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층간소음 고민을 해결한 사례를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투고해 방송된 글-

50대 초반이 돼서야 처음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습니다. 새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살 희망에 부풀어 이사를 했는데 그 꿈도 잠시, 층간소음 때문에 오히려 더 괴로운 날들이 많아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집은 11층인데 위층에는 5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삽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잘 뛰어 다니는지 저녁에 들어보면 몇 시간을 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참고 며칠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참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층 아이의 뛰는 소리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층에서 아무 항의도 안하면 위층에서는 오히려 더 편하게 뛰어 다닌다’란 말을 듣긴 했지만 좀 나아지겠지하며 버티는데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더라고요. 새벽 6시면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해 11시가 넘으면 자야 하는데 11시 반, 12시 가까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참으려고 했지만 밤 12시 가까이 돼서 뛰는 것을 아무 제지도 안하는 것은 좀 그런 것 같더라고요.
몇 번 잠을 설치고 화가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저를 아내가 제지했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사람은 똑똑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란 말이 있어. 내가 며칠 후 해결할테니 참아봐”
며칠 참다가 또 저녁 무렵부터 아이가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봐, 아래층 사람들이 한 번도 뭐라고 안하니 이젠 아예 막무가내잖아. 현명하게 빨리 해결해보라고!”
아내는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전화로 따지려는 모양이네….’
그런데 아내가 전화한 곳은 위층이 아니었습니다. “치킨집이죠? 양념반 후라이드반 보내주세요”
“지금 치킨을 왜 시켜?”
“기다려봐. 내가 현명하게 해결한다고 했잖아”
잠시 후 치킨이 배달돼 왔는데 치킨 값을 지불하더니 “죄송하지만 이 치킨 바로 위층에 선물할건데 한 번 더 수고해주시겠어요? 편지를 넣을 테니 위층에 배달 좀 해주세요”
그렇게 치킨이 위층으로 배달이 돼 갔고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 소음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전 하도 궁금해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편지를 뭐라고 썼기에 위층이 예전보다 조용해졌어?”
“우리가 새벽에 출근을 하는 집이다. 그래서 11시 넘으면 자야 하니 낮에는 상관없지만 밤에는 조금만 더 신경 써 달라. 이렇게 썼지!”
“정말 그렇게만 썼어? 그런데도 효과가 아주 좋은데….”
“내가 뭐랬어? 싸우고 이기면 똑똑한 사람이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면 현명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싸우지 않고 내가 이긴 거지. 전에 살던 집 아래층 같이 매일 인터폰하고 싸워봐. 우리도 감정이 상하니 조심한다면서 사실 일부러 별로 안했잖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리고 한 일주일이 흐른 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윗집에서 치킨 한 마리에 생맥주까지 더해서 우리 집으로 배달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래 층 사는 분들의 애로를 좀 더 헤아렸어야 했는데. 지난번 치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건 지난 호의에 대한 답례니 맛있게 드세요. 인생을 사는 지혜를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위층 올림’ 이런 편지와 함께 말입니다.

층간소음문제로 고민하고 싸우는 분들 이런 현명한 방법 한번 안 써보실래요? 밑져야 통닭 한 마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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