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방안의 조치로 2010년 7월 6일 제정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지침)이 지난 11일 시행된 지 약 2년 만에 개정됐다. 그동안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최저낙찰제 적용에 따른 폐해 등 지침 적용에 따른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격심사제를 도입하는 등 지침을 정비했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짚어본다.

 

총액관리비제 ‘사실상 허용’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행정예고한 지침 개정안에서 주택관리업자의 입찰가격은 위탁관리수수료로 하되 관리규약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총액관리비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견수렴과정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총액관리비 규정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지침상 규정돼 있는 위탁관리수수료에 대한 부분까지 모두 삭제 및 수정해 입주자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액관리비제 도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한발 물러섰다”며 “총액관리비와 위탁관리수수료 중 선택은 아파트 입주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 법무법인 소속의 A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위탁관리업체의 영세성, 자본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총액도급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당초 국토부의 개정안대로 위탁관리수수료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소수의 동대표가 선택하기 보다는 입주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관리규약에 별도의 규정이 있을 경우에만 총액관리비 제도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적격심사제 내년 1월 본격 시행
관리규약 개정해 평가표 조정가능

최저낙찰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적격심사제.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 적격심사제는 입찰의 비리를 막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입찰 참가업체의 업무수행능력, 기업신뢰도, 입찰가격 등을 평가 및 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적격심사제 도입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를 신설했다.
평가항목 및 점수는 아파트에서 조정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높였다.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 관리규약으로 정할 경우에는 평가항목 및 점수를 달리 정할 수 있되 평가배점은 총 100점으로 하고 입찰가격 배점은 30점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개별 아파트의 특성을 살려 평가항목을 조정하려면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아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반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적격심사제의 심사기준을 구체화하고 평가항목 중 입찰가격 배점의 비중을 현행 30% 보다 높게 설정해 최초 최저가낙찰제 도입 취지를 함께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계약체결자 ‘주택관리업자’
관리사무소장 권한↓ 책임↓

종전에는 위탁관리 아파트에서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직접 보수하는 공사 외의 사업자를 선정할 때에는 관리사무소장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리사무소장이 아닌 주택관리업자가 계약자가 된다. 국토부는 지침 제2조 제2호 중 ‘관리주체(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을 말한다)’를 ‘관리주체’로 개정했다. 주택법 제2조 제14호 다목에는 주택관리업자를 관리주체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관리현장에서는 찬반 입장이 나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주택관리사는 “최초 지침을 고시하면서 계약체결권을 관리사무소장에 위임해 수많은 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관리사무소장을 만인의 적으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안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계약의 체결권한을 입대의 고유권한으로 하고 체결하는 집행업무를 관리사무소장이 대리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지침 개정으로 관리사무소장의 권한이 축소된 것이 아니라 계약체결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주택관리사들도 상당수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관리사는 “계약주체를 관리사무소장에서 주택관리업자로 변경함에 따라 책임소재에 있어서는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만 주택관리사의 권한은 하락하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수의계약, 일반경쟁입찰로 한정
법원 판단과 다른 부분 일부 수정

이번 지침에서는 그동안 국토부의 유권해석과 법원의 판단이 달라 혼란스러웠던 부분에 대한 개선도 일부 반영됐다. 현행 낙찰자 결정방법을 보면 미응찰 등의 사유로 인해 2회차까지 유찰되면 3회차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반경쟁입찰의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렸고, 사법부에서는 지침에서 이를 명확히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한경쟁과 지명경쟁입찰방식 또한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해석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에서는 일반경쟁입찰이 2회차까지 유찰된 경우에 한해 3회차에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계를 분명히 했다.
또 종전 지침 별표1에서는 경쟁입찰의 종류로 일반경쟁, 제한경쟁, 지명경쟁입찰을 포함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서는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지명경쟁입찰을 한 것은 공개경쟁입찰이 아니어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해 혼선을 초래했다. 이에 개정된 지침에서는 ‘경쟁’입찰을 ‘공개경쟁’입찰로 바꿔 세 방식 모두 공개경쟁입찰에 포함했다. 또 제한경쟁입찰의 경우 종전 ‘사업실적, 기술능력, 자본금 등’의 제한에서 ‘사업실적, 기술능력, 자본금’의 제한으로 명확히 했으며, ‘5인’ 이상의 입찰참가 신청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을 ‘유효한 3인’으로 개정해 관리업계의 현실을 일부 반영했다.  
 
기존 관리업자 입찰 자격 제한
과도규제로 최종안서 제외돼

행정예고 당시에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과 관련 입찰공고에서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도록 공지했으나 참석하지 않은 자와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서면으로 교체를 요구한 기존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는 경쟁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규제심사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판단하에 삭제됐다. 이와 함께 지침 별표4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방법에서 잡수입 등에 대한 사업자 선정에 주민운동시설의 외부위탁을, 기타에는 보험계약을 포함했으나 최종 개정안에서는 이 부분도 삭제됐다. 
근거미비로 제외된 전자입찰제와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입주자 등 만족도 조사 평가와 관련해서는 근거를 명시한 주택법령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과정을 거쳐 시행되는 시기에 맞춰 지침에 세부적으로 다시 규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그 시행 시기를 10월 말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k-apt에 입찰공고 의무화
“편리성쪾즉시성 장애 우려”

입찰공고 게재 매체도 변경했다. 종전 지침에는 입찰예정일로부터 14일 전까지 전국 또는 지역의 일간신문, 전국의 공동주택 단지를 주된 보급지역으로 하는 주간신문, 주택관리 입찰전문 인터넷홈페이지 중 어느 하나에 입찰공고를 하도록 규정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에 하도록 개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일반 공사 및 용역의 입찰공고까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입주민이 자유롭게 공고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입주민의 관리비 저감효과에 비해 발주자 및 사업자의 편리성과 즉시성에 장애가 될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추가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후퇴?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방안이 전격 반영된 2010년 7월 6일 이후를 기점으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긍정적인 변화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에 비해 부작용이 많아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입주자들의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아파트 관리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동주택 관리제도의 긍정적인 변화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고 아파트 관리 관련 분쟁으로 인한 소송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만 전제된다면 지침에 불과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어겨도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지침에서 법원과 대치되는 부분과 미비한 사항을 일부 보완했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침의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계속될 경우 이를 둘러싼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계약주체 변경…업무 비효율성 초래”
대주관 관계자는 “관리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개선코자 하는 정책당국의 고민을 읽을 수 있으나 공동주택 관리의 의결과 집행의 합리화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의 선진화 내용이 일부 회귀한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특히 “종전에는 위탁관리의 경우  공사 및 용역 등을 선정할 때 계약체결을 포괄해 관리사무소장이 했으나 개정 지침에 의하면 주택관리업자가 계약주체”라며 “각종 계약에 대해 포괄적 위임이 안 된 경우라면 건별로 관리사무소장이 주택관리업자의 동의하에 진행해야 하는 등 업무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적격심사제 원칙 등이 정상적으로 시행되려면 관리현장의 의사결정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입주자 선택에 맡긴 총액관리비 환영"
이번 지침 개정안에 대해 전아연 측은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전아연 관계자는 “입주민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총액관리비와 위탁관리수수료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입주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국토부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두 방식 모두 폐해는 있을 수 있지만 적격심사제의 도입으로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용역의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계약자를 주택관리업자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며 이에 따른 법적인 책임도 주택관리업자가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주택관리협회
"적격심사제 평가표 조정…불법 조장 우려"
총액관리비제 도입을 주장해왔던 한주협 측도 총액관리비제가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현 상황보다는 개선됐다고 판단해 이번 지침 개정을 환영했다. 더욱이 “지침 제13조 제3항에서 주택관리업자는 4대 보험 가입증명서 및 계약이행보증금 또는 이에 갈음하는 서류를 입대의에 제출토록 한 것을 보면 총액관리비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적격심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대규모 위탁관리업체를 위주로 한 평가표라는 오해를 할 수 있으나 단서규정이 있어 소규모 업체도 이 범주에는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평가표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자가 편파적으로 불법을 조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등 적격심사제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계약자 변경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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