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채이월드(myknight86.blog.me)

 

비릿한 바닷바람에
흩날리듯 떨어지는
염부의 땀방울은
변산반도의 청정 바다와 만나
고운빛 영롱한 천일염으로
다시 태어난다
햇살에 반짝이는
우윳빛 소금 알갱이는
황홀하고 아찔하기 그지없다

 

약 44만6,281㎡ 규모의 곰소염전은 바다에서 살짝 떨어진 곰소만 안쪽에 자리한다.
소금을 만들었던 시기인 1946년에 지어진 낡고 오래된 앉은뱅이 소금창고에는 그득그득 소금이 들어찬다. 조선시대 ‘만기요람’에 따르면 곰소는 전통 소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그 유명세에 힘입어 조선 초기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발전했다.
현재는 전국 생산 면적의 1%가량을 차지하는 작은 규모로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지만 그 품질만큼은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다.
곰소 천일염은 간수 농도를 25~27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염화마그네슘 함량이 적고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해수를 태양열로 증발·건조시켜 쓴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곳 곰소 천일염을 궁에까지 진상했을 정도라고 하니 규모는 줄었을지언정 품질만큼은 예전의 명성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소금을 만드는 시기는 3월 말부터 10월까지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염전에 물을 대고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 모아 걷어 들이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겨울 곰소에 갈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안은 어느 곳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여행지다. 백합탕과 바지락죽, 곰소의 젓갈정식과 꽃게장, 계절 별미인 주꾸미와 전어 등 철마다 먹을거리가 널려 있다.
추운 겨울 소복이 눈이 쌓인 고요한 염전을 구경하고 나면 곰소항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곰소항에 가까워질수록 짠 바다 냄새와 비릿한 젓갈 냄새가 실바람을 타고와 코 끝을 간질인다.
어쩐지 쿰쿰하다 싶은 냄새의 근원을 따라 가다보면 ‘곰소젓갈단지’에 다다를 것이다.
사람들은 ‘곰소’하면 젓갈을 떠올린다. 변산반도 근해에서 잡히는 어류를 손질해 이곳 곰소의 천일염을 뿌려 만드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곰소젓갈’이다. 곰소젓갈단지는 곰소항 제방 주위에 늘어선 젓갈가게들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가게마다 마련된 시식대 뒤편으로 보이는 큼지막한 젓갈 통에서는 잘 숙성된 젓갈들이 서로 제 빛깔을 뽐내며 한입 맛 좀 보라며 아우성이다.
창난젓, 명란젓, 낙지젓, 오징어젓부터 황석어젓, 꼴뚜기젓, 갈치속젓, 바지락젓, 어리굴젓, 토하젓, 청어알젓까지 그 종류도 참 많다.

젓갈이 많다보니 젓갈정식을 내는 식당도 이곳에 몰려 있다. 가게마다 조금씩 가격 차이가 있지만 대개 1인분에 1만원 남짓이면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상에는 열댓 가지가 넘는 젓갈이 오른다. 젓갈 이외에는 별다른 반찬도 없다. 짭짤한 젓갈향이 풍겨옴과 동시에 ‘젓갈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을까?’라던 의문은 이내 사라진다.
하얀 쌀밥에 얹어 먹기에 젓갈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해풍에 자연 숙성돼 감칠맛이 나고 짜지 않은 곰소젓갈에 보글보글 말갛게 끓어오르는 향긋한 백합탕을 곁들이면 겨울 추위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입 짧은 서울 아가씨에게도 엄지를 척 들게 하는 맛. 곰소의 소금은 이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완벽한 조미료인 셈이다.
곰소 천일염을 사용한 요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서해안 청정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꽃게에 곰소 천일염을 넣어 만든 간장으로 담근 꽃게장이다. 살이 꽉 찬 암게는 쫀뜩쫀뜩함이 일품이고 노란 알이 가득한 게딱지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부안, 곰소에 간다면 젓갈정식과 꽃게장만큼은 꼭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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