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리사무소장이다(32)

<작은 이득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만 큰 이득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마련>

바둑은 예전에는 사람이 만나야 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시공을 초월해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참 좋은 취미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얘기할 만큼 좋은 말들이 많이 있어 이를 통해 관리사무소 업무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격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위기십결(圍棋十決)은 바둑을 둘 때 마음자세에 대한 열 가지의 가르침이다. 이 위기십결을 관리사무소장이 근무할 때의 마음자세에 대해 적용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한번 꿰어 맞춰 봤다. 필자가 워낙 하수이다 보니 이해부족과 투박한 표현으로 다소 억지스럽겠지만 가볍게 읽어보기 바란다.

1. 부득탐승 (不得貪勝)
승리를 지나치게 탐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꼭 이겨야 한다고 조바심을 하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무리수를 두기 쉽게 되며 이는 승리보다는 패배로 귀결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동대표나 입주민 또는 직원을 상대함에 있어 그들보다 우위에 서는데 연연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무리가 따르게 되지 않나 싶다. 모나지 않고 물 흐르듯 유연한 사고와 처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입계의완 (入界誼緩)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는 천천히 행동하라는 가르침이다. 서둘러 내 의중을 드러내서 곤경에 처하기보다 먼저 입주자나 입대의 입장을 들어보고 타협과 절충점을 잘 만들어가는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가 얘기를 마치기 전에 잘라버리고 지레짐작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본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서둘러서 좋은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여겨진다.

3. 공피고아 (攻彼顧我)
상대를 공격하고자 할 때는 먼저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얘기이다. 싸움을 할 때는 상대와 나의 전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기본자세이다. 동대표나 입주민 혹은 직원들의 약점을 잡아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곤 하나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상대의 약점을 잡으려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약점을 잡히지 말아야하는 것이라고 본다. 평소에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4. 기자쟁선 (棄子爭先)
선수란 주도권을 의미하고 돌 몇 점을 희생시키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바둑에는 요석과 폐석이라는 것이 있다. 임무를 마친 돌은 덩치가 커도 가치가 적다고 보고 이를 폐석이라 한다. 반면에 비록 한 점이라도 상대방을 끊고 있는 돌이라든가 생사에 관계된 돌은 요석이라 한다. 같은 관리사무소의 일이라 해도 모든 일이 중요도가 같은 것은 아니다. 또 한번 공을 세웠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도 아니다. 상품에는 유통기간이 있듯이 모든 일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예전에 내가 한일이 있는데…”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리사무소 일은 실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명분이고 명분을 얻고 유지하는 것이 바둑에서 말하는 ‘선수’에 해당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를 위해 관리사무소장은 진정성과 성실함이 필요하고, 진정성과 성실성은 업무를 함에 있어 명분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빈도를 늘려준다고 생각한다.

5. 사소취대 (捨小取大)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얘기로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처신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하다보면 오히려 소탐대실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여긴다. 대체로 작은 이득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만 큰 이득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데 매달리면 정작 큰 것을 잃기 쉽다. 항상 양심에 비춰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싶다. 

6. 봉위수기 (逢危須棄)
위기에 처할 경우에는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모든 일을 언제나 잘 할 수만 없다. 때에 따라 실수도 하고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럴 때 본인의 실수나 잘못을 은폐하거나 핑계를 대다보면 훨씬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거짓이 더 큰 거짓을 낳고, 작은 실수를 덮으려다가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만들어 놓는 경우를 볼 때도 있다. 작은 손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구차한 변명보다 잘못은 깨끗이 인정하고 빨리 시정해야 만회의 기회도 오게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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