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전국 아파트에는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갖고 직을 수행하는 관리소장이 많다. 관리소장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업무에 임하느냐에 따라 입대의 회장과 관리소장의 역할이 크게 차이 난다. 필자는 관리소장이 자신을 ‘아파트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발휘하며 솔선해 업무를 수행해주길 기대하지만 아파트 전문가로서 관리소장의 역할을 넘어서 ‘주인의식’을 갖고 직을 수행하는 경우를 그리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입대의 회장은 아파트에서 발생한 어떤 사안의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 내가 사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고 가장 합리적이면서 입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반면, 관리소장은 어찌하면 좀 더 편하게, 입대의나 입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듣지 않는 방법을 찾아 처리하려고 한다.
지금 한 순간 모면하려고 하는 일들이 오히려 관리소장에 대한 신뢰를 꺾이게 만들고 미래를 내다보고 소신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관리소장에 대한 신뢰를 쌓이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는데 현실은 직업인으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들을 많이 본 것 같아 아쉽다.
관리소장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 일은 전문지식만으로 일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안마다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얽혀 있어 전문지식으로 풀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 일들은 관리소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 있게 처리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데 제대로 일을 판단하고 처리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입대의에서 추진하는 일들은 대다수 입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인 경우가 많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많은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결정한 입대의 의결을 관리소장은 집행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진상 입주민이 반대하고 항의한다고 “저는 잘 모릅니다. 입대의에서 결정한 사항인 걸요”하면서 입대의 결정에 반하는 발언이나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을 할 때는 전문가라기보다는 직업인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 관리소장은 입대의 회장과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할 때 입대의 결정이 빛을 발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쯤은 알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
관리소장이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최적의 판단과 결심을 하는 것은 평소에 훈련돼 있어야 한다. 책을 읽거나 경험을 통해서 평상심을 갖고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을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꼭 자기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매스컴이나 각종 사례를 통해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하는 상황연구를 통해 스스로 판단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역량 개발이 없이 관리소장 직위를 수행하게 되면 매번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해 결국 자기 스스로와 조직을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관리소장이 꾸준히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관리사무소 위상이 흔들리고 입주민들의 민원으로 바람 잘 날이 없게 된다.
입대의나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 일에 관심이 없으면 관리소장은 꿈의 직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직업이다. 반대로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아파트는 관리소장이 아파트를 위해 안 뛰어 다닐 수 없다. 입대의나 입주민들이 개입하지 않아도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쳐 일을 처리하는 관리소장을 많은 아파트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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