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메인밸브 잠금 여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열판 교체작업 지시한 세관 업체 안전관리책임자 과실과
메인밸브 잠금 재확인하다 실수로 열리게 한 설비과장 과실 인정

 

지역난방을 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S아파트의 지하 3층 보일러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8개월 전 이곳에서는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판형 열교환기 화학세관작업이 진행됐다. 세관공사를 맡은 S사 소속 상무는 작업을 실시하기 전 아파트 관리사무소 설비과장에게 단지 도로가에 있는 메인밸브를 잠가달라고 요청했고 설비과장은 관리직원들에게 이를 지시했다.
이후 메인밸브를 잠근 것으로 안 상무는 소속 직원들에게 열판 교체작업을 지시했으나 갑자기 고온수가 배관에서 분출해 작업을 하던 세관업체 직원 L씨가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L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열탕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인해 안전관리책임자였던 세관업체 상무는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메인밸브의 잠금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작업을 지시한 과실로, 아파트 설비과장은 세관업체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피지 않고 메인밸브를 왼쪽으로 돌려 메인밸브를 열려지게 한 과실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13년 11월 1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으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자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는 1심 판결을 파기해 세관업체 상무에 대해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관리사무소 설비과장은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세관업체 S사 상무는 “설비과장으로부터 단지 도로상의 메인밸브가 잠겼다는 답변을 듣고 압력게이지가 ‘0’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후 작업을 했다”며 “설비과장은 S사 직원들이 열교환기 분해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상황에서 메인밸브를 잘못 조작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설비과장의 과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설비과장은 “보일러실 열교환기 세관작업 과정에서 밸브를 잠가 중온수를 차단하는 업무는 전문업체인 S사 고유 업무이고 상무가 보일러실 천장에 설치된 밸브의 작동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메인밸브를 잠가달라고 요청해 우연히 메인밸브를 조작하게 됐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부(재판장 한정훈 부장판사)는 세관업체 상무에 대해 메인밸브가 제대로 잠겨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소속 직원에게 작업을 지시한 과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상무로부터 메인밸브 잠금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설비과장이 관리직원들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는 않았고 상무에게 메인밸브를 잠갔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 설비과장이 부하직원들로부터 메인밸브 잠금 여부를 듣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상무에게 메인밸브가 잠겼다는 거짓말 혹은 잠겼을 것이라는 추측을 말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해서다.
아울러 재판부는 “메인밸브의 1차적인 관리주체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메인밸브의 조작핸들을 인수해 기계실 누수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메인밸브를 조작하고 있으며, 그동안 S사와 세관작업을 해오면서 이전에도 설비과장에게 메인밸브를 잠가달라고 요청해 설비과장이 메인밸브를 잠근 적이 있다”며 “사고발생 당시 메인밸브의 조작은 설비과장의 지배하에 있었으므로 설비과장에게는 메인밸브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설비과장이 ‘메인밸브 조작 핸들을 흔들어 돌리는 과정에서 뜨거운 물이 새는 소리가 나서 얼른 다시 잠갔다’는 취지로 경찰조사과정에서 진술한 점으로 봤을 때 설비과장은 메인밸브를 조작할 당시 세관업체 직원들이 보일러실 열판 분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설비과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세관업체 상무가 메인밸브 잠금 여부를 설비과장으로부터 최종 확인하지 않은 채 직원에게 작업을 지시했으나 압력계 수치가 0으로 되는 것을 확인한 후였고 설비과장도 메인밸브가 잠겼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메인밸브를 열게 된 점, S사와 상무가 유족에게 위로금으로 약 4,500만원을 지급했고 상무와 설비과장이 손해배상금으로 유족에게 각각 6,000만원과 3,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감안해 원심보다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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