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 칼럼

 

 

류 기 용
한국아파트신문 논설주간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는 ‘2014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006년부터 격년 단위로 실시해 왔던 것으로 국토부가 지난해 7~9월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만 가구를 선정, 개별 면접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한다. 주요 골자로는 먼저 국민 20%가 ‘내 집 마련 생각 없다’고 답한 것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34세 이하 응답자 가운데 29.1%가 “내 집 마련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의 전·월세 가운데 월세 가구 비중이 55.0%를 차지하면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는 2년 전보다 4.5% 증가한 수치로 이 같은 월세 증가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집을 소유한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 보유율’은 2년 전 58.4%에서 지난해에는 58%로 약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과 비교할 때 소득 9~10분위인 고소득층의 자가 보유율은 72.8%에서 77.7%로 상당히 높아진 반면 소득 5~8분위인 중소득층은 56.8%에서 56.4%, 소득 1~4분위인 저소득층은 52.9%에서 50.0%로 낮아져 빈부격차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내 집 마련 의식은 점차 희박해져 가고 집값 상승으로 구매능력이 떨어져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는 가구는 갈수록 늘고 있으며 중산층마저도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과 재벌, 중산층이 맺은 ‘3각 동맹’에 의해 결성된 ‘아파트 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유자 중심의 관리정책’은 한 치의 변화도 보이질 않고 있으니 관리현장, 관리풍토, 관리문화는 야만적인 후진성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혼합아파트 단지에서의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주민들 간 갈등을 꼽을 수 있겠다. 예컨대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어린이놀이터 시설의 이용 제한은 물론 단지 간 경계에 울타리를 치고 그 위에 군사보호시설 같은 철조망까지 설치하는 바람에 학교 갈 때 분양아파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서 가고 있다. 잘못된 관리정책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혼합아파트의 갈등은 ‘마을’이 사라진 삭막한 시대, 주거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환경의 변화도 관리정책의 변화를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1인 가구 증가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이른 바 ‘나홀로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 혼자 방 안의 기계 속 가상공간에서 일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살아가는 이런 사람들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이들의 인내심의 한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매사 즉흥적이고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무작정 폭발해 버린다. 개개인이 모두가 시한폭탄이요,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이러니 이웃이나 ‘마을공동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마을’은 인류가 만든 아주 오래된 ‘공동체’로서 국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뿌리라 할 수 있다. 국가가 몸체라면 마을은 세포나 다름없다. 하여 국가적인 질병도 마을에서 얼마든지 치료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의 파고에 밀려 부서지고 사라지는 마을공동체를 하루빨리 복원시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상생 그리고 소통과 화합을 이뤄내는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 관리정책의 패러다임부터 변해야할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동주택의 관리’는 ‘사적 영역’이라고 방치했던 그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정책은 곧 국민들의 생활이고 안전이며 삶의 질이다. 이렇게 관리정책의 본질이 공익·공동선의 추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사적 이윤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는 이런 풍토 속에서는 관리의 공익 및 공공의 목적은 결코 달성할 수가 없다.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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