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역사와 문화, 지붕 없는 박물관

 

992년간 신라의 서울이었던 천년수도. 예로부터 ‘서라벌’이라고 불려온 경주의 역사는 곧 천년왕국 신라의 역사다. 불교와 과학, 신라인의 예술이 꽃 피운 가장 찬란했던 고대문화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케 해준 화랑도의 높은 기상, 이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의 고장 경주는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다.
천년을 흐르는 신라의 푸른 숨결 ‘지붕 없는 박물관’인 경주를 제대로 답사하려는 한 달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그만큼 처처가 문화 유물 자체일 정도로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이라 2박 3일 또는 3박4일 정도로는 그저 흉내내기조차 바쁠 뿐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찌 하겠는가. 그렇게해서라도 찬란한 신라문화를 엿볼 수만 있다면….
경주를 가보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필자도 신혼여행을 비롯해 여러 번 경주를 찾았지만 그때는 관광이 목적이었으나 이번에는 답사가 목적이기에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측면으로 느끼고 상상하고 관찰해야 할 것이다.

◈경주박물관
경주답사에서 가장 먼저 다녀와야 할 곳은 국립경주박물관이다. 어떤 이는 박물관은 딴 곳에도 있으므로 긴 시간을 박물관에서 보내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인식으로 경주박물관에 진열된 유물은 다른 박물관에는 없는 것들이다. 특히 박물관은 사회 교육 내지 역사 교육관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어 체계적으로 진열된 전시장 동선을 따라 관람하고 나면 경주와 신라문화의 윤곽을 대충이나마 잡을 수 있게 된다. 하루 한나절이 걸릴지라도 답사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박물관 별관에는 안압지 출도 유물전시관과 천마총 유물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고 정원에는 에밀레종과 고선사 터의 삼층석탑 같은 국보 중의 국보가 보관·전시돼 있다. 실제로 경주박물관 정원을 한바퀴 돌며 석조물 잔편들을 관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답사여행이 될 것이다.
 

◈범종이란?
종은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들을 모을 때 그리고 의식을 거행할 때 쓰였다. 특별히 절에 있는 종은 불교를 의미하는‘범(梵)’자를 붙여 범종이라고 부른다. 범종소리는 부처님의 말씀에 비유되기도 하며 이 소리를 듣게 되면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던 중생까지도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이 종은 우리들에게는 ‘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종을 만들 때 어린 아이를 집어넣어 만들었는데 종을 칠 때 나는 소리가 마치 아이가 그 어미를 부르는 소리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이야기는 신라의 전설이 망라돼 있는 조선 후기 읍지인 ‘동경 잡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 1920년대 종을 보다 신비롭게 보이도록 지어진 이야기로 생각된다. 실제로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펼친 결과 사람 뼈를 이루는 성분인 인(P)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아름다운 종의 형태와 무늬, 심금을 울리는 종소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종 한가운데 손잡이 달린 향로를 들고 있는 비천의 모습은 성덕대왕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염원하는 듯하다.

에밀레종
서라벌을/ 깨우는 종소리// 넘치는 듯 부족한 듯/ 높은 듯 낮은 듯/ 기쁜 듯 슬픈 듯/ 고운 듯 미운 듯// 천년을 깨우는/ 푸른 종소리// 에밀레 에밀레/ 에밀레 에밀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둥근 종소리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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