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 및 IT인프라 개선방향 <9>


 
(주)지에스피 씨스템즈 이수원 대표이사
E-mail : gngceo@nate.com
 
이번 호에서는 단지의 표준을 확정하지 않고 통합경비시스템이 구축된 현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게 된 사례를 기술해 보고자 한다.
약 2,000가구가 넘은 대단지 아파트에서 5년 전에 구축한 통합경비시스템인데 현재 하자 민원으로 인해 관리사무소에서 유지관리를 진행하는 데 많은 고충과 함께 입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필자가 예상컨대 항목과 수량 그리고 품질 등을 감안, 적어도 20~30년 가는 시스템 구축을 위했다면 적어도 14~16억(부가세 포함)이 돼야 했을 공사가 5억 아래서 계약이 됐고 결과는 공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현재도 하자를 해결하지 못해 하자 보증이 만료되고 나면 큰 고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있는데, 통합경비추진위원회라고 하는 별도의 한시적인 기구에서 진행을 했으며 단지 종합진단, 적합한 표준시방 등의 과정이 전혀 없이 무조건 가장 싸게 견적을 제시한 업체로 낙찰이 됐던 것이다. 낙찰자 이외의 회사들은 보통 8~11억 내외의 견적을 제시했고 유독 한 회사만 5억 아래로 제시했는데, 그 이유는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시방으로 제안하고, 공사 중에 시방 변경 등을 추진하면서 가구 민원 및 가구 공사 지연 등으로 공사 기간이 무려 2년이 넘게 걸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현 입대의와 관리주체에서는 어떻게든지 이 시스템을 유지관리하고자 하지만, 태생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근원적인 처방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유야 어찌됐건 예산이 투입돼 공사가 진행됐고, 또 다시 대대적인 보강 공사를 하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교훈으로 느끼는 것은 바로, 아파트에서 입대의 및 관리주체를 제외한 어떤 한시적인 기구에서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향후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입대의와 관리주체의 역할을 유명무실화 하는 아주 좋지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지 역시 충분한 토론이나 학습 또는 제3의 전문적인 자문 기관 또는 컨설팅 회사를 통해서 사전에 단지에 가장 적합한 표준설계시방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순서였을 것이다. 예산안의 적정성 및 진행 절차 등에 있어 적법한 것을 확인하고, 충분한 입주민 홍보 및 동의 기간 이후 사업자 선정을 했다면 결코 이런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물리적으로 꼭 필요한 준비 기간, 준비 내용 그리고 공사 기간 및 적정한 예산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최저가로 시공을 할 경우, 특히 개별 가구가 연관된 공사의 경우에는 단지에 십수년을 두고 민원이 발생하며, 관리사무소 및 입대의 그리고 단지 전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공사업체 선정과 공사 착공을 서두르지 말고, 사전에 충분하게 단지 현황과 시스템을 학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더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이에 입대의 역할(심의·의결)과 관리주체의 역할(사업계획서 준비 및 의결 내용 집행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야 결국 안정된 시스템 구축이 준비부터 준공까지 One Stop으로 진행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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