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을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로 나눈다면 대한민국은 분명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여러 지표들을 보면 그 ‘잘 사는 나라’들 중에도 중간 이상의 나라다.
‘잘 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한 지도 20년이 다 돼 가고, 올해 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력 순위에서도 당당하게 11위에 올라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1조4,495억달러로 세계 13위권,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불과 6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폐허에서 헤어나지 못한 나라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누가 봐도 부러울만한 최고의 성장력이다.
그런데 며칠 전 귀를 의심할 정도로 정반대의 뉴스가 들려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2014년 세계 웰빙지수에서 145개국 중 한국이 117위에 랭크됐다는 것이다. 웰빙지수란 한마디로 ‘삶의 질 만족도’ 조사 같은 것이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2013년 75위에서 지난해 117위로 무려 42계단이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하수준이다.
지난 수십 년간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보인 나라가 국민 삶의 질 만족도에서는 전쟁 중인 나라들만도 못한 수준을 보이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메르스로 국가적 ‘멘붕’의 지경에 빠지기 시작한 지난 5월 25일 부천에서 세 자매가 자살했다. 33살과 31살인 두 언니는 12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고, 29살의 막내는 목이 졸려 질식사했지만 반항한 흔적이 전혀 없어 자살한 것으로 경찰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남긴 유서에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있어 생활고를 비관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다. 그것도 OECD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세 자매의 동시 자살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일가족의 자살소식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흔한 뉴스’가 돼 버렸다. 2시간에 3명 이상이 자살하고, 매일 40명씩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중산층 가장이 직장을 잃으면 온 가족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젊은이들은 수백번의 시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아르바이트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노인의 고독사가 늘고 자살률 역시 세계 최고다. 가족을 죽이고 스스로를 죽이면서 가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을 해도 사회적 각성은 그때뿐이고 또 다시 경비원과 관리직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삶의 질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면 그게 이상할 노릇 아닌가.
웰빙지수 1위는 파나마, 그 다음이 코스타리카, 푸에르토리코, 스위스 등의 순이다. 상위권을 차지한 나라들은 대부분 낙천적인 남미와 복지시스템이 잘 된 유럽국가들이었다. 반대로 하위권에는 전쟁이나 내정불안과 빈곤 그리고 빈부격차가 큰 나라들로 채워졌다.
대한민국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 재벌의 자식상속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애를 낳지도 못하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종국에는 부자들만 살아 남아서 웰빙지수 1위국이 될 수 있을까?
결코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리 믿는 사람들이 실제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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