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 인터뷰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김 찬 길 회장


재임 중 일자리 창출, 공제안정, 교육전문성 확보에 자부
사옥과 평생교육장 마련, 재정규모 3배 이상 늘려


 

다부진 몸, 날카로운 눈매, 테너급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저돌적 승부근성,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김찬길’하면 함께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서울시회장부터 본회장까지 7년간 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이끌어 온 그가 임기를 마무리하며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11월 서울시회장 선거, 2009년 12월과 2011년 12월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 선거 등 세 번의 대회전을 내리 승리로 장식했다. 그가 서울시회장을 한 번 더 재임했다면 좀 더 쉬운 선거가 될 수도 있었다. 현직 본회장과 자웅을 겨루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일찌감치 뛰어든 그는 결국 승리를 거뒀다. 그의 저돌성이 잘 드러나 보이는 대목이다.
재임 중 한국주택관리연구원과 기술원을 설립했고 협회 살림살이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활발한 대외활동과 굵직굵직한 업적들로 대통령과 국무총리로부터 단체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개도 세월 앞에선 약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초 위장의 2/3를 절제하는 큰 수술과 심장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퇴임 후 최우선 목표는 ‘건강회복’이라는 그. 건강회복 후에는 “해 지기 전 아름다운 황혼이 물들듯, 인생의 후반기를 찬란한 석양으로 장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놓지 않는다.
 
2014년이 저물어 갑니다. 임기도 마무리 할 때가 됐는데요. 서울시회장부터 협회장까지 상당기간 협회를 이끌어 오셨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 2008년 서울시회장 당선 시부터 현재까지 주택관리사 제도발전과 협회의 성장, 그리고 회원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원과 주변의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약속이 실현될 때는 고생한 분들과 함께 기뻐하며 자긍심을 느꼈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현하지 못한 때는 진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저를 도와준 분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우리 주택관리사 제도의 발전과 협회의 성장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진행 중인 중요 사안들은 새로운 집행부가 역량결집과 추진력을 통해 튼튼하게 다져 놓을 것이라 믿습니다.
김회장에 대한 평가들을 보면 저돌적이며 승부사적 기질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주택관리사를 에워싼 환경이 격랑에 직면해 고뇌와 낙담으로 힘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극복하고자 하는 채찍질과 성원에 힘입어 굳건히 헤쳐 나가며 성취했을 땐 보람을 느끼고 소주잔을 건배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제 스타일을 보고 저돌적이고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고 좋게 말씀해 준 분들도 있지만, 반면에 독선적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회원과 협회를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알아주고 널리 양해해 주길 바랍니다.
 
협회장과 서울시회장 선거를 합하면 모두 세 차례(2007년, 2009년, 2011년)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선거는 언제였는지요.
그동안 저는 운 좋게도 3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선거운동 중 특별히 쉽고, 어려운 선거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굳이 손꼽아보자면 처음 본회장에 당선될 때 결선에서 역전했던 선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협회를 이끌어 온지도 어언 7년이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였습니까.
처음 협회장으로 당선됐을 땐 협회 재정, 교육기관 복수지정 등을 비롯해 주변상황들이 모두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공제사업을 조기에 안정시켰고 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그 외연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협회 교육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협회 사옥을 구입하고 평생교육장 등을 마련하며 법정법인으로서 제 모습을 갖췄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또 어려운 가운데 도급제를 저지하며 주택관리사의 권익향상에 매진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참 많은 소회가 교차됩니다.
 
 
반면에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일도 있었을 텐데요.
공동주택 관리비리, ‘김부선 사건’등 회원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무차별적 언론보도가 있을 땐 협회장으로서 회원의 방패가 되지 못해 무척 속상했습니다. 관리현장의 실태와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언론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취재하고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회장 재임 중 협회의 비약적인 성장이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취임 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시죠.
가장 먼저 일자리 안정 및 창출을 위해 초고층건축물의 총괄재난관리자에 주택관리사를 둘 수 있도록 했고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사업 유치와 정부 및 지자체의 주택관리 담당업무에 주택관리사가 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해 적으나마 주택관리사의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회원의 권익향상과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고충처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소송비 지원, 변호사 조력 등으로 현장 회원의 어려움과 불이익을 해소하는데 노력해 왔으며 명목뿐인 협회위원회 등을 실질적으로 일하는 위원회로 재편하고 이를 통해 업무매뉴얼 , 질의회신집, 법령집 편찬 등의 성과물을 도출하는 등 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협회의 대외적 위상 확립과 재정 확대에도 힘을 기울여 지난 사단법인 시절 신길동 사무실로부터의 더부살이 생활을 청산하고 협회 사옥과 평생교육장을 마련해 명실상부한 법정법인으로서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공제사업 활성화, 대외사업 유치 등 적극적인 세일즈를 통해 협회 재정규모를 약 150억원으로 기존보다 3배 이상 늘렸습니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정에도 힘을 기울인 결과 국회에 발의돼 현재 심의 중에 있으며 주택관리사보 합격자의 수급조절과 시험제도 개선에 노력해 올해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에는 역대 최저인 1,15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습니다. 또 2011년부터 시험을 1, 2차로 나눠 난이도 조절이 용이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직선제 정관개정이 통과된 것도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시험제도의 근원적 해결과 주택관리 기본법의 제정 등을 미완으로 남기게 돼 아쉬움도 남습니다.
임기 중 많은 업적을 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이루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한 목표도 분명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움을 주고 있는 주택관리사보 과다배출을 해결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급조절을 위한 선발예정인원제 도입 등 주택관리사보 시험제도 개선과 오피스텔 등 업무용시설과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주택관리사 의무배치 도입 등 일자리 확대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협회의 노력이 반영돼 박기춘 국토교통위원장이 선발예정인원제를 도입하는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회원들의 많은 지원과 역량결집을 통해 차기 집행부에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저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차기 회장으로 최창식 전북도회장이 당선됐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회장과 집행부에 조언을 해 준다면.
먼저 최창식 후보의 당선을 축하합니다. ‘젊은 회장 탄생’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열정적으로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나무와 숲만 보지 않고 더 넓은 혜안으로 산을 바라보면 전체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또 낙선한 후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더 큰 동력을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은 모두 잊고 최창식 당선자를 정점으로 낙선된 후보 및 모든 회원이 함께 힘을 합쳐 현재의 난관들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창식 당선자의 건승을 빕니다.
마지막으로 임기 후의 계획 및 대주관 회원과 한국아파트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협회장 5년을 매듭지으면서 회원과 독자들에게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듯 저 역시 나름의 장점을 살려 업무를 수행하려 애썼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단점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처받은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미력한 사람이 큰일을 해내려다 보니 무리한 것이라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어주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협회장으로서의 직을 떠나 새로운 길로 접어들지만 주택관리사 회원으로서 항상 함께 할 것입니다. 늘 여러 선·후배 곁에 남아 새로운 만남으로 연을 잇고 격려하며 더욱 아름답게 꽃 피우도록 힘쓰겠습니다.
항상 애정 어린 충고를 건네고 난관이 있을 때마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 힘이 돼준 지난 시간의 고마움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집무실엔 여러개의 단체표창 휘장이 액자에 보존돼 있다. 개인표창을 모두 사양하고 단체표창을 요구한 것이라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호랑이새끼가 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더욱 엄격하고 가혹하게 단련시켜 왔다. 사안 하나하나에 충분히 고뇌하되 한번 결정하면 세차게 몰아붙였다. 이룬 것이 많으니 당연히 비판도 많았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의 한 구절이었다.
‘人雖至愚(인수지우) 責人則明(책인즉명), 雖有聰明(수유총명) 恕己則昏(서기즉혼)’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비난할 때는 똑똑하고, 총명한 사람도 자기에겐 관대하다’는 뜻. 반대로 ‘남에겐 관대하고 내게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
그의 바람대로 하루속히 건강을 회복해서 찬란하게 불타오르는 석양의 황혼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취재=이경석 편집부장, 정리=온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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