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유러피언 거리는 씨엠립 강 주변에 있는 야(夜)시장 한쪽에 형성된 곳으로 많은 외국인들로 붐빈다. 영화 ‘툼레이더’ 촬영을 위해 씨엠립에 머물렀던 배우 안젤리나졸리가 다녀간 레스토랑 ‘레드 피아노(Red Piano)’가 유명하단다.
노천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은 기본이고, 이국의 밤하늘 아래 사랑은 더욱 깊어가는 밤이다. 가이드의 호출로 우리 일행 15명은 숙소를 향하니 오늘 일정은 끝이 난다.
다음날, 새벽 일찍 나 혼자 크메르 호텔을 나와 거리를 거닐어 본다.
여기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할 정도로 대한민국 세종대왕이 만드셨다는 한국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하다.
강남스타일 뷰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대장금, 코리안 레스토랑 나들목, 백반전문 산내들 식당, 돼지갈비전문, 앙코르 병원, ‘블루문 수라상’은 긴 한글이다.
적힌대로 적어본다. ‘저희 수라상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한 서비스, 최고의 재료와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국의 새벽에 여명이 오고 이방인의 발길이 옆을 스쳐도 늙은 개는 쳐다보지도 않고 늦잠을 자고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오토바이, 툭툭이가 하나씩 하나씩 활기를 돋운다. 나그네를 보고 달려오는 오토바이, 툭툭이를 향해 손을 가로로 흔들며 호텔로 돌아와 조식을 한 후 메콩강의 최종 종착지인 동양 최대의 호수라는 톤레샵으로 간다.
 우리나라 봉사단체가 많이 오기도 하는 황토로 도배를 한 물의 나라다. 가지고 간 옷가지와 라면을 건네주고 초승달 같은 쪽배를 타고 수상촌을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유람을 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 비에 젖으며 피는 꽃도 여기서는 사치다.
속으로 운다는 갈대도, 추위에 떠는 겨울나무도 여기서는 귀빈이다.
이 수상촌에서는 아파트의 평수가 적다고, 은행에 예치한 돈이 적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정표 없는 삼거리니, 울고 넘는 박달재도 이곳 수상촌에서는 곡조를 슬프게 하지마라.
인간의 원초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고향이요, 집이 아닌가.
이곳 수상촌의 사람들에게 나는 고향을 묻지 않는다, 당신네의 고향은 베트남이냐고.
톤레샵 호수 위에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별이 반짝거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것으로 행복해 하는 사람들. 넉넉한 햇살이 차라리 뜨거워 바람도 겁을 먹은 톤레샵 호수에,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캄보디아 사람들은 하루 세 끼 굶지 않고 비바람 피할 집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이라 행복지수가 높은가 보다. 비교를 할 줄 몰라 1달러의 작은 행복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
수퍼 리치들이 아기침대를 165억원에 사고, 500만원짜리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의 구찌신발이 54만원이나 하는지를 알면 혹시 이들의 행복지수가 낮아질까.
자살률이다, 이혼율이다, 각종 지표로 보는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혹시 캄보디아보다 못하다면 너무 비교가 많아서이리라.
간디는 말한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라고.
미래학자들이 물질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오늘이지만 지워도 지워지지 않은 허공처럼 버려도 버려지지 않은 이 허욕을, 나는 어찌하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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