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노동당 홍 희 덕 의원



 
관리·감독할 수 있는 보완·제도적 근거 마련

 

치솟는 물가에 가계 빚 상환에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대한 불안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쟁이 불거져 나온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본래 임금과 같은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자주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개별근로자와 사용자 간에는 그 힘의 차이로 인해 대등한 교섭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기준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양측의 입장을 대변해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2012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동계가 5,410원 인상안을, 경영계가 동결안을 제출한 가운데 노사공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노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양측이 주장하는 최저임금의 인상, 최저임금의 동결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법이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이 되고 있는지 여부가 아닐까? 지켜지지 않는 금액을 마련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에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을 만나 법안 발의 배경과 취지를 비롯, 향후계획을 들어봤다.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이러한 법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과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에 비교했을 때 말 그대로 최저임금일 뿐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기 힘듭니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된지 24년이 지났지만 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영향률(전체 근로자중 최저임금 수혜 근로자)이 12.3%인데 반해 최저임금 미만률(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11%에 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 때문입니다. 지난 24년간 수십만 건의 최저임금 위반 사건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 5건, 사법처리는 85건에 불과합니다. 실례로 위반 사업자가 100원, 200원씩 미달해서 근로자들에게 체불한 임금이 1,500만원에 육박해도 벌금은 100만원도 되지 않습니다.
또한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미지급 받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더라도 복잡하고 불편한 절차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에 관한 해결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고를 하게 되면 자신의 사장과 얼굴을 맞대고 고용조건, 임금, 노동시간 등의 사실을 다퉈야 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받아내기 위해서 고생을 하느니 포기하고 다른 일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24년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왔지만 그 과정이나 내용은 한 번도 국민에게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비공개로 운영돼야 한다는 근거는 그 어느 곳에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 공개를 명시함으로써 그 투명성과 기능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로 최저임금의 현실화와 강력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저임금 문제가 11%에 달하는 근로자들만의 문제점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민의 의식이 점차 고양됐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도와 관리·감독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돼 이번 법안을 발의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번 개정안의 주요한 내용은 ▲최저임금액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일정한 양식을 갖춰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면 그 차액을 고용노동부에서 바로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그 금액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용자에게 대위해 받아내는 것(제7조의 2, 제7조의 3 신설)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의 공개(제17조의 2 신설) ▲단순히 회의록을 작성해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시민 누구라도 회의를 방청할 수 있으며 국회의 여느 회의와 마찬가지로 방송중계까지 가능토록 하는 것(제17조의 3, 제17조의 4 신설) ▲더불어 일자리가 없는 고학력 청년들을 대거 고용해 최저임금만을 담당하는 최저임금 감독관을 새로 설치하는 것(제26조의 2 신설) 등 입니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방안이나 최저임금이 나아갈 방향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불안해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사실상 그런 부작용 사례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문제되는 면을 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문제를 당면치 않고 외면하면서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명제가 참이 되는 유일한 경우는 ‘최저임금 두 배 인상’과 같이 최저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인상되는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최저임금의 인상은 물가상승, 실업문제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전 세계 학계의 공통적인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의 몇몇 학자들이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최근 몇 년간의 고용과 최저임금 인상을 연관시켜 실증적 연구를 통해 ‘감단근로자의 최저임금과 고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 시기에는 CCTV 설치와 자동화가 사실상 고용의 주요 변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키로 하고 만약 금액이 높아 고용이 불안정하게 된다면 감단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는 공동주택(서민 임대아파트, 저소득층 아파트 등)에 대해 국가가 고용할 수 있는 차액을 지급하는 등의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최저임금을 관장하는 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수십 개의 연구용역을 각 대학에 내려보내곤 합니다. 그렇게 수십 년간 쌓인 결론은 ‘오히려 최저임금의 인상은 시장에서 고용을 창출하며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였습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우리나라와 선진국 재계의 주장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선진국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비정상적이다’에 기준을 두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라고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준수와 제외자 등을 포함한 사각지대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리가 최저임금에 대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를 제대로 보완해 나가는 것입니다.
재계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실제로 가능토록 노동 유연성을 일정하게 보장하되, 대신 이로 인해 생기는 실업 등의 문제를 국가의 지원과 개입으로 해결하면서 전체적으로 임금수준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개편해 나가는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향후 최저임금 법률과 관련한 정책 및 추진방향은?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액 결정 수준, 최저임금 결정 과정, 최저임금의 준수 여부, 최저임금 위반 시 처벌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관해서는 여당의 반대로 17대 국회 이후로 단 한 번도 법개정이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올해 최저임금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환노위 야당 의원 사이에 최저임금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양대 노총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직전에 야당과 양대 노총이 모여 ‘최저임금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19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이 될 것입니다.
 
 
 
#최저임금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필요한 것이 있다면?

최저임금법은 그 자체로는 훌륭한 법입니다. 하지만 시행하는 24년 동안 정부는 단 한 번도 그 구체적인 적용에 대해서 신경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는 한 번도 제대로 질타받은 적이 없습니다. 국민들은 ‘최저임금법을 시행한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기에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 10%의 근로자들은 최저임금법이 있는지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일자리에 위협을 받을까봐 그 당위성을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시행된 적 없는 24년 역사의 최저임금법의 유명무실함을 깨닫고 이제라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국민 스스로가 틀린 것을 주장하고 요구해 소외된 계층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또한 근로자들 역시 스스로 당위성을 갖고 관리·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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