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나이 더 먹고 오라” 70대가 60대 폭행. “나이도 어린 게 건방지게 노인정에 드나든다”며 60대 노인을 노인정에서 쫓아낸 70대 노인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중랑구 면목동의 한 노인정에서 김모(67)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나이 더 먹고 오라”고 고함친 뒤 이를 말리는 노인정 회장 최모(87)씨의 가슴을 밀친 혐의로 이모(7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09년 1월 모 일간지에 실린 ‘노인정 폭행사건’의 한 토막이다. 내용만 보면 마치 개그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코미디 같은 사건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지난 2010년 기준 81세다. 남성은 77.6세, 여성이 84.4세로 여성이 남성보다 7년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수명은 조기사망까지 포함된 평균치이기 때문에 실제론 더 오래 산다. 가장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연령대인 ‘최빈사망연령’은 현재 90세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런데 1970년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성이 평균 58.6세, 여성이 65.5세에 불과했다. 20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경제생활이 윤택해지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한국인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요즘 노인정에선 환갑을 넘겨도 ‘어린애’ 취급을 받고, 정식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나이도 대부분 65세로 정해져 있다. 60대 후반의 노인도 노인정에 가면 청소나 식사준비 등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적어도 80은 돼야 비로소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고령화 사회로 더욱 거세게 부채질하는 것 중의 하나는 낮은 출산율이다. 2013년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출산율은 1.19명이다. 한 국가의 인구를 현상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 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취직을 못하고 돈을 못 버니 결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촉진의 악순환을 부추기는 것이다.
지금은 일자리가 모자라 아우성이지만 나중에는 일할 사람이 모자라 노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 광역시의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경험한 어려움은 지난 2009년 건강문제-경제적인 어려움-외로움·소외감-노인복지시설 부족 순이었지만 2013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건강문제-소일거리 없음-직업이 없거나 고용 불안정 순으로 나타나 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10년 동안 2.5배가 증가했다. 2013년 기준 60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8.8%로 2~3명 중 1명 꼴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64세 고용률은 59.1%에 달해 20대 고용률 58.4% 보다 높게 나타났다.
혹자는 이런 통계를 가지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기도 하지만 노인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젊은이들이 가족을 꾸리기에는 턱없이 열악한 일자리들이기 때문에 세대갈등이 아닌 국가의 구조적 문제점이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OECD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는 사실이 사회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도 대한민국이다. 노인층의 자살률 역시 OECD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최다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한국은 가파르게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내미는 명함은 이제 부질없게 느껴진다. ‘사장’이나 ‘이사’는 2~3년이 고작이고, 50대까지 잘 버티고 무사히 정년퇴직 한다 해도 30~40년을 ‘늙은 백수’로 지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주택관리사’는 꽤 매력적인 자격증이다. 건강하고 정신만 맑다면 정년 걱정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맹렬히 달리고 있는 70대 소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젊은 패기에 의한 관리’도 좋지만 ‘노인의 지혜에 의한 관리’ 역시 인정받는다. 고령화 사회의 좋은 해법이다.
주택관리사의 날이 들어 있는 아름다운 봄. 현장의 ‘늙은 소장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봄날은 아직 창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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