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여행 떠나GO!


곳곳이 전설이다. 선경이다.
가을조차 멈추어서 그대의 발길을 기다린다.
파도로 밀려오는 작은 길에서


 
 
전설 같은 실화
 
중국 진시황의 신하 서불(서복)은 시황제(BC259~BC210)의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아 동쪽 바다 건너 신성한 삼신산인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으로 동남동녀 3,000명을 데리고 불로초 탐사를 떠났다. 그러나 서불은 돌아오지 않았다. 중국 ‘사기’의 기록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남해 금산 자락 양아리마을 바위에 ‘서불과차’라고 암각된 양아리 석각은 중국, 일본, 한국을 통털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서불과 관련된 금석문자다. “서불이 이곳에 오다” “서불이 지나가다”라는 뜻이다. 그 설화들은 여수, 거제 해금강 및 소매물도의 글씽이굴을 거쳐 제주도까지 이른다. 서불의 이동 경로일까. 제주 서귀포의 지명 또한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찾다가 내려와 서쪽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으로 서불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서귀포시 정방폭포에 새겼다는 암각인 ‘서복과지(徐福過之)’는 지금은 훼손돼 알아 볼 수 없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탁본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불은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 정착하니 일본 ‘기이편’에는 “서복이 제 이름을 암석에 음각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진시황의 불로불사는 허황된 것이 아닌 당시로는 고대 중국의 신선사상이 빚어낸 일이었으리라. 진시황의 중국 통일로 멸망한 한족의 후예 서불은 그 기회를 이용해 중국을 탈출하여 신선국에 한족을 정착시키려 했었는지도 모른다. 서불이 지나쳐간 모든 곳들은 신선이 머물렀을 만한 선경들이다. 어디서 그도 신선이 됐을까.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설악의 단풍은 가을길을 걷다가 바다 빛이 고운 한려해상에 이르러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은 여수, 하동, 남해, 사천, 통영, 거제에 이르기까지 청정해역의 바다로 지맥을 뻗은 산을 비롯해 갯바위의 기암들로 장관을 이룬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섬 매물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합쳐 매물도라 한다. 바닷가의 기암들이 점차 멀어지며 도착한 곳은 대매물도에서 1㎞ 떨어진 작은 섬. 소매물도.
대부분 사람들은 선착장에서 산비탈 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올라간다. 입구에 외지인들이 만들어 놓은 펜션 등 숙박 시설이 들어차 있다. 여러 갈래길이라는 뜻일까. 갈담길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면 마을의 집집마다 대문도 없이 작은 마당을 그냥 내 놓은 돌담길이 산비탈로 이어진다. 마을에서 폐교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폐교에는 오랜 시간을 말해주듯 후박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아이들이 마을을 내려다보며 공부를 하고 그네도 타던 자리다. 아이들은 떠나고 나무 창틀로 만들어진 두어 칸 학교와 그네만 바래진 추억 속 이야기처럼 남아있지만 그 자리는 소매물도 여행의 중간 휴식지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호젓한 길은 선착장에서 왼편으로 바다를 끼고 돌아 후박나무 군락으로 이뤄진 소롯길 숲으로 들어서면 된다. 폭풍의 언덕을 지나면 인적 없는 사색의 길이다. 그곳엔 오랜 옛날 섬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어려워 남매 중 한 아이를 소매물도 섬에 버리고 그 이후 헤어진 오누이가 남매인지도 모르고 만나 사랑하다 바위가 됐다는 전설을 가진 남매바위가 있다. 그 길을 걷다 동백나무 터널에 이르면 파도 소리가 높아졌다 멀어지기도 한다.
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오르면 이웃한 대매물도의 암릉과 소매물도의 기암이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풍경들을 볼 수 있다. 능선 마루금에서 폐교와 만나는 트레킹 길이다. 폐교의 두 갈래 길에서 다시 산길로 오르면 망태봉(150m) 정상에 이른다. 밋밋하던 섬의 풍경이 그곳에서 선경처럼 펼쳐진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마지막 정점을 찍으려는 듯 푸른 바다에 작은 섬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묶어 놓는다.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았을 만하다. 해벽들은 서로를 견주며 질서 정연하게 하얀 등대와 대비를 이룬다. 기암이 아름다운 등대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암릉길을 따라 바다로 내려오면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는 열목개에 다다른다. 모세의 기적 같이 하루에 두 번 둥근 자갈길 바다가 열리는 곳이다. 파도가 철썩이며 밀려갈 때마다 투명한 자갈길들은 금방이라도 길을 열어 줄 것만 같다. 이곳을 건너야 글씽이섬인 등대섬에 다다른다. “글씽이”는 등대 아래쪽 해벽 동굴에 서불이 썼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쓰여 있어 “글쓴데”가 변형된 방언으로 붙여진 지명이다. 그 굴은 선편을 이용해야 볼 수 있다.
등대섬으로 가려면 물때를 잘 맞춰야 건너갈 수 있다. 바닷길이 완전히 열리기 전 때론 성급하게 발목을 적시며 걷는 일은 맑은 남해 바다에 빠져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등대로 오르는 길은 구절초가 만발하고 가을 해풍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계절마다 원추리, 섬엉겅퀴가 피고 지며 푸른 초지가 바다와 하얀 등대를 수채화처럼 물들인다.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밀려와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원재훈 시인의 시어들처럼 해벽의 기암들은 파도가 하얀 물보라를 만들 때마다 거듭 높아만 가는 듯하다.
선사시대의 풍광 같은 공룡바위, 고래등, 촛대바위는 바다가 푸르러 더욱 두드러진다. 소매물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이지만 거제와 거리가 더 가깝다. 통영 연안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지만 거제의 저구항에서는 40분 거리에 있다. 통영과 거제의 육상 여행과 연계해 노선을 잡으면 된다. 따개비밥과 선착장 좌판에서 배를 기다리며 먹는 싱싱한 멍게, 해삼, 소라 등 해산물은 기다리는 배 시간조차 잊게 만든다.

 
◈여행정보


통영항 여객터미널 : 055-645-3717
거제·저구항 매물도여객터미널 : 055-633-0051
물때, 숙박 정보 : 매물도(www.maemuld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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