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순수한 대통령제에 가까운 통치구조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의원내각제와 달리 행정각부 장관이나 국무위원이 반드시 국회의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를 원활히 한다거나 해당 부처 업무에 탁월한 역량을 가졌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장관이나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더해 정치적 목적으로 국회의원을 국무위원, 특히 총리로 임명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는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인사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하리라거나 국정현안질의 등 국회의 정부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인사청문 대상인 국무위원 후보에 대해 같은 국회의원들이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동료 의원이 국무위원으로서의 업무수행을 잘해야 앞으로도 의원들의 국무위원 발탁이 지속되리라는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더욱 심해지는 이런 현상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거나 우리가 남이가라는 의식이 정치권에 투영된 것이다. 
최근 법제처에서는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의 부과 등 회계관계업무와 관리업무 전반에 대한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하도록 한 주택법령의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이나 관리규약으로도 감사의 업무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주택법이 감사제도를 두고 부정한 회계처리 등으로 인한 입주민의 피해를 방지함으로써 공동주택의 건전한 관리와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감안한 것이다. 반면 관리규약에 감사로 하여금 감사시기·감사대상·감사자료 등의 구체적인 감사계획서를 입대의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조항은 감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 규정이므로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감사의 독립성 보장과 입대의 업무 및 감사의 효율성이라는 충돌하는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한 고심이 읽혀진다. 그런데 이 같은 방법으로 감사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해준다고 해 감사제도를 둔 취지가 온전히 달성될 수 있을까? 보다 근원적인 공동주택 감사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현행 주택법령에 따르면 감사는 동별 대표자 중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감사는 입대의 구성원인 동별 대표자로서 입대의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한편, 입대의 및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해야 할 의무도 함께 부여받고 있다. 자신이 참여한 입대의 의결이나 이를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관리주체의 업무에 관해 감사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감사가 다수의 동별 대표자들과 뜻을 함께 한 사안이라면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소수 의견을 피력한 건에 대한 감사는 관리업무에 대한 발목잡기로 인식되기 십상일 뿐더러 다수 동별 대표자 및 관리주체의 비협조로 실효성있는 감사가 어려운 구도다. 내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로 주택법은 의무적 외부회계감사를 도입했는데 이 또한 비용상 문제가 불거져 전국의 아파트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는 입대의 참관 및 발언기회만 보장받으면 충분하지 반드시 동별 대표자일 필요는 없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상관없이 동별 대표자와 별도로 입주자 중에서 감사를 선출하는 것이 어려울 것도 없다. 단지의 규모가 크거나 감사업무가 방대할 경우 국토교통부는 감사가 입대의 임원의 보조를 받아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질의회신을 했다. 감사의 독립성 측면에서 보면 이와 같은 방법보다는 복수의 감사위원을 선출하고 그 중 감사위원장을 호선함으로써 다수의 감사인원이 감사를 실시하는 편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이러한 감사위원제도를 도입하려면 감사와 동별 대표자 자격을 겸임해야 하는 족쇄가 풀려야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대의기관이나 집행부와는 별도로 감사선출제도를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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