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 선진화의 일환으로 2010년 7월 6일 제정돼 시행된 국토해양부 고시 제2010-445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핵심은 최저낙찰제다. 이를 놓고 증폭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저낙찰제뿐만 아니라 선정지침과 관련된 공론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주택관리업계 관계자들은 “선정지침이 제대로 된 가닥을 잡지 못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의 유권해석과 상이한 사법부의 판단은 물론 같은 사안에 두고 내린 사법부 판단도 엇갈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 최저낙찰제 규정 어겨도 괜찮다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7월 입주민이 ‘최저낙찰제를 위반해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항고심에서 입주민의 항고를 기각했다. 입대의가 입찰참가업체들에게 위탁관리수수료 및 관리인건비를 제시케 한 후 두 비용의 합계액이 가장 낮은 업체를 선정한 것은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므로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서울동부지법은 2011년 10월 주택관리업자가 ‘입대의가 제시한 최저가 이하의 금액으로 입찰한 자사를 탈락시킨 것은 무효’라는 취지로 입대의에게 제기한 지위보전 및 권리행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입대의가 소위 덤핑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가격 이하의 금액을 제시한 주택관리업자를 탈락시켰다는 사정만으로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두 판단의 공통점은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입대의가 선정지침상 최저낙찰제를 적용토록 한 규정을 어겨도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 선정지침, 법규성 없는 행정규칙
서울서부지법은 2011년 9월 입주민이 ‘최저입찰가격이 동일한 주택관리업자가 2업체 이상인 경우 추첨으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함에도 입대의는 자체평가를 행한 점, 입대의가 입찰에 참가한 주택관리업자 등이 참석하지 않은 비공개 상태에서 개찰절차를 진행한 점 등은 선정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취지로 입대의와 주택관리업자에게 제기한 관리회사 선정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입주민의 주장은 선정지침에 명시된 내용과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감안했을 때 타당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대의는 현장설명회에서 주택관리업자들로부터 관리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입찰가격 등을 나름대로 평가했기에 객관성이 확보된 점, 입대의는 현장설명회에서 입주자 등이 입회한 가운데 개찰절차를 진행했기에 주택관리업자가 참석하지 않아도 투명성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입주민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입대의가 선정지침과 다소 다른 방법으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했을지라도 입찰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파트 측의 자율권을 존중해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북부지법은 2012년 5월 주택관리업자가 ‘주택관리업자 선정과 관련해 동일한 가격으로 입찰한 두 주택관리업자 가운데 추첨이 아닌 투표로 자사를 선정한 것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입대의에게 제기한 입찰절차 중지 등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주택관리업자의 주장은 선정지침에 명시된 내용을 고려하면 타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대의가 동일한 가격으로 입찰한 두 주택관리업자 가운데 한 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추첨이 아닌 투표를 진행한 행위는 입찰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아니다”라며 “선정지침은 주택관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법규성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 제한경쟁입찰에 관련된 해석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3월 ‘5인 이상이 참가한 제한경쟁입찰에서 한 업체가 입찰참가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더라도 입찰 자체는 성립한 것’이라는 취지로 입대의에게 제기한 입찰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서 “선정지침에서 제한경쟁입찰에 관해 규정하면서 ‘5인 이상의 입찰참가신청이 있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5인 이상의 업체가 입찰참가자격을 갖춰야만 입찰이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선정지침에는 경쟁입찰을 일반경쟁입찰, 제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로 구분하고 수의계약은 2회 유찰 시 3회부터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경쟁입찰의 종류를 일반경쟁입찰로 한정한다고 풀이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있었다.
대전지법은 2011년 4월 입대의가 ‘주택관리업자 선정 과정에서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경쟁입찰의 종류를 일반경쟁입찰로 국한해 적용해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기한 시정명령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2회 유찰 시 3회부터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선정지침 단서조항이 일반경쟁입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지자체장은 입대의가 제한경쟁입찰의 2회 유찰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주택관리업자를 재선정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도 2012년 5월 입대의가 같은 사안으로 지자체장에게 제기한 시정명령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대전지법과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 지명경쟁입찰에 관련된 해석
전주지법은 2012년 2월 입대의가 지자체장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선정지침 제12조 제3항의 단서조항은 지명경쟁입찰에도 적용되기에 입대의가 지명경쟁입찰 2회 유찰로 수의계약을 한 것과 관련해 지자체장이 내린 시정명령은 취소돼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는 제한경쟁입찰과 마찬가지로 지명경쟁입찰 역시 2회 유찰 시 3회부터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며, 선정지침의 단서조항을 일반경쟁입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해석하면 지명경쟁입찰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할 경우 미응찰 등의 사유로 수차례 유찰되더라도 다시 일반경쟁입찰을 선택하지 않는 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할 방법이 없으므로 이는 선정지침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일반경쟁입찰뿐만 아니라 지명경쟁입찰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입찰 대상업체를 지명해 경쟁입찰을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해서다.
지명경쟁입찰은 공개경쟁입찰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정도 있었다.
서울북부지법은 2012년 2월 입주민이 ‘관리규약에 의하면 주택관리업자의 선정은 공개경쟁입찰의 방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지명경쟁입찰방식을 통해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한 결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취지로 입대의 회장에게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서 “선정지침은 경쟁입찰의 방법을 일반경쟁입찰, 제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로 구분하면서 일반경쟁입찰, 제한경쟁입찰에 대해서만 공개경쟁입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관리규약의 취지는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함에 있어 일반경쟁입찰 또는 제한경쟁입찰만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 등록자본금 관련 엇갈린 판결
대전지법은 2011년 9월과 2012년 6월, 그리고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2011년 12월 선정지침상 주택관리업자 등록자본금에 대한 규정과 관련해 ‘선정지침에서는 등록자본금을 금융기관에 예치된 3개월간 평균 임금잔액에서 일정한 부실자산을 제외한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택관리업자가 부실자산을 제외하고 보유한 금액이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충족하지 못한다면 관리계약은 무효’라는 동일한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와 엇갈린 재판부의 판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고법은 2012년 6월 동대표가 입대의와 주택관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위·수탁계약 효력정지 및 관리업무 중지 가처분신청 항고심에서 동대표의 항고를 기각했다. 선정지침 제10조 제8호는 상법상 추상적 개념인 자본과 회사의 경영상태에 따라 항상 변동하는 구체적·가변적 개념인 재산의 개념을 동일시하는 것으로서 논리적 타당성이 의문스럽고, 선정지침은 그 법적 성질이 단순한 행정규칙에 불과해 채무자들이 설령 이에 위반하는 낙찰 결정을 했더라도 당연히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서다.
 
◆ 선정지침의 법적 효력에 관한 문제
이와 관련 법무법인 산하 오민석 변호사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선정지침에 대한 법적 효력이 문제되고 있다”며 “입대의 또는 관리주체가 선정지침에서 정한 업체선정의 절차를 위반했을 경우 사법상 효력이 부인돼야 하는가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정지침이 단순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면 법원은 선정지침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입찰 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의 침해가 현저한지, 절차위반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입찰 또는 계약을 무효로 봐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며 “반면 선정지침이 주택법 및 동법 시행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법규보충적 행정규칙으로서 그 자체로 법규성을 띠고 있다면 선정지침을 위반한 입찰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 선정지침을 보는 사법부의 시각
오 변호사는 선정지침을 보는 사법부의 시각에 대해 “국토부 고시가 시행되던 초기 법원에서는 선정지침을 법규보충적 행정규칙으로 보고 법규성을 인정한 전제 하에 선정지침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경우 입찰과 그에 따른 계약을 무효로 봤지만 점차 법규보충적 행정규칙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으로 보려는 경향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의 효력은 사적계약의 주체인 해당 입대의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입대의가 낙찰자를 선정함에 있어 입찰과정에서의 하자가 투명성·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하고 누가 보더라도 낙찰자 결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해 이뤄진 것임이 분명한 때 등 낙찰을 무효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 해당해야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 사법부 판단 감안해 선정지침 개정돼야
그렇다면 선정지침 개정과 관련된 오 변호사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국토부 및 일선 지자체들은 선정지침의 효력을 존중해 행정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입대의 등에게 선정지침에 따를 것을 지도·감독하고 위반 사례 발생 시 시정명령 등을 내리고 있다”며 “행정관청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지만 행정처분 기준과 법원의 판단 관점이 다르다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입대의, 관리주체, 주택관리업자 등이 양산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법원의 판단이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행정관청의 행정처분과 다른 결론을 도출한다면 해당 사안을 일반화하거나 선정지침의 개정 등을 거론하는 것은 무리”라며 “허나 현재 법원 판결의 흐름은 사실관계의 해석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선정지침의 법규성 인정여부에서 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변호사는 또 “다른 여러 행정분야에서도 행정규칙은 사법부의 판결내용을 반영해 개정과 세분화 등이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므로 선정지침 또한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해 적절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선정지침이 법규성 없는 행정규칙이라는 전제 하에 법원이 입찰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침해라는 독자적 기준에 따라 판결을 하는 것은 이미 무시할 수준의 소수 사례가 아닌 커다란 흐름으로 돌이키기 어렵게 됐다”고 강조했다.
 
◆ 선정지침 해석 역시 사법부 따라야
오 변호사는 선정지침의 개정뿐만 아니라 해석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토부는 선정지침의 해석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며 “2회 유찰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입찰의 종류와 관련해 국토부는 법원의 판단과 달리 일반경쟁입찰의 경우에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지침이 입주민의 계약자유를 제한하는 기능을 하므로 되도록 제한해석해야 한다는 법률해석의 일반원칙으로도 국토부의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에 더해 법령의 최종적 해석권한이 사법부에 있으므로 선정지침의 해석과 관련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판단이 다르다면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선정지침 개정 나선 국토부
이러한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6월 11일 주택법 시행령 및 동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 7월 25일 선정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대한 주요내용은 ▲주택관리업자 및 용역업체 선정 시 적격심사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입주민이 별도로 관리규약에 정하는 경우 최저낙찰제 또는 최고낙찰제 적용 가능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위탁관리수수료로 입찰하되 입주민이 관리규약으로 정할 경우 총액관리비로 입찰 가능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입주자 만족도 평가 ▲주택관리업자 및 용역업체 선정 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을 통한 전자입찰 의무화 ▲주택관리업자 및 공사·용역업자 등 입찰공고와 관련해 긴급한 입찰로 의결한 경우나 재공고 입찰의 경우 7일 전까지 공고 가능 ▲입찰과 관련해 물품·금품·발전기금 등을 입주자, 사용자, 입대의(구성원 포함), 관리주체(관리사무소 직원 포함) 등에게 제공한 자, 입찰공고에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도록 공지했으나 참석하지 않은 자, 입주자 등 과반수가 서면으로 교체를 요구한 기존 주택관리업자도 입찰 참가 제한 ▲입찰에 참가하는 주택관리업자가 제출해야 할 서류 중 ‘등록자본금의 보유금액 증명서류(부실자산을 제외한 3개월간 평균 임금잔액)’ 삭제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이 가능한 입찰을 일반경쟁입찰로 제한 ▲제한경쟁입찰과 지명경쟁입찰은 유효한 3인 이상의 입찰참가 신청이 있어야 성립 등이다.
 
◆ 선정지침 개정안, 합리적 대안 될 것인가
국토부 관계자는 선정지침 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주택관리업자나 각종 공사, 용역 등 사업자 선정 시 일부 현실과 맞지 않는 강행규정은 또 다른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도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국토부 관계자의 말처럼 현재 내놓은 개정안이 그간의 분쟁을 해소시키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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