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 칼럼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간 주택정책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주택 거래 시장을 정상화시켜 내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전세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실패를 비롯해 대표적 주택 공약인 ‘행복주택’ 추진도 삐걱거림으로써 서민 주거난 완화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것이다.
먼저 주택시장 활성화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해 7월 24일에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에 이어 9월 11일에 내놓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 등의 정부 조치에 따른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매매가격 회복세와 주택 거래량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주택 거래량의 증가와 집값 회복은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인한 하우스푸어 양산을 막고 거래 중단으로 인한 ‘자금 경색형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크게 줄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주택 투기가 만연하던 시절 도입됐던 낡은 규제에 대한 개혁 정책도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주거복지 정책인 행복주택을 비롯해 서민 주거난 완화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은 주택 거래 시장 정상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2013년 5월 발표된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서울 목동, 오류, 가좌, 공릉, 송파, 잠실, 경기 고잔) 가운데 4곳은 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갈등이 촉발되면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좋은 상품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숫자(공급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다양한 공급 방안을 마련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서민 주거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전·월세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주택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만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사철을 맞아 전세 물량의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마구 치솟아 ‘고삐 풀린 미친 전세값’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월세시장 불안은 저금리, 저성장 기조 등 임차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항변하지만 왠지 궁색해 보인다. 정부가 보증부 월세 가구 지원 강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버팀목 대출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서민 주거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획기적인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서민 주거안정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탓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서민 주거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은 이미 고착화된 양극화·저출산·고령화 외에도 3포세대에 이은 5포세대의 증가와 각종 푸어족, 중산층의 몰락, 저성장, 저소득 등 사회 구조적 변화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가족과 핵가족에 이어 ‘제3의 가족’이라 불리는 ‘1인 가구 시대’의 도래는 주거난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201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인구는 약 4,500만명으로 추산된다. 만약 이들 모두가 내 집 갖기를 원한다면 4,500만호의 집이 필요하고 2인 가구를 구성해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2,250만호의 집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만 탓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임대 소형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한편 기존 아파트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 수명을 최대한으로 연장시키면 가능하다. 선진외국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은 보통 80~100년 많게는 130년까지 지속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0년인 재건축 연한마저도 30년으로 단축시켰다. 물론 애초부터 워낙 부실하게 지어 구조적 결함이 있는 열악한 공동주택은 하루라도 빨리 헐고 다시 짓는 게 맞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 기존 아파트의 경우 관리에 대한 공공성의 제고 및 공적 개입의 강화 그리고 국가사무를 위임받아 공익·공공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가공인 전문관리 자격사에 대한 육성·지원 방안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가 자격사에 의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문관리는 ‘제2의 건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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