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김 태 균 사회혁신담당관



 
#1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회사원 김시민 씨는 아파트에 마련된 마을책꽂이 한 칸을 분양받아 딸 이름을 딴 ‘아영이네 책꽂이’를 만들고 서재에 있던 20권의 책을 옮겨다 놓았다. 이웃들은 시민 씨가 가져다 놓은 책을 자유롭게 빌려보고, 시민 씨도 이웃이 만든 책꽂이에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볼 수 있게 됐다.
#2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이지은 씨는 방이 3개인 집에 사는데, 안방과 딸 공부방을 빼면 방이 하나 남는다. 지은 씨는 이렇게 놀고 있는 방의 사진을 찍어 도시민박 온라인 중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를 본 미국 여학생이 방을 예약해 한국으로 배낭여행을 왔다. 지은 씨는 적은 돈이지만 소득도 올리고, 딸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뿌듯해 하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이처럼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적지 않다. 방치해둔다면 그 가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물건이다.
서울시가 꿈꾸는 ‘공유도시’에서는 비단 물건뿐만 아니라 정보, 공간, 시간 등도 공유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제3차 산업혁명’, ‘공감의 시대’, 그리고 ‘유러피안 드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3월 미국의 타임지는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에 ‘공유경제를 통한 소비문화’를 꼽기도 했다.

#서울시는 최근 ‘공유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공유’의 개념과 함께 사업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아울러 이를 통해 기대하고 있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공유’란 각자 가진 것을 필요한 사람과 나누는 것, 공동으로 사용하고 같이 소비하는 것, 폐쇄돼 있는 자원을 공개하고 개방해서 같이 사용하는 것, 사장돼 있는 자원의 가치와 효율을 높이는 것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는 먼저 공유의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소유의 비용보다 공유의 비용이 높아 공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즉 어떤 물건을 가게에 가서 사는 비용보다 그 물건을 누가 갖고 있는 지 알아내고 갖고 있는 사람과 연락해 빌리는 비용이 높았기 때문에 공유가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IT 및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이 공유의 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인터넷은 3,700만명, 스마트폰은 3,003만명, 페이스북은 890만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공유를 위한 정보거래와 신뢰확인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공유의 장점 또한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재화의 다기능성, 고급화, 안전 및 환경기준 충족, 서비스의 고급화 등의 이유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반면 실질소득은 정체돼 있어 계속 구매해 소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는 소유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공유를 통해서 공동체적 삶의 회복이 가능해집니다. 함께하는 삶,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돼 있는 삶은 행복감을 줍니다. 도시의 익명성, 효율, 경쟁 등의 특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점차 개인은 소외되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공유를 통한 공동체 회복이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공유경제를 내일을 위한 새로운 경제 기회, 우리들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유’의 문화를 널리 확산시킴으로써 잃어버린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또한 공유도시 서울로의 전환은 도시 안전과 복지 등에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과 공공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지난달 이와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어떤 발전적인 의견이 제시됐습니까?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대안을 갖고 있습니까?
공유도시 공청회에서 좋은 의견들이 많이 제시됐습니다. 주요 의견을 소개하자면 공유도시 실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가 필수적이므로 공유개념 인식 확산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 특히 시민들의 실제 경험을 통해 확산돼야 지속성을 갖게 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밖에 신규 공유기업이 기존기업과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시의 역할이 필요하며, 소유권 대신 ‘접속권’ 중심의 미래 경제형태에 맞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시민들의 자발적 공유 활동을 지원코자 합니다. 또한 이러한 공유를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공유촉진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공유촉진 조례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까?
공유촉진 조례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 및 출자·출연기관의 공공자원이 공유되도록 하는 한편 민간자원 공유가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유 촉진을 위해 공유단체 및 공유기업의 육성, 공유 촉진을 위한 인식 확산, 법규 및 제도 개선, 공유관련 단체 및 기관 간 협력 등을 적극 추진하며, 자치구의 공유 촉진정책을 지원하고 공유 촉진정책 추진 시 자치구와 적극 협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유를 통해 경제, 복지, 문화, 환경, 교통 등 사회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및 비영리 법인,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등을 공유단체와 공유기업으로 지정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공유단체 및 공유기업의 지정과 지원에 대한 심의, 그리고 공유 촉진정책 등에 대한 자문을 위해 서울특별시 공유촉진위원회를 설치·운영토록 했습니다.
 
#공유경제와 관련한 해외 선진사례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에서 시작한 ‘에어 비앤비’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공유하는 ‘에어 비앤비’는 매일 수만개의 방을 중개해 한 해 동안 192개국의 2만7,000여 개의 도시에서 100만명 이상 이용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집 카’는 현재 8,000대 가량의 차량을 보유하고, 회원수가 60만명에 이르는 등 이미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양한 도구와 공구들을 대여하고 단순한 대여를 넘어 그 이상의 기술을 공유하는 미국의 ‘툴 라이브러리’는 공공도서관에 설치된 것만 50여 개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공유경제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린 카’는 카셰어링, 즉 자동차 공유를 하는 기업으로 이미 6만2,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250여 대의 차량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비앤비 히어로’는 도시민박과 외국인 관광객을 연계하고 있으며, ‘코자자’는 한옥과 관광객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코업’은 1인 기업과 소기업을 위한 사무실 공유를 하고 있으며, ‘나룸’은 기업의 빈 사무실이나 회의실 등 유휴공간을 필요한 소기업과 공유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기업입니다. ‘키플’은 입지 않는 아동의류를 모아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아동의류 공유를 하고 있으며,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회원들의 책을 모아 온라인에 공개하고 필요한 사람 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집밥’은 식사를 같이 하며 관심사를 공유하는 소셜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더렌드’는 개인과 개인 간 물건을 공유합니다. ‘열린 옷장’은 사회 선배로부터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을 위해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벤처기업들이 공유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서울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일 것으로 사료되는 바, 서울시 주거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이에 더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차원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공유도시 서울’ 추진을 위해서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20개 사업을 우선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 중 하나인 ‘공유서가’는 각자 집에서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잠자고 있는 책들을 아파트 입주민 간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는 작은 도서관이 의무적으로 설치됩니다. 하지만 입주민의 이용이 활발한 곳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공유서가 사업은 작은 도서관이나 북카페 책꽂이를 입주민들에게 분양하고, 책을 가져다 놓으면 입주민들이 같이 돌려가며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1가구당 10권씩, 100가구만 참여해도 1,000권의 장서를 갖춘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끝으로 이번 사업 추진과 관련해 아파트 입주민, 입주자대표, 관리주체 등에 전하고픈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부탁하겠습니다.
서울의 인구밀도가 높은 것은 단점으로 많이들 거론되지만, 사실 공유문화를 활성화하는 데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는 공유문화가 활성화되기에 좋은 물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유문화가 확산되면 물건의 낭비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입주민 간 교류가 높아지고, 그동안 단절되고 분리됐던 관계도 회복하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점에서 아파트 입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공유서가 사업 등에 관심 있는 아파트의 많은 참여와 협조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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