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연 여행객원기자
기다림은 설레임이고 희망이다(blog.naver.com/ssolonsun.do)

바쁜 세상, 네모난 공간.
정형화된 공간에서 시간을 쫓는 사람들.
추억을 더듬으며 현재를 헤매는 생각은
조금의 여유도 없는 듯...
가끔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찾아 보자.

 

전주는 900년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왕조 500년을 꽃 피운 탯자리로 두 개의 왕조를 꽃 피운 역사의 중심지였다. 지나온 천년 역사의 저력만큼 전주는 전통생활양식의 근간인 한옥, 한식, 한지, 판소리 등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담고 있는 도시다.
맛과 멋의 도시 전주의 핫 한 여행지는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마을이다. 넓게 모여 앉은 한옥생활의 넉넉함과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 공간배치의 지혜가 담겨져 있어 지난 시간을 더듬는 가족여행지로 적합하다.
요즘에는 한옥마을의 인기에 편승해 다양한 길거리 음식점과 빵집,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데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성곽을 허물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 상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풍남동과 교동에 한옥을 짓기 시작하며 형성된 곳으로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멋은 무엇보다도 한옥의 아름다운 지붕선에 있다. 지붕자락이 살짝 하늘로 향해 있는 것이 한옥의 특징이고 멋인데 그 멋스러운 지붕을 내려다 보려면 오목대로 오르는 전망대를 찾아야 한다.
오목대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 말에 왜구를 정벌하고 승전고를 올리고 개경으로 돌아갈 때 대풍가를 부르며 승전잔치를 베푼 곳이다. 바로 오목대에 오르는 중턱의 전망대에 서면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퍼즐처럼 맞춰진 네모난 까만 기왓장들이 여유로운 곡선미 속에 편안하게 안겨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여유로운 지붕선을 가슴에 담고 오목대를 지나 길 하나를 건너면 자만벽화마을과 전주향교로 이어진다.
산비탈에 자리한 달동네의 서민적인 담벼락에 만화 캐릭터들이 원색으로 살고 있다.

가을이면 노오란 물감으로 수영을 해도 좋을 만큼 예쁜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전주향교를 지나 한옥마을 오면 누구나 하나쯤 먹게 되는 꼬치구이를 들고 전동성당으로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음식점마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전주의 맛을 느끼기에는 많은 인내도 필요하다. 전주한옥마을을 여행하면 모두가 들리는 곳이 바로 전동성당과 경기전이다.
여행객이 얼마나 많은지 전동성당 전면에는 사진 찍기도 어려워 여유로운 뒤편에서 담았다. 한 장의 사진을 담기 위해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잠깐 여유도 즐겼다.
경기전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보고 전주사고에 들러 조선의 역사를 더듬으면 된다.

최명희 문학관과 조선의 마지막황손 이석님이 기거하는 승광재까지 걷다보면 전주한옥마을의 여유로운 담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아날로그적인 흐름의 공간인 한옥마을에도 디지털 시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먹방코스로 전주한옥마을이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여행사 셔틀버스가 운행해서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나도 셔틀버스를 이용했는데 전주를 떠나오기 전에 한옥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생각했다.
이렇게 여유롭고 편안한 한옥마을을 잘 보존해야 할 텐데….
아날로그 공간을 제대로 느끼기에 전주한옥마을은 많이 복잡했다.

전주한옥마을  tour.jeonju.go.kr/index.sko
카페 전망   www.jeonmang.com / ☎ 063-231-6106
다투어   www.datour.co.kr / ☎ 1544-7612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