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철 민 안산시장


 
정부는 지난 2010년 주택법 등 개정을 통해 지자체로 하여금 안전의 사각지대로 불리던 소규모 공동주택의 안전점검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해 전국 최초로 안산시가 이를 주택조례에 반영했고, 소규모 공동주택의 안전에 대한 관심은 안양시, 경상남도, 대구시, 경기도, 서울시 등으로 이어졌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좋은 도구를 갖고 있어도 사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안산시가 물꼬를 텄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 6월, 안산시는 또 한번 공동주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주체가 자발적으로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실천을 서약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75만 안산시민의 주거문화 개선을 위해 언제나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하는 안산시 김철민 시장을 만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25일 전국 최초로 안산에서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 선포식이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의 내용 및 취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우리나라 전통가옥은 한옥입니다만 이제는 특별히 법으로 보전토록 한 곳이나 그림으로만 볼 수 있을 뿐 도시는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급속도로 보급돼 도시 사람 10명 중 6~7명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는 아파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한 뼘의 콘크리트 벽 사이를 두고 이웃 간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이 없는 곳으로 대변되는가 하면 전국 모든 아파트마다 입주민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 안산시 아파트 단지들도 전국적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파트 입주민 간 분쟁으로 인해 도시주거문화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75만 안산시민을 대변하는 민선 5기 시장으로서 안산의 도시주거문화 개선을 위해 이번 행사를 갖게 된 것입니다.
행사 내용이 특별했던 것은 안산시와 아파트 관리의 전문가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안산지부, 그리고 NGO 단체인 안산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가 공동주최했다는 점과 아파트 단지 내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장이 청렴서약서에 서약하고 안산시장에게 실천 선서를 한 점입니다. 이에 안산시도 분쟁 없는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습니다. 실천서약서에 서명한 아파트 단지는 실천서약서와 안산시장의 선언문을 액자로 만들어 아파트에 걸어 놓고 실천토록 할 것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는 큽니다. 입대의와 주택관리사로서 공동주택 관리전문가인 관리사무소장 상호 간에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서약하고 실천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안산시가 이를 격려하고 지원할 경우 그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아파트는 물량보급 정책 그 이상으로  주거문화에 대한 정책에는 지극히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우리 안산시는 아파트 문제가 입주민만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도시의 주거문화 시책을 펼친다는 인식으로의 변화를 통해 전국에서 가장 분쟁 없는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안산시는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동주택 안전점검 지원을 위한 주택조례 개정 등 주거문화 개선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준공된 지 20년이 경과한 주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점검 관련 제도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상대적으로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의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안산시는 지난해 하반기 전국 최초로 관내 197개 단지 중 36개 단지를 대상으로 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올해 상반기 역시 1억원을 확보하고 20여 개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 용역을 발주해 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안산시는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안전관리에 취약한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함으로써 시민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안산시의 공동주택 관련 현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어느 도시나 같은 문제겠지만 노후한 공동주택 단지의 재건축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정비사업과 공동주택 아파트 단지 내 도로포장공사 등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보조금 지원사업을 골자로 하는 ‘공동주택 지원사업’입니다. 아울러 아파트 입주민 간 분쟁에 따른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앞으로 추진코자 하는 정책 또는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지원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토론회에서 제시된 ▲유명무실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선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전문가 재능기부에 의한 아파트활동 지원 ▲입대의 신규 구성 시 운영에 관한 교육지원 ▲공동주택 관련 전문가(주택관리사 등) 채용 ▲분쟁사례집 및 입대의 운영 매뉴얼 제작 보급 등 대안들은 관련 부서에서 충분히 검토해 적극 수용함으로써 분쟁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책으로 반영토록 할 것입니다.
특히 안산시는 분쟁이 없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각종 시책을 통해 적극 지원하는 반면 분쟁 단지는 지원대상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아파트 자체적인 분쟁해소 노력을 유도할 방침입니다. 물론 노후화된 공동주택 단지의 재건축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정비사업과 공동주택 아파트 단지 내 도로포장공사 등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보조금 지원사업에도 적극 예산을 확보해 지원할 것입니다.
 
 
#적격심사제 전환, 총액관리비 적용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정책 변경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면?
안산시의 아파트 단지 내 분쟁민원을 분석해 보면 정부가 제도를 잘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최저가낙찰제 도입의 경우 입찰에 따른 비리 척결과 관리비를 절감시키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선의적 측면보다 과당 경쟁에서 오는 부작용이 더 우려됨에 따라 적격심사제를 병행하는 등 최저가낙찰제의 개선 필요성을 느낍니다.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저렴한 비용을 내세우기보다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고려를 우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적격심사제에 대한 일정의 가이드라인 또한 제시돼야 할 것입니다.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관리용역과 경비, 청소, 소독용역까지를 포함한 포괄입찰제, 즉 총액관리비 적용은 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절감효과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역시나 입찰경쟁에 따른 부적절한 인력관리와 저임금으로 인한 아파트 입주민 서비스의 질이 악화될까 우려됩니다. 따라서 비용절감 그 이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고 있으므로 아파트 관련 전문가는 물론 관심이 있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좋은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아파트 입주민, 입주자대표, 관리주체 등에 전할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근 열린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니 아파트 단지마다 각종 분쟁이 다반사인데 그 중 눈에 띄는 점은 동대표 선출이 평균적으로 20~30%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일 뿐만 아니라 동대표 간 분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그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파트 입대의가 입주민의 대표기구로서 아파트 단지 내 모든 일에 가장 솔선하고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논리와 이해관계에 앞서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입주민들에게 모든 부분을 알리는 공개성을 최우선해야 합니다. 즉 아파트 단지 내 분쟁도 소통이 부족해 생기는 것으로서 입주민 간, 단지 내 단체 간 소통을 잘 유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이웃이 있어 살기 좋은 아파트’는 건설회사가 고급 건축자재로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 내 입주민, 입주자대표, 관리주체, 통·반장 등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도둑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아무도 모를 때 생기기 쉽습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무관심과 참여의식 결여는 아무도 보지 않는 것, 아무도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있을 때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존중은 입주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므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상당 수 아파트에서 입주민 간 분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없이 잘하고 있는 아파트들도 많습니다. 잘하고 있는 아파트에는 힘찬 격려의 박수와 함께 더욱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달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한국아파트신문사도 아파트 관련 전문지로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정론직필해 주시고, 말 그대로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데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이를 통해 더욱 번성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