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연  여행객원기자
기다림은 설레임이고 희망이다(blog.naver.com/ssolonsun.do)
 
 
▲운조루 누마루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여행권역 중 하나다.
자연이 준 선물 천혜의 야영지 지리산국립공원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산이다. 이번엔 산행이 아니라 여행이지만 지리산의 품을 제대로 안아 본 느낌이다. 이슬비 가볍게 내리는 가을 초입에 다녀온 여행의 흔적은 지리산 자락의 전라남도 구례에서 담아 왔다.
2014년 지리산 방문의 해를 맞아 지리산권 3도 7개  시군의 관광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리산권 관광개발조합이 설립, (주)트라앤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리산권 팸투어에 2번째 동행했는데 그곳이 바로 구례군이다. 휴양과 관광의 명소로 알려진 구례는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과 맑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등 불교문화의 요람으로서 많은 문화재와 유적이 보존돼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각종 산채류, 섬진강의 은어, 참게 그리고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을 자랑하는 온천관광지인 지리산온천이 유명하다.
멋길 따라 맛길 찾아 지리산 800리 길을 곧장 오르지 않고 에둘러 가는 지리산 둘레길. 바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7개 시군의 대표적 특산품과 대표적인 맛을 만날 수 있는데 구례군의 7품7미는 산수유와 다슬기수제비다.
▲사성암   
지리산 여행길에 7개 시군의 7품7미를 만나는 것도 큰 행복일 것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리산권 팸투어단은 마산면의 자연음식 전문점 가락원에서의 점심식사로 구례여행을 시작했다. 아주 정갈한 밑반찬들과 구수한 청국장에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 다양한 다기들 속에서 마신 황차 한잔으로 한결 여유로워진 감성이었다. 지리산의 모든 것을 담아도 소화할 듯한 그런 여유로움이 생겼다. 식사 후 달려간 곳은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 조선시대 대표적 양반가옥 운조루였다.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운조루는 99칸 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60여 칸이 보존돼 있다. 류흥수가 소유하고 있고 1776년(영조 52)에 9대조부 류이주가 지은 건물로 다른 고옥들 보다는 재료의 크기가 웅대하고 한 간의 규준장이 크며 건립 당시의 위세와 장대함을 엿 볼 수 있다.
솟을대문에는 유이주가 문경새재를 넘다 물리쳤다는 전설의 호랑이뼈가 걸려 있는데 잡귀나 병마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위함이다.
행랑채를 지나면 사랑채가 보이는데 나는 바로 그 누마루에 올랐다.
누마루 기둥사이에 들어 온 풍경이 여유로웠지만 전봇대와 전기줄이 걸림돌이었다.
▲운조루 사랑채
한참을 누마루에 앉아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에 여유도 뿌리며 곧 다가올 가을을 예쁘게 맞을 계획을 세웠다. 여행길에서 이렇게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찾는 걸 나는 좋아한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여행해도 그 느낌과 감성은 다 각자의 몫이니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기만의 추억을 꼭 하나씩은 담아 오기를 권해 본다.
그 여유 속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지리산자락의 보물창고 화엄사로 발길을 옮긴다. 화엄사에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봤던 국보 제12호 각황전앞석등을 비롯해 국보 4점과 보물 8점이 보존돼 있다. 보제루 툇마루에 앉아 나를 포근하게 감싸는 대웅전, 각황전, 원통전, 명부전 등을 바라보노라면 연꽃 속에 안긴 느낌이 든다.
보제루에서 대웅전까지 대리석의 삼도가 보였다. 삼도는 조선왕릉과 종묘에서 많이 봐 왔는데 사찰에서도 보게 돼 해설사님께 왕실관련 질문을 했지만 자세히 듣지를 못했다.
화엄사 각황전
아직도 물음표인데 정확히 알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거나 분명 이곳 보제루 툇마루에서도 여유로운 생각과 감성, 더듬을 시간을 선물받는다.
비가 조금 굵어져 우산을 톡톡 간질이는 소리를 들으며 각황전을 둘러보고 동백나무숲 사이로 난 108계단을 올라 국보35호인 사사자삼층석탑 앞에서 초라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내 심신의 여유를 갈망했다.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화엄사였지만 제한된 시간으로 가볍게 스케치하듯 담고 더 여유롭게 생각과 감성을 비운 후 다시 찾아오려고 한다.
그리고 구례의 마지막 코스로 문척면 죽마리에 있는 사성암으로 차량을 달린다.
아래 마을에서부터 사성암까지는 미니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내려야 할 만큼 구불구불 좁은 산길이다. 사성암은 해발 530여 미터의 오산 꼭대기에 있는데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수도했다해 ‘사성암’이라 불린다. 건립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암벽에 고려시대 초기 작품인 음각마애여래립상이 있어 창건내력을 짐작하게 한다. 사성암은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하지만 사방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빼어난 곳이다.
▲화엄사 대웅전    
멀리 지리산자락을 따라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에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지금 내려다보이는 저 푸르름들이 황금색이 되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면 하늘은 더 파랗고 하얀구름도 더 넘실될 터인데 친구와 함께 가을을 담으러 지리산권역 구례로 앙코르 투어해도 좋을 듯하다.
늦가을의 추억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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