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신 현 준 선임연구위원


 
 
"생명을 담보로 미적 감각만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각종 건축물이 초고층화·대형화되고 도로·터널 등 각종 지하구조물이 증가하면서 화재안전에 대한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우신골드스위트 오피스텔 화재 등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고 이에 대한 국민 복지 차원으로 화재예방에 대한 안전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건물, 상가 위주로 나던 화재피해가 점점 건물의 초고층화·대도시화로 인해 아파트, 차량, 학교 등으로 점점 우리 생활과 밀접한 시설물로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고 화재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마련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종합화재안전실험연구센터 신현준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향후 우리나라 아파트 등 초고층 건물의 화재안전예방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우효섭)은 현재 건설교통기술평가원에서 지원하는 건설교통 R&D 사업의 일환으로 초고층빌딩의 화재안전 확보를 위한 피난, 연기제어, 내화분야의 기술개발을 수행 중에 있습니다. 이에 건기연 화재안전연구센터에서는 각종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연구와 시험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그동안 축적된 연구·시험성과를 바탕으로 시험업무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정비해 업무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재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서 시험 및 분석의 영역을 다양화하고 시험결과의 신뢰성을 확고히 하는데 중점을 둬 고객 만족도의 향상과 스스로의 가치를 재창출하는데 주력하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평가 및 기술적 지원을 활성화하는 등 화재안전에 있어 국가 화재안전기술의 제고 및 선진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습니다.
 
 
 
건기연에서는 지난달 선형조인트 시스템 내구성 시험 장치를 비롯, 제연시스템과 강화플라스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방화문을 만드는 등 고층건물 화재 시 유용한 시스템들을 많이 개발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시스템들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선형조인트 시스템 내구성 시험장치는 고층건축물의 경우 외벽은 대부분 투명유리, 반사유리를 사용한 외벽 마감재인 커튼월 시스템이 장착되는데 커튼월 시공 시 바닥 슬래브와 커튼월 시스템 사이 선형의 틈이 발생돼 화재 시 이 틈을 통해 상층부로 화재 확산이 이뤄집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화충전구조(선형조인트)로 틈을 메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초고층 건축물 특성상 상시에도 건축물의 거동(원인: 열, 바람, 지진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거동으로 내화충전구조의 내구성이 저하됩니다. 지금까지는 선형조인트의 내화시험 시 이러한 거동에 대한 시험 없이 내화성능만을 측정했으나 초고층 건축물의 커튼월 시스템에 적용되는 선형조인트의 경우 건축물의 거동을 감안한 내구성 시험을 실시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와 더불어 방화문은 고층아파트의 경우 발코니 확장,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피난 사다리 미설치, 실내에서의 화재 시 목재문으로 인한 화재로 인명피해 우려가 높은 상황에 있어 이를 예방하고자 개발하게 됐습니다. 방화문은 불연성시험, 콘칼로리미터시험 및 가스유해성 시험에 모두 통과했으며, 최대 30분간 외부의 화염 및 열로부터 실내를 보호해 소방차가 도착해 구조하는 통상적인 시간인 17분 이상 입주민을 화재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화재가 났을 경우 사람들은 부속실을 거쳐 피난계단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부속실은 공기 압력을 높여 연기 진입을 막게 되는데 일정한 압력을 유지해야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제연시스템의 경우 압력 문제로 피난 문을 안쪽으로 열 수 없거나 부속실로 연기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으나 새로이 개발된 지능형 제연시스템(분리급기형 급기가압 제연시스템)은 부속실 문이 닫혔을 때와 문이 열렸을 때 압력 변화를 감지하고 각각의 공기를 분리·공급하도록 만들어 일정하게 압력을 유지시킬 수 있고 연기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점을 갖고 있어 화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들이 모든 초고층 아파트나 건물에 적용된다면 이후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지?
선형조인트 시스템 내구성 시험장치를 통해 초고층 건축물의 거동에 의한 선형조인트의 내구성이 검증된다면 한층 강화된 내구성과 내화성능을 확보해 상층부로의 화재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고령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늘고 맞벌이 가구의 증가에 따라 어린이들만 있는 주택에서의 화재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개발된 차열방화문은 노약자 거주 아파트의 화재 시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함께 지능형 제연시스템 실용화로 고층 건물 화재 시 인명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으며 관련 산업체와 함께 이를 상용화한다면 특허권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부산시 해운대구 우신골드스위트 오피스텔 화재 사고를 계기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소방특별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대한 생각은?
화재 예방적 측면에서는 소방시설의 적정관리 및 화재 취약요인 사전 제거를 위해 고층건축물에 대한 특별소방검사를 실시하고, 연소 확대방지를 위해 설치된 층간, 가구 간 방화구획 적정관리 여부와 (특별)피난계단의 적정관리 여부를 중점 확인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지속적인 안전관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16층 이상 주상복합건축물을 대형화재 취약대상으로 지정 특별 관리하고 건축물의 관계자에 대한 자율 방화의식 제고를 위한 초고층 건축물 관리 대표자회의 및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원활한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를 위한 소방활동 여건 조성을 위해 소방차량 진입로 확보 및 전용 활동공간을 확보, 맞춤형 인명구조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초고층 건물의 화재예방에 대한 기술수준을 평가한다면?
현재 설계엔지니어링분야는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이들이 해온 기본설계를 갖고 국내 법규 등 기준에 맞춰 실시설계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핵심기기들 중 특히 통합관리제어시스템 구축분야는 외국 몇몇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국내의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신뢰성 및 인지도 측면에서 크게 열세에 놓여 있는 것과 더불어 실험시설의 미비, 낙후로 인해 선진국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분야별로 차이가 있지만 초고층 건물의 화재예방에 대한 기술은  40~70% 수준 정도입니다.
국내의 경우에는 화재안전을 위한 실험은 매우 단편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기준자체가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자들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기연에서는 화재안전기술의 선진화를 위해 실물화재실험, 건축부자재의 방내화 실험, 각종 건축·차량 구성자재의 연소특성 및 가스방출 특성실험, 건축자재와 소방설비와의 연계실험 등이 가능한 선진국 수준의 종합화재실험동을 구축했고 이에 앞으로의 화재예방 기술수준은 더 선진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는 화재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된 시스템과 예방교육이 없어 큰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에 최근 ‘초고층 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인데 초고층 화재 예방을 위한 기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초고층 건물은 특수시설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종 화재안전관련 기술들의 신뢰성과 성능을 평가해 안전의 최적화 측면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PBD 적용 관련 각종 기술들의 최적화 설계 및 엔지니어링기술 분야, 각 적용기술의 종합적인 안전성을 평가해 시스템 구성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화재위험성 평가기술, 통합제어관리기술, 피난안전성 확보기술, 연기제어기술, 피난장비 및 제조기술 분야 등이 더 세분화되고 체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초고층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 등에게 전할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해야 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미리 확인하는 것도 재해 및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입주하기 전 안전시설이 꼼꼼히 돼 있는지 확인해보고 입주 후에도 같은 재료를 써서 완공을 했는지 등을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방화문, 감지기 등 법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시설들이 제 기능을 확보하고 있는 제품으로 설치됐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봐야 하며 주기적인 안전점검 및 유지관리 등의 합동점검이 필요합니다.
또한 입대의와 관리주체는 유사시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자발적인 입주민 참여 교육 및 주기적인 홍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입주민들은 내부 인테리어와 같은 구조변경 등으로 당초 시공된 시설이 훼손돼 유사시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내부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비용사용을 꺼리지 않으면서 안전시설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합니다. 아무리 보기에 좋은 내부라 할지라도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또한 아파트 등을 건축한 건축주들의 의식개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가족이 사용하는 곳이라 생각하고 좋은 재료, 검증된 재료를 갖고 좋은 설계를 통해 화재에도 안전한 건물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안전시설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규정개정에 대한 제도개혁 과정에서 안전시설에 대한 추가비용은 인정하도록 하고 안전시설 및 안전기준의 강화가 필요한 관련규정 개정에 대해 일부 원가상승을 이유로 규제를 완화토록 하는 것은 재고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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