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김 준 연 여행객원기자
기다림은 설레임이고 희망이다(blog.naver.com/ssolonsun.do)

푸른 바다를 뚫고
거친 남성처럼 우뚝 선
용암섬 우산국은
봄처녀 가슴처럼
짜릿한 울렁임이다

바다는 다 받아주지만 섬은 눈 높은 아가씨처럼 도도하게 튕기기부터 한다.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아무 때나 받아주지 않는 곳이 바로 섬이다. 그래서 더 신비롭게 느껴지고 더 갈망하게 되는데 울릉도, 독도는 더욱 그렇다.
파도가 워낙 거센 곳이라 여객선 결항이 잦아 많은 여행객들을 조바심나게 하고 좌절하게도 한다. 그렇게 도도한 섬 울릉도, 독도를 한번에 제대로 느끼고 왔다.
포항에 KTX가 개통돼 대저투어를 통해 2박 3일 패키지여행으로 썬플라워호를 타고 다녀왔다. 2,300여 톤의 썬플라워호는 포항항을 출발한지 3시간 10분만에 도동항에 도착했다.
파도는 높지 않았지만 너울성 파도로 속이 울렁거려 고속도로를 달리듯 바다여행에도 휴게소에 들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동항에 도착하니 정말 만세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멀미가 힘겨워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갈망했던 울릉도에 도착했다는 마음이 더 컸다.
봄볕 예쁜 도동항에 내리는 여행객들의 들썩임을 보니 세월호 여파로 섬 여행이 많이 위축됐었다는데 새 봄 울릉도의 활기만큼이나 여행 경기도 살아났으면 좋겠다.

울릉도 여행을 안내할 독도여행사 대표의 안내로 렌트카에 짐을 싣고 점심부터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따개비칼국수는 울릉도의 바다 향을 우러낸 듯 녹색국물이라 모두 다 마셨다.
울릉도 여행 2박 3일 동안 많은 곳을 봤지만 몇 곳만 간단히 소개한다.
내수전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풍경과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독도 전망대에서 본 도동항 풍경은 정말 끝내줬다. 반짝이는 초록 잎새들 아래에 펼쳐진 바다풍경이 절경이었다.
내수전전망대 오르는 숲길 동백꽃터널의 동백은 아직도 바닷바람을 이기며 나뭇가지를 타고 놀았다. 체력이 약한 동백은 바닥에 떨어져서도 끝까지 손짓하던데 마음이 짠했다.

거북바위에서 일몰을 봤는데 여느 바다와 다른 느낌이었다. 모래가 전혀 없는 몽돌해변을 넘나드는 파도의 세레나데 속에 장중히 넘어가던 일몰이 가슴까지 붉게 물들였다.
울릉도에 새로 개장한 라페루즈 리조트의 폭신한 잠자리도 좋았고 건강한 아침 조식을 먹었던 미당의 주인도 기억에 남는다.
1년에 50여 회만 허락한다는 우리나라 동해 끝자락 파도들을 뚫고 독도에 발을 내디뎠다.
가슴 찡해지는 뭉클한 느낌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는 우리땅’을 외쳤다.
우리땅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가 자랑스러웠고 그곳에 서식하는 갈매기들도 멋있어 보였다.
저동항 촛대바위에서 본 일출도 기억에 남는다. 숙소에서 여행지기가 렌트카를 몰고 새벽을 달려 만난 저동항 촛대바위의 일출은 끝내줬는데 리조트로 돌아가는 길은 장난 아니었다.
울릉도에서는 티맵도 길을 못찾을 정도로 높은 지형인데도 구불구불 이리저리 길이 많이도 뚫려 있다. 그래서 울릉도에서는 여행사의 안내를 받는 패키지여행이 주를 이루는 듯하다.

2박 3일 여행을 통해 울릉도의 신비로운 풍경을 많이봐서 아쉬움은 없는데 마감시간에 쫓겨 발길을 돌린 관음도가 마음에 걸린다.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 때 여행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데 다시 울릉도를 찾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살림살이 팍팍한 요즘, 지푸라기처럼 메마른 가슴에 울릉도의 진한 바닷향을 선물하자. 그 힘으로 삶 속에서 열정적으로 달리고 따스하게 어울려 보자.
우리땅 독도가 불변이듯 사람의 인연 또한 영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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