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창신두산아파트

 

종로와 동대문 일대는 서울의 민속촌 같은 곳이다.
최첨단 최신식 빌딩들이 거리를 점령하면서 서울의 얼굴을 날렵한 서구식 성형미인으로 바꿔놓았지만 종로와 동대문 일대만큼은 정감 있고 복스러운 한국형 미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네 사람들에게서 ‘서울깍쟁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 퀴즈 하나. 보물1호 동대문(흥인지문)은 서울 어떤 구에 있을까? 당연히 동대문구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정답은 동대문구가 아닌 종로구. 그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동네를 구분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 찾아간 창신동은 종로구 소속인데 위치는 종로구와 동대문구의 경계에 있다. 그렇다보니 입주민들의 생활터전 역시 종로구와 동대문구에 두루 걸쳐있다.

▲ 에너지절약 입주민 교육

 

사통팔달-서울의 역사와 물류의 중심

창신두산아파트는 새로운 천년, 밀레니엄의 희망과 기대가 한창 달아오르던 1999년 4월 30일 입주를 시작했다.
인근에 보물1호 흥인지문이 있고 옛 한양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이 있다. 또 흥인지문에서 시작해 혜화문까지 이어지는 유서깊은 낙산성곽이 길게 뻗어 있다. 길 건너편엔 숭인공원이 있고 옆 동네에 임진왜란의 쓰린 역사를 간직한 동묘공원이 있다. 동묘는 특이하게도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신 사당이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가 참전해 조선을 도운 것은 관우의 음덕을 입은 것이라 해서 명 조정과 장수들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지어졌다. 그래서 평면구성, 지붕구조, 외부마감 등이 우리의 전통건축과는 매우 다른 이색적인 건물이 됐다.

 

▲ 어린이 책 만들기 교실

조금 아래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이 흐르고 낙산공원을 넘으면 마로니에 공원과 창덕궁 종묘 경복궁으로까지 이어진다. 가히 서울의 민속촌에 자리 잡은 명당아파트라 할 만 하다. 최고 23층인 이 아파트는 입주 당시엔 꽤 높은 건축물로 인근 주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김대수 회장은 “서울 강북의 한복판에 위치해 자동차, 지하철, 버스 등이 모든 곳으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여건이 큰 장점이면서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입지여건이 입주민들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자랑한다.
김 회장은 또 “이에 더해 입주민 대부분의 직장과 사업장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도 특별한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인다.
그의 말대로 사통팔달한 북부서울의 한복판답게 주변엔 대한민국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대형 도매시장과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명물로 탄생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고 두타, 밀리오레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 패션시장을 리드하는 종합 패션타운이 조성돼 있다. 이들은 서울을 찾는 타 지역사람들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순례코스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또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돼 문구, 완구, 신발, 애완동물 등을 전국으로 공급하는 재래식 도매물류센터들이 이웃해 있다.
그래서 입주민 대부분이 이들 업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한다. 도매업의 특성상 저녁에 출근해 밤일을 하고 새벽에 퇴근해 한낮까지 잠을 자는 입주민이 많은 것도 이 단지만의 특징이다.

 

▲ 1일 시민시장으로 박원순 시장과 시정 현장을 방문

‘특별시장급 소장’이 관리하는 ‘특별단지’

이렇게 이색적인 단지에 더욱 이례적인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식일정을 하루종일 함께 한 여성이 있었다. 제15대 시민시장으로 선정된 이희순 씨였다. 박원순 시장과 이희순 시민시장은 아침부터 글로벌 채용박람회, 주한 외국인대사관의 날 행사, 김장문화제, 서울-포천시 교류협약 등을 함께 하면서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그 이희순 시민시장이 관리사무소장으로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창신두산아파트.
 이 소장은 지하주차장과 공용시설 전등을 LED로 교체하고 전력소모가 많은 전기난로와 전기 계량기를 도시가스 난로·디지털 계량기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 연평균 4,60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했다. 입주민 99%를 에코마일리지에 가입시키며 에너지 절약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려, 지난 2013년 12월에 에너지절약분야 서울시 우수아파트로 이끌었다. 이듬해 4월엔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향상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에너지 자립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말 부임한 이래 거의 매년 시와 구에서 선정하는 지원사업과 경진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다.

▲ 왼쪽부터 이희순 관리소장, 김봉국 경비반장, 입대의 김대수 회장, 김재여 관리과장, 김금선 경리주임

그간의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이희순 소장은 지난해 서울시 환경상을 수상했고 15대 시민시장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 아파트 신차례 동대표는 “이 소장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관리해줘 입주민 모두가 좋아하는 소장”이라면서 “다른 데로 간다고 할까봐 무서워 꽉 붙잡고 놔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입대의와 관리사무소뿐 아니라 일반 입주민들의 참여도 역시 높다. 관리사무소 앞에 마련된 마을문고는 젊은 엄마들이 주축이 돼 아이들의 독서와 공부를 함께 지도하고 있으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때마다 아나바다장터 및 아이들과 어르신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한겨울 눈이 내리면 너나할 것 없이 장갑을 끼고 나와 삽과 빗자루를 집어 드는 것도 이 단지에서 볼 수 있는 가족적인 옛마을 풍경이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시골마을 같은 사람냄새가 피어나는 곳. 여기는 창신동 두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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