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 윤 범 진 회장



지난 1일 서울에서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거율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노원구의 한 폐자재 수집상을 찾았다. 그곳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 준 사람은 20여 년간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헌신해 온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 윤범진 회장이다. 그 자신도 힘없는 임대아파트 입주민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윤 회장.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지난 20여 년간 윤 회장이 써내려온 일기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핍박과 이를 이겨낸 투쟁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윤 회장은 “오랜 기간 시민운동을 해오면서 어떤 권력이나 제도적인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주위의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기에 그런 시선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 임대아파트 입주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윤 회장의 역사가 담겨 있는 일기장을 꺼내어 보자.
 
 
 
#임대아파트 관련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만 제 자신도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입주민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던 중 주택관리사 공부를 하게 됐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이론이 쌓이면서 관심이 더 커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임대아파트는 일반 분양아파트와는 사뭇 환경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양아파트는 ‘내 집’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어 어떤 권리를 주장하거나 이에 따르는 책임을 다 하는 데 다른 여지가 없지만 임대아파트는 그런 점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임대아파트 입주민은 대부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약자로 구분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제가 나설 수 있었던 것 같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민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시민운동을 해 오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아무래도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바쁜 사람들입니다. 달리 보면 입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부르짖는 것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이유로 제가 읍소했던 주장들이 일부 선동세력들에 의해 매도되고, 저를 뒷돈이나 챙기는 사람쯤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입주민도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지금에 와서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런 오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저도 폐자재 수집상을 하면서 녹록치 않은 형편이지만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었기에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민운동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 일에 대해 보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적 제안을 하고, 관계기관에서 이를 수용토록 촉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지만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본다면?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는 지난 2월 지금의 명칭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전까지는 ‘임대아파트주거복지시민운동연합회’라는 이름으로 10여 년간 활동을 이어 온 바 있습니다. 우리 연합의 활동은 크게 ▲임대아파트 주거복지 개선모델 수집 및 대정부 건의 ▲임대아파트 입주관리 분쟁 해소 ▲임대아파트 주거관리실태 모니터링 ▲임대아파트 주거환경 청결운동 전개 ▲임대아파트 불우이웃 자녀 장학금 사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관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임대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영구임대아파트 수급권 탈락 입주민 대책 집회’, ‘공공임대주택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 ‘광역 관리 개선방안 토론회’, ‘미래 임대주택 선진화 방향 워크숍’ 등을 개최, 임대아파트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01년에는 임대보증금 인상분 3회 분납 주장을 관철시켰고, 2004년에는 SH공사의 불법거주배상금 부과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등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에 연탄 및 장학금을 전달함으로써 나눔문화의 실천에도 일조한 바 있습니다.
 
 
#현행 임대아파트 관리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입주 및 퇴거, 분양전환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행 관리체계로 인해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 분양아파트에서도 관리비 문제는 가장 민감한 부분일 수 있는데 하물며 경제적 취약계층이 대부분인 임대아파트에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 같은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은 현행 민간위탁 관리체계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7년 SH공사가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 절감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한 통합관리센터의 경우 오히려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지역 8개 권역에 각각 설치된 통합관리센터는 본연의 임대업무와 함께 전용부분에 대한 관리업무를 센터에서 맡고, 공용부분 관리는 위탁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관리체계가 이원화돼 있어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은 물론 책임감 있는 관리업무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아울러 위탁업체에 소속된 관리사무소장의 경우 일부 임차인대표와의 결탁을 통해 단지 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이원화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경우 현재처럼 위탁운영이 불가피하지만 관리사무소장은 SH공사 직영관리로 전환할 것을 제안코자 합니다. 그래야만 관리의 공공성 확보는 물론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리사무소장에 한해 직영관리로 전환할 경우 연간 관리비를 120억원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관리사무소장을 SH공사 소속 계약직으로 임명하는 부분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서울시가 출자해 임대아파트 종합관리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아파트의 일반관리는 물론 경비, 청소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업무처리의 일관성을 유지코자 함입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현행 전면 민간위탁관리제도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행 제도는 민간위탁회사가 입주민 관리 평가를 근거로 일부 입주민들과 결탁해 연장(수의)계약을 하고 있어 이에 따른 병폐가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2년 단위로 아파트 관리회사를 공개경쟁에 의한 전자입찰방식으로 선정해 단지 내 비리를 척결해야 합니다.
 
 
#이 밖에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앞서도 말했지만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번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허울뿐인 공약을 남발하며 이들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선동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옛 말에 세치 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선만을 목적으로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망정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관행이 되풀이 된다면 우리 연합에서도 이대로 좌시하고 있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아울러 정부와 서울시, SH공사 등 관계기관에 대해서도 임대아파트 공급 본연의 목적을 잊지 말 것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SH공사가 공급하고 있는 국민임대아파트, 즉 시프트의 경우 정작 임대아파트를 공급받아야 하는 취약계층보다는 이른바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끝으로 본지를 비롯해 임대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자대표, 관리주체 등에 전할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우리 연합의 일거수일투족에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한국아파트신문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시민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 연합은 말 그대로 언론이 키워준 단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아파트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관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보다 공정하고 청렴하게 각종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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