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외로운 것이 섬이기에 섬들은 홀로 있지 않다

설악에 용아(용의 이빨)가 있다면 서해에는 거침없이 바다로 뻗은 백아(상어 이빨)능선이 절경을 이룬 섬. 백아도가 있다. 암릉길을 걸으면 비로소 선경의 초입에 내가 홀로 서 있음이랴.

백아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에서 내려 나래호로 다시 갈아타고 가는 섬의 오지다.
덕적군도에 있는 굴업도, 울도 같은 섬들이 완만한 지형을 보인다면 백아도는 서북쪽에 깎아지른 절벽과 힘차게 뻗어 내린 산세가 다른 섬들과는 다르다.
반대편 경사가 완만한 지형에는 사람들이 틀을 잡고 산비탈에 콩, 보리 등 작은 농사를 짓고 어업으로 생활한다. 섬의 야산에는 방풍, 오가피, 삽주, 취, 더덕 등 육지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약초와 나물이 지천이다. 주민들은 산보다는 아직 바다에 익숙해 먹을 정도만 채취한다. 몇 년 전부터 봄이면 커다란 배낭 가득 나물 채취를 하는 외지인들을 보면서 주민들은 이 섬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제법 북적이던 섬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5가구 정도의 작은 섬마을이다. 아이들의 운동장과 놀이터가 되기도 했던 학교 앞 해안은 썰물 때면 모래가 섞인 단단한 넓은 갯벌이 드러나 그나마 섬이 숨을 쉴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학교는 젊은 사람들이 뭍으로 떠나며 지금은 폐교가 됐다.
백아도는 단순하다. 단순한 만큼 욕심들도 없다. 마을 이름도 보건소가 있어 보건소마을, 발전소가 있었던 곳이라 발전소마을, 남쪽에 있는 바위산은 남쪽에 있어 ‘남봉’이라고 그저 편하게 부른다.

 

▲ 마을전경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해안도로는 잔잔한 파도소리가 절벽에 울려 운치를 더한다. 예전에는 절벽에 막힌 마을과 마을을 배를 타고 다니거나 산을 넘어 다니기도 했을 터이다.
그 옛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배알’이라고 표기돼 있었으나 근래에 들어와 섬의 형태가 흰 상어의 이빨을 닮아 ‘백아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정착했는지는 몰라도 옛 이름도 거의 없고 지명들조차 뚜렷하지 않다.
산에는 소나무가 많이 있지만 연교차가 적고 습윤한 해양성 기후로 남부지방에나 자생하는 큰천남성이 자라고 동백나무숲도 있다.

▲ 백야능선

동백나무는 내륙으로는 전북 선운산까지만 자라지만 섬쪽으로는 백아도와 대청도까지 올라와 자라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한다.
하얀 조립식 건물로 깔끔하게 단장돼 있는 보건소 옆 둔덕에는 데이지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몇 채 안 되는 마을이 그림 같다.
신도 수가 열 명도 안 되는 조그마한 교회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지금은 철수한 파출소 옆 고목과 함께 옛이야기를 만드는 휴식처가 됐다.
2014년 인천시는 태양력, 풍력발전소 설치와 함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탄소제로 섬으로 선정했고, 전기자전거도 10여 대 보급했다.
선착장에서부터 바다를 끼고 마을로 가는 선착장 길과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해안도로를 따라 물그림자 벗 삼아 해변을 걸을 때면 오지에서 느낄 수 있는 한적함의 여유로움을 맛볼 수 있다.
갈매기가 쉬어 가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 해안도로 끝 언덕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백아능선의 암릉길을 걷는 짜릿함은 비로소 선경의 초입에 내가 홀로 서 있음이랴.
외로운 것이 섬이기에 섬들은 홀로 있지 않다.
소사나무 푸른 잎들 사이로 덕적군도의 푸른 섬들이 비경처럼 보이는 백아능선은 섬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여행정보
매해 3월부터 7·8월을 제외하고 예산 소진 시까지 5개면(연평·백령·대청·덕적·자월)을 여행 목적 방문 시 여객선 운임의 50%(보조금 30%, 선사 15%)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덕적도: 쾌속선 스마트호와 코리아나호가 평일 2회(09:00/ 15:00), 주말 4회(08:20/ 09:00/ 13:40/ 16:00) 왕복 운항한다. ※선편 예약-가보고 싶은 섬
*등산로: 선착장-흔들바위-조망대-송신탑-당산-남봉-삼봉-못기미
*민박- 바다사랑(민박, 낚시) 032-834-6306 / 섬마을 민박(010-3758-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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