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 상 곤 소장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날로 늘고 있고 국민의 주거형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에서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특히 층간소음 문제로 폭행·살인·방화와 같은 강력 사건이 최근 잇따르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월 9일 서울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위층에 사는 형제 2명을 살해한 사건, 그 다음날엔 목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마찰을 빚던 이웃의 집에 불을 지른 사건이 한 예다. 사실 최근 이 같은 강력 범죄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층간소음은 오래 전부터 앓아왔던 심각한 현상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및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층간소음 문제로 입주민들의 민원을 꾸준히 받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층간소음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2000년 이후다. 물론 그 전에도 층간소음은 존재했으나 1990년대만 해도 ‘층간소음’의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진 않았다. 예민한 사람만이 느끼는 유별난 민원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이러한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파트 이웃 간 불화는 공동주거 문화의 부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970년대 이후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율은 71%(2010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새로운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공동주거 문화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는 전무했다.
아울러 시대가 변하면서 조경·조망 등 환경적 요인들이 주택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국민소득의 증가, 스트레스 지수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분출하면서 환경 관련 분쟁이 크게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주거문화개선연구소(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장) 차상곤 소장은 말한다.
 
 
공동체 문화의 필요성 인식 감소
이웃 간 대화 단절→층간소음 문제 증가

 
정부에서 주택관련 규정에 소음 차단시설 의무화 조항을 넣기로 결정한 것은 2000년부터다. 그 이전부터 층간소음은 존재해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왔다. 그러함에도 현재에 들어 내재돼 있던 쾌적한 삶, 환경적 욕구와 잠재돼 있던 분노가 표출되면서 이웃 간 극단적인 다툼으로까지 이어져 층간소음의 심각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지어진 것은 1970년대부터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에 들어 이렇듯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슈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차 소장은 정부의 환경정책을 통한 국민의 환경에 대한 인식, 소득증대, 스트레스 지수 등을 꼽는다. 정부가 90년대부터 환경오염 문제를 겪으면서 수질, 대기, 소음, 환경개선 등 기본적인 환경투자에 중점을 두고 국민홍보 및 대책마련을 제시하며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수입·수출 등 무역이 활발해지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나아가면서 1인소득이 늘어나 이에 따른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공동주택의 경우 30㎝ 벽 하나를 두고 이웃한 사이임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옆집, 윗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도 어떤 사람이 거주하는 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삭막한 철장 같은 곳으로 변모했다. 두레, 품앗이, 향약 등 예전의 공동체 문화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대부분의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의 소통을 통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화의 단절로 인해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 간의 골은 깊어지고 민원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더는 층간소음이 예민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는 소음에 민감한 사람만이 겪는 문제로 치부됐다면 현재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층간소음에 노출돼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층간소음 규제 기준 미비
피해 증명의 어려움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층간소음 분쟁은 법적 해결 및 피해보상이 어렵다. 이는 교통이나 공사장 등 대부분의 소음 규제기준은 존재하나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소음을 비롯한 층간소음을 규제한 어떠한 규제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환경분쟁조정제도상의 피해보상 기준도 실제로는 그 기준이 너무 높고 5분간의 측정시간동안 계속해서 이어지는 생활소음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생활소음의 경우 이를 규제하기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또한 크게 라디오를 틀거나 음악을 틀었다 할지라도 고의성을 입증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중재기관의 활성화 유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적극 활용

 
이처럼 갈수록 악화일로에 놓여 있는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걸까?
차 소장은 법적인 문제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법적기준의 잣대라 함은 현상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가질 뿐 이웃 간의 문제에 강제성을 지닌 법의 특성상 그대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더욱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특히 층간소음의 주원인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 소리 등 생활소음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이에 법적인 해결법보다는 중재기관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편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또한 그는 “한 예로 대구, 부산 등의 경우 입주민 9명으로 층간소음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분쟁조정을 맡겨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세탁이나 피아노 연주, 아이들 장난을 금하는 규칙을 정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끼리 직접 마찰을 피하기 위해 위원회가 1차 시정권고, 2차 분쟁조정, 3차 봉사명령 등의 해결절차에 들어가게끔 만들었다”며 “이에 도입 5개월이 지난 후 이 아파트 단지의 층간소음 민원은 종전보다 90%나 줄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층간소음 분쟁이 확산되는 이유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데에서 비롯한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 곳이 없기 때문에 점점 쌓여만 가던 갈등의 씨앗이 격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층간소음 피해자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해당 시·군·구청, 경찰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만한 모든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답변은 당사자 간의 일이기 때문에 끼어들만한 여지가 없다거나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개소했다. 대부분의 민원인을 비롯한 국민들이 겪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 법적인 해결이 아니라 전화상담·자체심사·소음측정·전문가진단·해결방안 제시 등을 통해 명확한 원인 분석,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윗집, 아랫집,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해 공동체 간의 대화와 협조를 통해 문제를 우선 해결해 나가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의 자체 중재기관 활성화 및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층간소음 민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관리사무소장 권한 증대, 일원화
정부의 공동체 의식 홍보 및 교육 필요

 
관리사무소의 경우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 처리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동주택의 입주민을 위한 소음저감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미국, 독일) 등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의 권한이 관리사무소장에게 주어져 있는 반면, 국내는 관리사무소장 보다는 입주자 대표나 동대표 등에게 그 권한이 집중돼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의 경우 관리사무소장이 공동주택 소음저감을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층간소음 규제항목에 필요한 안건을 제시하더라도 그 안을 시행하기에는 많은 절차와 시일이 걸리게 된다고 차 소장은 이야기한다.
적극적인 관리주체만이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차 소장은 정부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적인 제도도 중요하지만 제도개선에 앞서 이웃 간 서로 배려하는 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층간소음으로 인해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는 지속적인 층간소음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실천수칙 포스터 제작, 이웃사이센터와 연계한 홍보 및 계도 활동, 공동체 의식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아이들의 인성교육 및 어른들의 솔선수범, 장기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 및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행동 등을 교육하고 어른들에게는 먼저 행동을 보이는 방법, 또한 아이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했을 때 옳지 못한 행동은 고쳐야 한다고 따끔히 지적해 주는 게 필요하다.

 


“예민한 사람만의 문제 아니야,
서로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 필요해”

 

 
배려하는 문화 공동체 만들도록
입주민, 관리주체 함께 해야

 
끝으로 차 소장은 “완벽한 층간소음의 해결 방안은 찾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입주민과 관리주체 모두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의 공론화가 가져온 것은 비단 부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표면화되지 못했을 뿐 언제나 공동주택 내에선 문제가 돼왔던 것. 그래서인지 긍정적인 면은 층간소음에 대한 본질적 문제 인식과 해결을 촉구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이라고 차 소장은 전한다.
이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 자신이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입주민 서로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관리주체, 건설사, 시행사, 정부(국토해양부·환경부), 자치단체 등이 서로 손을 맞잡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대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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