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한 아파트 입주민이 방화문 관리소홀로 소방관서에 민원을 제기하고, 소방관서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 처분을 내리자 해당 입주민은 시에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자격정지를 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시는 관리소장에게 1.5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관리비로 과태료를 냈으니 입주민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것이므로 주택법 제57조 제1항 제2호의 자격정지처분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입주자의 주장이었다. 조사한 9개의 방화문 중 1개만 닫혀 있었고, 유사사례에서는 단 한차례도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적이 없었다는 점,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함에도 불과 2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점, 주택관리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사안이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느냐는 점 등에서 이번 자격정지처분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입주자가 관리소장의 자격을 취소 내지 정지해달라고 관할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를 다수 접하고 있다. 주택관리사에게 자격취소는 물론이고 단기의 자격정지처분도 엄청나게 가혹한 결과를 야기한다. 당장 근무하는 단지의 관리소장직을 내려놔야 할 뿐 아니라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은 일자리를 구하는데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의 관리비를 집행하는 관리소장에게 불과 수십만원의 관리비 집행이 잘못됐다 해 자격정지처분을 내리는 현실은 무엇인가 불합리해 보인다. 그중에는 입대의 의결에 따라 단순하게 집행업무만 수행했던 사례도 많은데 정작 의사결정을 했던 입주자대표들에게는 별 불이익이 없음에도 주택관리사에게만 가혹한 처분이 내려진다면 형평에 맞다고 할 수 있겠는가?
위 사안에서 입대의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소방관서나 주택관리사에 자격정지처분을 내린 시 모두 민원에 떠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거에 의해 단체장이 선임되는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민원에 굴복하는 행정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다면 다른 전문가들의 사례는 어떠한가?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협회에 설치된 징계위원회에서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중 하나의 징계를 결정한다. 법무부장관은 변호사가 기소(약식명령이나 과실범은 제외)되거나 징계절차가 개시돼 제명 이상의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경우 법무부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 노무사의 경우에도 고용노동부에 설치된 공인노무사징계위원회에서 등록취소, 3년 이하의 직무정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의 징계를 결정한다. 공인회계사도 독립적인 공인회계사징계위원회에서 등록취소, 2년 이하의 직무정지, 1년 이하의 일부직무정지, 견책의 징계를 결정한다. 주택관리사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전문가 집단의 업무처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올바르게 심사할 수 있고,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받는 징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는 점이 하나다(심지어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협회가 징계를 결정한다). 두 번째로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태료나 견책 등 상응하는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택관리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징계절차에 대한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는 현행 주택법상의 자격취소·정지제도는 단체장의 성향에 좌우되거나 민원에 취약하게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격정지라는 과중한 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과중하거나 잘못된 자격취소나 정지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개인이 시장이나 도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주택관리사 자격취소, 정지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주택관리사 제도의 중요성에 비춰 주택관리사의 배출, 주택관리사협회의 지위와 역할, 주택관리사 공제제도, 주택관리사 자격의 취소·정지를 비롯한 징계절차 및 징계위원회의 구성 등을 담은 주택관리사법을 제정할 시점에 와 있다. 그 전에라도 견책이나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추가하고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는 제도 개선은 매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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