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관리비 비리 관련 분쟁해소, 불합리한 관리비 처리 관행 척결 등을 목적으로 2013년 12월 24일 주택법에 신설된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제도가 약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된다. 즉,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원칙적으로 매년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입대의가 선정하되 외부회계감사를 받은 관리주체는 감사보고서 등 회계감사결과를 입대의에 보고해야 하며 단지 인터넷 홈페이지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원활한 외부회계감사를 위해 관리주체에게는 감사인의 자료 열람·등사·제출 요구 또는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는 행위나 감사인에게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부과된다. 회계감사 결과를 보고·공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공개한 관리주체에게는 500만원 이하, 회계감사를 받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는 경우 및 감사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한 관리주체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외부회계감사제도는 양날의 칼이다. 제도 도입 취지와 같이 잘 시행되면 공동주택 관리비 관련 비리가 사라지고 투명한 관리행정이 이뤄질 수 있다. 새는 관리비가 잡히면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도 자연스레 절감되고 관리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개선될 것이다. 반면 외부회계감사가 겉치레, 요식행위에 그치게 되면 관리비 회계처리상 잘못에 면죄부를 주고 필요치 않은 비용지출을 지속적으로 유발하게 되며, 입주자들 간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은 외부회계감사제도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을 앞서게 한다. 관리비 집행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으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로 이뤄지는 1년분의 회계흐름을 철저히 따지자면 외부감사를 수행하는 공인회계사로 하여금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필자는 분쟁이 심한 공동주택에서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한 사례를 여러 차례 목도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감사비용이 지나치게 헐값이었다는 것이다. 불과 몇 십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을 넘지 않는, 평균 200만원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맡기더라는 것이다. 향후 입찰을 통해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것이 불 보듯 뻔한 현실에서 외부회계감사비용은 이보다 적어지면 적어졌지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비용이라면 전표, 통장, 장부 등이 서로 불합치하지는 않는지, 현금흐름은 증빙에 부합하는지를 하루, 이틀에 걸쳐 확인하는 최소한의 감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수준의 외부감사라면 공동주택에는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공인회계사에게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기능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외부회계감사를 시행하기 위해 적정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는 관리비로 입주자들에게 부담지워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의 시행이 두려워 경비원도 감축하는 아파트의 현실,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받는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대가를 지불하는데 익숙치 않은 국민정서 등이 문제다. 헐값에 겉핥기식으로 이뤄지는 외부회계감사는 외부회계감사제도의 존립기반을 흔들 것이다.
1년마다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하되 그 비용은 입주자들이 부담하라면서 관은 아무런 역할이나 지원도 없는 제도의 신설, 이러 저러한 규제, 늘어만 가는 처벌규정으로 과연 공동주택 관리업무의 선진화·투명화가 가능할까? 정부의 노력은 두 가지 잣대로 평가해보면 정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바로 예산과 인력이다.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제도에는 어느 하나도 반영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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