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25)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입대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호의적인 입주민이 늘 호의적이지 않다’는 입주민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타 아파트에 살 때 경비원들이 치우다 힘에 부쳐 치우지 못한 눈이 아파트 한 쪽에 쌓여 있던 것을 목격했던 터라 입주 후 맞은 첫 겨울이 되면서 ‘입주민들이 참여해 눈을 치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눈 치우기 동참을 촉구했다. 제설작업에 30여 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 본인 차로 면사무소까지 가서 염화칼슘을 얻어 와 제설작업에 쓰라고 주는 입주민이 있어 “아파트 일에 상당히 호의적이고 협조적인 입주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후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가 주차위반 스티커를 부착했다고 관리소장에게 행패를 부린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욕하고 밀치고…. 이런 몰상식한 사람이 입주민이라는 것이 부끄럽네요” 그리고 이 글에 비난의 댓글이 달렸고 사실이라면 엄연한 업무방해와 폭행죄에 해당되기에 글을 올린 입주민, 관리소장,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니 폭행이 사실이었고 그 입주민이 제설작업에서 염화칼슘을 얻어오며 적극적으로 참여한 입주민이었다.
카페 글에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입주민이 폭력으로 대응하면 그 누구도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임시회의를 소집해 자초지종을 파악,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식 대응하겠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아파트가 돼야 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열심히 일해 온 소장의 상실감이 클 테니 많은 위로와 격려 바랍니다. 전치 3주 진단이 나올 정도랍니다”라고 댓글을 썼다.
그 후 관리소장이 입원을 하고 폭행죄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쌍방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계속 근무를 해야 하는 관리소장 입장에서 합의하지 않고 사건을 확대시킬 수는 없는 듯 했고 쌍방의 원만한 합의로 사건이 종결됐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가평경찰서에서 소환장이 날아왔다. 폭행의 당사자인 입주민이 카페에 글을 올린 입주민과 입대의 회장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그 입주민은 내게 ‘저 비록 서울에서 사업하지만 청평 토박이입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이기적이고 초법적인 행태 용납 안합니다. 남의 동네에서 불협화음 일으킨 책임 감수하시죠’라며 문자를 보내왔다. ‘방귀 낀 놈이 성 낸다’더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단 경찰조사에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제목 : 관리소장 폭행사건에 대한 명예훼손 건에 대한 답변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주택법 시행령 제51조 제1항, 제2항): 입대의는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공동주택 입주자의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의 보수대체 및 개량, 입주자 상호 간에 이해가 상반되는 사항의 조정, 기타 관리규약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 결정한다
<중략>
-관리소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입대의 회장으로서 관리소장 폭행에 따른 후속조치로 당연히 해야 할 조치이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코멘트였다고 생각됨.
-아파트 입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익에 부합되는 합당한 행위였다고 생각됨.
-허위사실을 적시한 적도 없고 폭행사건에 대한 입주민 중 목격자 2인의 진술(첨부 진술서 참조)과 폭행 피해자인 관리소장의 진술을 보면 폭행당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봄.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입주민 간 화합을 저해하는 폭력사건을 일으킨게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고소를 남발해 공권력을 남용한 고소인은 엄연히 무고죄가 있다고 판단되니 수사기관에서 명명백백하게 수사해주기 바랍니다.

 

경찰조사 시 이 답변서를 제출해 수사를 받았고 그 후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호의적인 입주민이 늘 호의적이지 않다’는 새로운 교훈을 얻었고 입주민에 대한 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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