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친환경건축연구센터 박 상 훈 박사


 
금융지원체계 개발해 기존 공동주택 질 향상해야 할 때

주택보급률이 110%에 달할 만큼 대한민국의 주택정책이 공급 위주로 이뤄졌다는 것은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외국의 경우 주택의 수명을 최대 130년까지 보고 유지관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2년으로 그 이후에는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때문에 유지관리라는 개념이 생소하며 필요성도 낮고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한양대 친환경건축연구센터 박상훈 박사는 “세계적으로 에너지절감 등 녹색정책 추진으로 신축에서 기존주택 재이용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며 “주택생산이라는 패러다임에서 기존주택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택정책 자체에 유지관리를 위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주택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택관리도 커뮤니티 성격이 대부분으로 유지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박사는 최근 공동주택의 유지관리 촉진을 위한 론 프로그램 구축방향, 유지관리 전문인력 육성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통해 본격적인 유지관리시대에 대비해 공동주택 현장에서 필요한 방안에 대해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유지관리와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함에도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연구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부터 집을 주거가 아닌 재산으로 인식하는 의식부터 바꿔야 유지관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공급에만 치중한 국가정책
유지관리 전문인력 육성 절실

 
현재 공동주택 정책은 공급에만 치중하고 관리는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소홀해 사회·경제적 손실과 국가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유지관리를 위한 대책마련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박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유지관리 연구기법과 관련해 연구했고 유지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했다”며 “일본 동경대에서 박사과정 논문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유지관리 분야를 비교하려 했으나 우리나라는 전무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지관리와 관련한 론 프로그램, 전문인력, IT시스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의 유지관리계획 등을 공동주택과 접목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우선 박 박사는 공동주택 유지관리 전문인력 육성과 관련해 “서울의 공동주택 또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건설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유지관리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육성이 절실한 실정”이라며 “일본의 경우 2006년 주생활기본법 제정으로 국가 주택정책이 신축정책에서 기존주택의 유지관리정책으로 전환돼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지관리자격이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또한 유지관리자격을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구분해 맨션관리센터는 국가자격인 맨션관리사(맨션관리조합에 대한 상담·조언·지도 등)를, 고층주택관리업협회는 국가자격 관리업무주임자(맨션관리 매니지먼트 업무)와 민간자격인 구분소유관리사(건물의 기획·설계·운영 등에 대한 종합적 매니지먼트), 맨션유지수선기술자(맨션에 대한 조사진단·수선설계·컨설팅·공사관리 등)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설비유지보전추진협회는 건축·설비종합관리기술자(소유자를 대신해 관련 전문기술자의 매니지먼트 업무), 건축마감진단기술자(건물의 비구조부의 정기적 진단·임시진단·건축마감재의 보수 등), 건축설비진단기술자(건축설비에 대한 물리적 노화진단 등)를, 일본건축방재협회는 특수건축물 등 조사 자격자(공공건축물의 정기점검)가 있다.
자격의 수료조건은 국가자격은 시험만으로, 민간자격은 일정기간 코스와 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며 모든 자격은 5년마다 갱신을 실시하고 갱신 시 계속교육을 받아야 한다.
 
 
 
주관사, 행정·기술 등 업무 광범위
유지관리 전문화 및 업무범위 한정해야

 
우리나라의 유지관리자격은 국가자격인 주택관리사를 운용하고 있으며 행정부터 기술업무까지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시험만으로 자격획득이 가능하며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시점부터 일정 기간 내 법정교육을 받으면 별도의 자격갱신과 계속교육은 없다.
박 박사는 “주택관리사는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님에도 기술적인 부분도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막대한 공동주택 가구 수 및 삶의 다양성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자격개발과 더불어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의 총괄적인 관리업무에만 집중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고층 공동주택이 많아 건물 및 설비의 안전체크와 관리조합의 원활한 운영, 상담에 대한 자격개발이 우선 필요할 것”이라며 “아울러 건축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은 주택관리사가 매우 적어 전문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의 자산관리와 공동체의 생활관리능력(총괄업무, 기획 및 경영, 상담업무로 전환) 등으로 전문화하고 업무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인력 배치 시 추가인력으로 인한 관리비 상승과 한국적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뉴욕·일본, 이자 일부 및 보조금 지원
주택 유지관리 위해 세금감면·공제

 
론, 보조금, 세금우대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공동주택 유지관리 촉진 방안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 박사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공동주택 유지관리와 관련해 주택을 개량하고자 할 때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금 보증을 위한 개량자금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매우 미미하다”면서 “주택법 제43조에 지자체 조례에 따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공동주택 개보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국내에서 민간 공동주택의 유지관리에 대한 금융지원체계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론 프로그램과 관련해 뉴욕은 시에서 이자의 일부를 부담해 저금리로 운영하고 있으며 도쿄 또한 주택 유지관리에 필요한 금액의 일부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도 뉴욕은 프라이머리 예방(Primary Prevention) 프로그램을 통해 아파트당 8,000만~9,000만달러를 상환 없이 제공하고 있고 도쿄는 지자체마다 내용은 상이하지만 수선조사 등의 비용지원, 직접자금지원(일부공사비 지급), 보증료 지원 등 간접보조와 직접보조를 병행한다.
세금도 뉴욕은 원활한 주택의 개수를 위해 다양한 세금우대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로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감면 또는 면제하고 있다. 도쿄는 주택론감세제도, 내진개수촉진세제, 고령자 등 주택개수촉진세제로 나눠 주택개수에 사용한 금액에 대해 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세금감면, 공제를 하고 있다.
 
 
 
한국, 유지관리 금융지원체계 전무
론·보조금·세금우대 프로그램 개발해야

 
박 박사는 “한국은 약 80%의 공동주택이 20년 이내 주택으로 설비, 배관, 마감재(외벽, 타일 등)의 수선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민간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알선과 이자를 보조하고 주택의 안전 또는 주거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시에서 직접자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국내 상당수 공동주택에서 수선주기가 다가오고 있어 리모델링 또는 주요 구조부, 설비수선 여부의 판단 등을 컨설팅할 수 있는 보조비에 대한 보조금 검토와 주택개수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 검토하는 조사비, 진단비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데 필요한 채무보증료를 간접보조하는 것과 자금한도를 정해 공사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직접보조 등도 방안으로 내놨다.
세금우대와 관련해서는 고령자 주택개수,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주택의 개수 또는 유지관리가 필요한 주택, 주택이 부족한 지역에서 상업건물로부터 주택으로 용도변경 등에 대해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금융지원 근거조항 없어 지원 한계
공급과 분리한 유지관리법 제정 필요

 
그는 “지금까지 금융지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조항이 없어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며 “행정기관이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주택법 제43조에 ‘공동주택의 관리업무 및 개보수 등 유지관리 행위 수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지원 및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근거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주택법상 공급과 유지관리에 관한 부분이 함께 규정돼 있는 것과 관련해 “체계적인 유지관리를 통한 주택의 질을 향상해야 할 시점”이라며 “공급과 유지관리를 분리해 독립된 유지관리법(가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이에 앞서 국민의 집에 대한 인식과 정부 정책도 공급이 아닌 유지활용 위주로 변할 수 있도록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박사는 “국내에서 유지관리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유지관리를 위한 방향성 제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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