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SH공사 정 명 원 주거복지상담사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이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아직도 주위의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가인 관리사무소장이 전문가적 지식과 마인드로 앞바퀴가 돼 이들의 주거안정과 자활을 위해 끌어주고, 우리 주거복지상담사는 봉사하는 자세로 뒷바퀴가 돼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어떠한 어려움에도 쓰러지지 않고 안전하게 달려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 SH공사가 지난 2010년 도입한 주거복지상담사 제도. 관내 영구임대아파트 현장을 누비던 정명원 주거복지상담사는 어느덧 14명의 주거복지상담사를 아우르는 맏언니가 돼 있다. SH공사 주택관리팀 과장으로서 입주민과 주거복지상담사의 관계는 물론 나아가 SH공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시의원의 자리에서 시민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냈던 그. 이제는 위에서 밑으로가 아닌, 밑에서 위를 바라보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발품을 팔고 있는 정명원 주거복지상담사를 만나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SH공사가 주거복지상담사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현황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SH공사는 지난 2010년 4월 주거복지상담사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하고, 같은 해 7월 서울 권역별 통합관리센터에 주거복지상담사를 배치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편의상 이를 1기 주거복지상담사로 본다면 지난해 3명, 올해 8명이 채용돼 각각 2·3기 주거복지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영구임대아파트가 없는 성북·양천·관악 통합관리센터를 제외하고 강남·강서·노원·동대문·마포 5개 통합관리센터 내 17개 단지에 이들 14명의 주거복지상담사가 배치돼 있습니다.
주거복지상담사는 한마디로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직접 찾아가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파트의 개념이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됨에 따라 정책당국의 기조 역시 건설·공급과 시설관리를 벗어나 주거복지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의 안정적인 주거생활 보장, 그리고 취업알선 등을 통한 자활·자립 등을 도모하기 위해 주거복지상담사가 각 단지에 배치된 것입니다. 주거안정과 복지, 일자리가 융합된 신개념 주거복지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거복지상담사의 주요업무는 무엇입니까?

우선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의 거주고충에 대한 상담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구임대아파트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단지입니다. 따라서 층간소음 등 일반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고충에 더해 환청 등 특수한 경우에 대한 상담도 필요합니다. 또 정신질환, 알코올중독 등 공동주택 거주 부적응자도 많아 이들을 주민센터와 자활센터, 복지관 등에 연계해 주는 활동도 수행하게 됩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정보가 부족하고 대인관계가 활발하지 못해 좋은 제도가 있어도 방법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현장에서 입주민과 관리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고 단절된 복지정보 또는 혜택을 안내하고 연계해주는 것도 주거복지상담사의 주요 업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주거이동에 대한 상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 주거여건보다 나은 주거형태로, 예컨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공공임대아파트 등으로 상향이동 할 수 있는 주거 선순환 및 자립 방법을 안내함은 물론 홀몸노인의 경우 장기요양시설 입소, 친인척이 살고 있는 고향 및 부양의사 있는 자녀에게로, 그리고 장애인은 1층 무장애주택 등으로 주거이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장기연체 및 퇴거대상 가구를 위해 각 기관 복지담당자와의 논의를 통해 후원금을 연계하는 등의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서비스를 신청한 658가구 중 484가구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이나 부양의무자가 존재하는 경제무능력자들은 제도권 외로 밀려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상담 업무를 수행하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꼈던 때가 있다면?

20대 정신질환 자녀를 둔 어머니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평생을 자식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이 어머니는 거주하고 있던 영구임대아파트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자식의 교육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에 경기도 인근 공공임대아파트로 주거이동을 안내했고, 지금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SH공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LH 공공임대아파트로의 주거이동은 흔치 않은데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인식의 전환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입니다. 이밖에도 정신질환을 앓던 입주민을 정신병원에 입소시킨 후 자립을 위해 입주민이 평소 꿈꿔왔던 컴퓨터 교육을 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연락이 두절된 사위의 수입으로 인해 수급 책정이 되지 않았던 90세 홀몸노인에게 SH공사 위로금을 전달했던 사례도 기억이 납니다.
 
 
#반대로 애로사항은?

무엇보다도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관리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입주민의 인권도 무시할 수 없지만 다른 입주민의 인권도 보호 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보호자의 동의하에 관리시설로 격리해야 하나 대부분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또 홀몸노인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급 책정 자체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조건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수입이 전혀 없는 홀몸노인인데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바로 그것입니다. 주위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한 채 돌연사 또는 고독사에 처해지는 어르신의 사례를 접할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주거복지상담사들이 발품을 팔아 방문서비스와 사각지대 가구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개선돼야 할 사항과 이에 따른 계획 및 각오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주거복지상담사는 제도 도입 초기 계약직으로 채용됐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주거복지상담사로서의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돼 책임감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여전히 주거복지상담사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홍보가 미흡하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시는 물론 SH공사 차원에서도 주거복지상담사를 널리 알려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주거복지상담사들도 스스로 발품을 팔아 입주민들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주위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입주민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통합관리센터, 관리사무소 직원 등 내부적인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거복지상담사는 사회복지사 자격자로서 의견상충, 마찰 등은 회피하는 대신 조율에 주력해야 합니다. 내부관계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외부관계의 조율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살펴보면 효율적 업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거복지상담사는 한시라도 현장을 누벼야 함에도 행정업무, 즉 서류에 치여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요자를 발굴하고, 중복수혜를 방지하는 등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접근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현장업무와 행정업무가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즉시 행정업무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년부터 범정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그에 맞는 지원체계가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또는 관리주체 등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부탁하겠습니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임대아파트는 임차인대표회의의 구성 비율이 지극히 낮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보다 건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임차인대표회의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임대아파트의 슬럼화를 방지하고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임차인대표들의 역할이 크다는 말입니다. 임차인대표회의와 부녀회 등이 적극적으로 입주민들을 독려할 때 건전한 아파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내의 역학관계를 자전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우선 관리사무소장은 공동주택 관리 전문자격사로서 해박한 지식과 노하우로 아파트 시설 및 입주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자전거의 앞바퀴처럼 추진동력이 돼야 합니다. 주거복지상담사는 봉사의 마인드를 갖고 입주민들이 자활 및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합니다. 입주민과 관리주체 간 관계를 원만히 하고, 모든 복지자원을 연계함으로써 자전거에 속도와 안전성을 부여하는 뒷바퀴의 역할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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