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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2015. 4. 2.자로 황영철 의원 등 11명의 국회의원이 제안한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공익 대표자의 위촉을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위 개정 법률안은 현행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던 입대의 구성요건을 법률로 상향 규정토록 하면서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지자체 소속 7급 이상 공무원, 법학·경제학·부동산학 등 주택 분야와 관련된 학문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조교수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건축사·공인노무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 또는 판사·검사, 그 밖에 주택관리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으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람 중에서 위촉한 1명을 입대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관리비·사용료·장충금 등을 둘러싼 입대의와 관리주체 등의 부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른 입주자와 사용자의 공동주택 관련 민원 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서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동주택의 체계적인 관리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제안이유다. 아직 국회 소관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사안이므로 실제 개정 법률로 시행될 것인지는 속단하기 이르지만 만약 개정되더라도 그 실효성에는 큰 의문이 든다.
위 개정법률안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취지의 제도는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우선 주택법 시행령 제50조의 2 제3항은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관리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별시·광역시·도 선거관리위원회,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 1명을 공동주택선거관리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5항에서는 공동주택선거관리위원회가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 및 개표 관리 등 선거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 제34조 제3항은 공동주택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때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학식과 사회경험이 풍부한 자(입주자 등과 외부인을 포함) 중에서 위원을 위촉할 수 있으며, 입주자 등은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들은 거의 활용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시장 등이 위촉하고자 할만큼 학식과 사회경험이 풍부한 외부인이 이에 응하기 쉽지 않고 재정적 뒷받침도 모호하며 입주자 등이 관의 과도한 개입으로 판단해 반발이 만만치 않는 등 제반 여건이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모 자치단체에서 직접 입주자들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선거를 추진했다가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민원으로 홍역을 앓은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시장 등이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을 입주자들이 신뢰하지 못해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게다가 외부인을 선거관리위원으로 위촉하거나 공익 대표자로서 입대의에 위촉하는 경우 그 비용은 입주자 등이 부담하게 될 것이 쉽게 예측되는데, 왜 입주민 부담으로 시장 등이 외부인을 위촉하냐는 항의라도 받게 되면 참으로 난감하다. 입주자인 선거관리위원이나 입주자대표에게는 겨우 몇 만원의 출석수당이 주어지는 현실에서 실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비용으로 봉사할 외부 전문가를 물색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활동비를 지급하려면 입주자인 선거관리위원 및 입주자대표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 4인에서 최대 수십명에 이르는 입주자대표 중 겨우 한명의 공익 대표자를 위촉한다고 해 공동주택의 체계적인 관리 및 투명성이 고양될 지도 의문이고, 오히려 낙하산 인사취급이나 당하지 않을는지 걱정이 된다. 현재의 제도하에서도 시장 등은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여러 인허가권 및 지도감독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도 충분한 공동주택 관리 행정을 펼칠 수 있다. 예산과 인력의 투자는 없이 입주자들의 부담 하에 행정에 권한만 더 부여해 현실을 개선해보겠다는 시도는 누누이 지적하지만 탁상공론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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