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2>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공기나 물의 중요성은 평소에는 잊고 살기 쉬운데 막상 없거나 적어지면 결정적인 불편이 발생합니다.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 소방, 수도, 난방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건축물은 어느 하나의 기능이라도 정지하거나 작동불량 상태가 되면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복잡한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잊고 조금만 방심하고 돌보지 않으면 큰 불편이 발생합니다. 차량은 5,000㎞마다 엔진오일을 갈아주면서도 아파트의 배관, 승강기, 전기시설, 소방시설 등의 유지보수에 대해서는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차량은 내 것이고 공동주택은 일부만 내 것이라는 생각과 매일 사용하는 차량은 잘못된 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만 건축물의 노후는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 아파트 시설물은 유기체다
아파트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설물들이 있고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시설물 기능이 불량하면 그로 인해 다른 시설물도 영향을 받으며 조금만 늦게 관리해도 문제가 생깁니다. 배관은 필연적으로 녹이 발생하고 식수에 녹물이 나오거나 난방배관이 막혀서 난방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녹 방지제를 주입해야 하는데 새 집이라는 생각으로 방심하다가 녹물이 나오고 나면 이미 배관의 절반은 녹으로 막혀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새 집에서 재건축할 때까지 살겠다는 생각보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이 집은 급격하게 늙어집니다.
주택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집합건물의 관리에는 없는 ‘장기수선계획’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장기수선충당금을 미리 적립해 뒀다가 제때에 고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2. 장기수선 계획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주택법 시행규칙은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을 통해 시설물의 종류를 예시하고 있는데 장기수선계획은 어떤 성질을 갖고 있을까요?
첫째는, 어떤 시설물이 주요시설이냐는 것입니다. 단순한 보수비용의 과다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화재시 대피경로를 알려주는 유도등은 한 개 교체비용이 5,000원 정도나 입주민의 생명과 연관된 주요시설이므로 계획에 포함돼 있습니다.
둘째는, 유지보수, 교체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소유자가 납부합니다. 임차인이 매월 미리 내지만 임대차가 끝나면 소유자로부터 돌려받도록 돼 있으므로 누구 돈으로 보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셋째는, 언제 고칠 것이냐를 결정합니다. 시설물 내구연한에 맞춰 수선시기를 정해 둬 언제 어떤 시설물을 어느 정도 수선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넷째는, 견적서의 기능입니다. 장기수선계획은 단지의 주요 시설물을 보수 교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지를 결정해 장충금의 적립금액을 결정하는 견적서의 기능이 있는데 장기수선계획의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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