갈증들을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됐기 때문이다.
카트리나가 2005년 8월 29일에 루이지애나 주의 남부도시인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강력한 비바람으로 도시를 둘러싼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 전체가 침수돼 1,836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실종자가 생겼으며 재산손실도 81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당시 도시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교통편이 마비돼 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었던 노약자나 빈곤계층으로, 이들은 피난처를 찾아 수퍼돔과 뉴올리언스 시민센터로 모여들었고 그 수는 5만5,0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수용능력을 넘어선 피난처는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마비되면서 제구실을 하지 못했고 의약품 및 구호식품 역시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다음 날 국토안보부는 허리케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지만 CNN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구호품을 받지 못하고 고립돼 죽어가고 있는 장면이 보도됨에 따라 사태의 심각성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고, 늦장 대응을 해 인명피해 및 재난손실을 키웠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 재난관리시스템의 총체적인 실패라는 비난이 폭주했다.
후에 지방정부에서 연방정부까지 모든 단계의 정부조직에 대한 세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검토했다. 22번의 청문회, 83만여 쪽의 보고서, 325명의 증인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과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10월에 포스트-카트리나 재난관리 개혁법이 통과돼 미국의 재난대응 방식을 근원부터 개혁해 나갔다.
현재 세월호 사고를 겪은 우리나라의 모습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직후 미국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개발과 성장을 중시해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 존립의 기본원칙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고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대응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기존의 재난관리조직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온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면밀한 조사과정은 생략한 채 기존의 재난관리조직을 해체하고 선언적으로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간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재난관리의 실패에 대한 반성과 통찰을 위한 컨퍼런스는 여전히 미국 각지에서 왕성하게 열리고 있다고 한다. 재난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재난에 강한 나라는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난안전 선진국으로 만들어 준 원동력은 비극을 그냥 잊지 않고 자꾸 기억해내며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들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자며 망각을 강요하는 듯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카트리나를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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