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연구원 김 리 영 박사


 
 

지난 2010년 7월 6일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국토해양부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도입한 제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공동주택 관리 제도개선 성과평가 및 보완연구’를 주제로 주택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마련, 올해 5월 공청회를 개최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반영해 주택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로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 중에 있다. 공동주택 관리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주제발제자로 나선 바 있는 주택산업연구원 김리영 박사는 “2010년 7월 도입한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방안은 입주민의 자율을 지나치게 제약한 부분이 있어 부작용이 컸다”며 “이를 보완해 입주민의 선택폭을 넓혀 자율성을 확대한 것이므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바람직한 공동체문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1963년 ‘공영주택법’이 제정된 이후 공동주택 등 아파트 관리는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운영됐다.
김 박사는 “사적자치로 이뤄지면서 입주자대표회의와 주택관리사를 중심으로 운영된 아파트 관리제도는 동별 대표자 자리가 이권화되고 공사 계약 시 금품수수나 부녀회 등 자생단체의 잡수입 부정 집행 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입주자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한 틈을 타 부정과 비리가 횡행했다는 것이다.
이어 “일례로 서울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동대표 4명이 번갈아 입대의 회장을 하면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입찰공고 없이 특정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하면서 제도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관련주체 간 분쟁이 심화되면서 자체적인 관리규약만으로 관리에 대한 효율성, 형평성, 투명성, 전문성을 충족하는 데 한계가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동대표 선출과정, 각종 회계 비리 문제 등으로 잦은 분쟁이 발생하고 입주민의 신뢰도도 하락함에 따라 입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부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투명성 확보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2010년 7월 아파트 관리의 원칙을 사적자치에서 공공성 강화로 전환하는 아파트 관리 선진화방안을 마련해 입대의 회장 등의 직선제 선출, 동대표 임기 중임(2회 4년)으로 제한, 주택관리업체 및 공사업체 선정 시 최저가낙찰제 의무화, 관리비 회계감사 등을 도입한 바 있다.
 
 
 
2010년 관리 선진화 방안
오히려 또 다른 불씨 키워
 

김 박사는 하지만 “2010년 7월 제도개선 이후 국토부에 제기된 아파트 관리 민원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이러한 민원은 상당부분 다시 법적 소송으로 이어져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을 야기했고, 공동체 정신을 훼손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아파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방안이 지나치게 엄격한 강행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또 다른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원에서는 선진화 방안에서 핵심사항 중의 하나였던 최저가낙찰제에 대해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판결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야기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고,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주택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 과제를 위탁했다. 연구는 장성수 박사가 과제의 책임을 맡아 2011년 초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진행했으며, 공동주택 관리제도의 개선에 대한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보완, 발전시키기 위해 각계각층의 상충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도록 심사숙고했다.
 
 
 
선진화 방안 설문결과
제도개선 만족도 낮아
 

특히 2010년 7월 도입한 아파트 관리 선진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위해 관리사무소장과 입대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설문응답지가 회수된 전국 334건에 대해 분석한 결과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과 입주민의 참여율 제고 등에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제도개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있어서 ‘만족한다’ 또는 ‘매우 만족한다’에는 26.4%가 응답해 낮게 나타났다.
또한 획일적인 주택관리업체 선정, 복잡한 임원선출절차는 선진화 방안에 대한 평균 평가점수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박사는 “이미 직선제로 선택한 동대표자 중에서 입대의 회장을 다시 직선제로 선출해야 하고, 위탁관리업체 선정 시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관리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가격만으로 평가한다는 데 큰 이유가 있었다”며 “이는 입주민의 아파트 관리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2012년 공동주택 관리 개선방향
입주민 자율권 보장에 초점 맞춰
 

이러한 연구내용과 관련 전문가 및 단체들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김 박사는 “아파트 관리제도 개편 방향은 단기적인 차원에서는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010년 7월 도입한 선진화 방안 중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진화 방안의 근간인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 강화와 관련된 핵심원칙인 투표선출, 경쟁입찰, 대외공개는 현행을 유지하지만, 원칙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입주민 간 분쟁이 반복되는 강행규정은 입주민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관리규약으로 위임했다. 즉 현행 규정을 유지하면서 관리규약에 별도로 정하도록 선택폭을 넓힌 것으로 관리규약에 정할 경우 500가구 이상 아파트 회장·감사 선출 간선제 가능, 동대표 임기 중임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정보제공 등을 통해 입주민 간 자율에 의한 아파트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김 박사는 “아파트 관리업체를 전문화하고 이를 통해 아파트 관리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는 동시에 정부, 전문가, 입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해 아파트 관리상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필요한 자문을 제공하는 등 이를 통해 입주민 간 자율적으로 아파트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화규정에 대한 일부 우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방안의 조치로 2010년 7월 제정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약 2년 만에 개정됐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규제보다 사적자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했다. 개정된 지침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입주민의 참여와 자율적인 선택을 넓히는 내용과 지자체의 권한과 역할을 넓혀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일부 완화된 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물론 강화된 규제 조항을 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겠지만 입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 “과거에 비해 의식수준이 향상된 점과 지역별 환경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 관리는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입주민 자율로 해결하는 것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피력했다.
사실 동일한 지역이라고 해도 단지별 물리적 주거환경이나 인적 구성이 상이하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나 일률적인 규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해당 지역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를 통해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박사는 “정부도 공동주택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개선이 용이한 사안부터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지혜를 모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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