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맑은 아파트 만들기 관리실태조사팀 참여기<1>

서울시 아파트조사요원 주택관리사
前 노원구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이기호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드는 것
 
서울시가 2014년 후반기에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팀을 갑자기 확대 편성·운영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김부선 씨 아파트 난방비 논란을 신문과 방송에서 크게 보도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이 논란이 정치권까지 비화돼 국회에서 ‘난방투사’에서부터 ‘난방열사’의 별칭까지 얻게 됐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논란 자체가 진실이든 아니든 차치하고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에 무관심했던 입주민들에게 쇼킹한 뉴스였고 아파트 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를 제공하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한편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부분 선량한 관리소장에게까지 곱지 않은 시선은 참 억울하기도 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다.
입주민이 여러 가지 사유로 지속적으로 민원을 낸 아파트와 부정, 비리, 부조리가 의심되니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아파트에 대해 서울시는 10개 반 100여 명(주택관리사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 그룹 참여)의 조사인원을 투입해 5~7일에 걸쳐 난방비를 포함한 아파트 관리 전 분야에  A, B, C에서 X, Y, Z까지 체크리스트에 의해 면밀히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범위를 크게 분류하면 관리 및 회계분야, 공사·용역업체 선정,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선관위 포함), 장기수선계획 및 안전관리계획, 공동체 활동(자생단체 운영 포함) 등을 망라하고 있다.
조사 목적은 제기된 민원이나 부정비리 등이 조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이 적발되면 처벌 및 시정을 진행하고 막연한 의심 등은 진실을 밝혀 공시해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유도함으로써 분쟁을 종식시키고 제도적으로 고쳐할 부분을 제도개선을 통해 살기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입주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정상적인 관리단지라 하더라도 완전무결할 수 없을진데 분쟁과 갈등, 빈번한 민원제기 등으로 정상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조사대상이 된 아파트는 집행절차의 오류, 관련 자료의 부실 등으로 인해 한 단지에서 적게는 5~6개에서 많게는 20개 정도의 사안이 적발돼 부적정 확인서를 쓰기도 했다.
18년간 관리 노하우를 축적하고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조사관들에게 자문과 조언을 제공한다고 자부하지만 “그대가 피 조사단지 관리소장이라면 적발되지 아니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NO”라고 할 수밖에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세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은 이를 토대로 평소에도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조사 진행 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조사요원 추천방안 개선책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관리관련 법규와 지침 등이 최근 수년간 빈번하게 개정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일부분이지만 조사과정에서 개정 전에 시행된 사업에 후에 개정된 법규조항을 적용해 적발하거나 개정된 후 시행된 사업을 개정 전 법규조항을 적용시켜 적발함으로 인해 조사요원과 일선 관리소장과의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고 법적 근거가 미약한 부분에 대해서 일부 조사요원과 관리소장이 서로가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고집하며 얼굴을 붉히고 다투는 경우도 있었다니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조사요원 중 외부 전문가의 일원인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관리에 대해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로서 다른 요원들에게 자신있게 자문하고 조언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렇기에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자체가 갑자기 조사할 필요가 생겨 다수 인원을 요청 시 교육이나 검증 없이 적당히 추천한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도중하차라도 하는 경우 주택관리사 개인뿐 아니라 주택관리사협회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협회는 관리지식과 경륜, 대인관계 친화력까지 갖춘 우수자원을 사전에 선발해 조사업무에 필요한 관련 법규와 변경된 지식을 교육하고 지자체에서 조사요원 요청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인재를 보낼 수 있는 ‘인재 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요즘 대한항공 임원 사태와 백화점 모녀사태가 소위 ‘갑질’로 세상에 크게 회자되고 있다. 아파트는 오래전부터 ‘갑’이 ‘을’의 업무까지 하고 있는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업무를 바꿔서 해본다면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입대의는 의결기관이고 관리주체는 집행기관임이 법령에 명시돼 있는데도 관리주체가 집행해야 할 공사 및 용역입찰에 입대의가 직접 의결로 선정하는가 하면(일부 관리소장은 의혹을 받을까봐 스스로 입찰업무를 입대의에 넘겨버리기도 하고) 입대의 회장은 입대의의 ‘의장’으로 대표회의를 총괄하나 ‘관리주체 인사나 업무에 부당한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의결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사사건건 관리주체에 직접 지시를 내리고 심지어 합법적, 원칙적으로 업무를 하려고 해도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위탁관리회사에 교체 요구하니 이거야 말로 ‘슈퍼 갑질’인데 비단 여기에 대해서만 세상이 모른 척 침묵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부당한’의 범위를 잘 몰라서 그랬다면 ‘부당한’의 범위를 하나하나 열거하고 위반 시 무겁게 처벌하는 조항을 넣어 법규를 개정한다면 인사 등 부당간섭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이 시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사과정에서 적발된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돼 있어 세부적으로 언급할 수 없으나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분야로 일선 현장에서 관리소장들이 미숙한 부분 몇 가지를 지적할까 한다.
첫째 입찰 및 계약업무
아파트에서는 입찰 및 계약업무를 전적으로 국토부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처리하고 있는데 불과 몇 페이지에 불과한 지침내용(별지사항마저 간과하고 있음)으로는 입찰 및 계약업무 전 과정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없어 자의적으로 처리해 문제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 계약예규로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입찰유의서 작성, 참가자격 심사요령, 가격산출기준, 낙찰자결정기준, 계약일반조건 등을 참고해 입찰 및 계약과정 Flow Chart를 작성,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근로기준법(시간외근무수당, 연차수당) 미준수
셋째 문서분류 및 편철 미숙
넷째 회의진행 절차, 요령 미숙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다음 기회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주택관리사 보수교육과정에 입찰 및 계약업무 등 미숙한 영역에 대해 중점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조정 시행할 것을 협회에 건의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대상 아파트 관리소장 및 직원들이 며칠간 밤을 새우면서 많이 수고했다. 조사가 임박해 요구한 예비자료 작성에서부터 4년치 수십 권의 서류철을 분류 정리해 진열하고, 조사과정에서는 설명과 반론을 제기하면서 욱하는 마음도 참고 때론 ‘갑’에 의해 저질러진 부분도 ‘을’이기에, 또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뒤집어쓰고 하늘을 쳐다 보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행여 나를 위시해 주택관리사들이 조사과정에서 ‘완장’행세를 했다거나 ‘갑질’을 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수고한 관리소장과 직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부디 이번 조사를 통해 얻은 경험을 ‘마중물과 디딤돌’로 삼아 성공하는 관리소장이 되기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