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자치행정감사국 제1과 조 성 익 감사관


 
 
최근 감사원은 서울시 관내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실시한 ‘아파트 관리비 부과 및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동주택 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며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련기사 제724호 2011년 2월 2일자 게재>
감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감사원에는 전국의 아파트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단지에 대해서도 감사를 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생활밀착형 감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번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감사원 자치행정감사국 제1과 조성익 감사관은 “모든 아파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주택 관리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관리비를 둘러싼 입주민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동안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관리에 소홀해왔으나 국민의 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공적 자산임이 분명한 만큼 주택공급에 앞서 주택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감사원은 지난 1985년 12월 공동주택 공급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공동주택 관리비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감사원에서 민간부문인 아파트에 대해 직접적으로 감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감사원은 당초 비리를 밝혀내기 위한 감사보다는 지자체와 국토해양부의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관심 제고 및 지도·감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 감사관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공동주택 관리를 방치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아파트에 분쟁이 발생해 민원을 제기하면 단지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응대가 문제를 더 키웠다”고 꼬집는다. 물론 정부에서 민간부문에 지나치게 관여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행정서비스라는 것이다.
 
 
 
불리한 전기료 계약방식 선택
한전의 홍보 부족도 한 원인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지적한 전기료 계약방식과 관련해서는 자칫 오해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조 감사관은 기존에 종합계약을 체결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이 단일계약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입주자대표회의에 단일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안건을 올려 단일계약으로 전환했고, 그 결과 연간 전기료 부담이 줄어 관리사무소장이 그 중 30%를 성과급으로 받은 사례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전문가인 주택관리사에게 아파트 관리를 맡기는 것은 그만큼 효율적인 관리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보다 유리한 계약방식이 있음에도 검토 자체를 안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전력공사의 적극적인 홍보 부족도 문제라고 꼽는다. 현재 한전 홈페이지에서는 아파트 단지별로 종합계약과 단일계약 중 어떤 방식이 유리한 지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아파트에서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단일계약이 종합계약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전환할 경우 전기료를 처음부터 적게 부과하거나 차액이 발생할 경우 가구별로 반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 및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단일계약으로 변경했음에도 종합계약 산정방식대로 전기료를 걷고 차액이 발생하면 일일이 계산해 가구별로 돌려주는 단지가 있는 반면 어떤 아파트는 차액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거나 동대표 운영비 등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조 감사관은 “입대의 의결을 거쳤더라도 장충금은 소유자 부담이므로 세입자가 납부한 사용료가 포함된 전기료 차액을 장충금으로 적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전에서 단일계약 시 전기요금을 가구별로 적정하게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전은 추후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법대로 지켜지지 않는 의결과 집행
명확히 구분해 효율적 관리 꾀하길

 
이번 감사에서는 입대의가 관리사무소장을 부당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 감사관은 “주택법에서 의결은 입대의에서 하되 집행은 관리사무소장이 하도록 한 것은 전문가에게 효율적인 관리를 맡기기 위함”이라며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업무의 자주성이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법에서 입대의가 업무에 지나치게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택관리사가 아닌 사람은 집행업무를 못하도록 벌칙규정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결과 집행의 구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주택관리사가 관리하는 부분은 공용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동대표들의 소유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조 감사관은 판단한다.
감사를 진행하면서 입대의에서 집행업무에 관여하기 보다는 관리주체에 모든 것을 맡겨 소신 있게 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관리주체를 제대로 감독함으로써 효율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도 접할 수 있었다는 조 감사관은 현 체계에서 이러한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아파트에서는 2년 동안 8명의 관리사무소장이 교체된 사례도 있다며 신분불안으로 인해 관리사무소장이 제 역할을 못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안타까워하면서 이를 개선하려면 서로의 노력과 함께 지자체의 지속적이고도 철저한 지도·감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사결과 시정여부 피드백 통해 확인
 
감사원은 감사결과에 대해 지자체 및 국토부에 개선사항을 통보한 상태다.
개선요구를 한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원법에 의거해 대상기관에서 계획안을 만들어 2개월 안에 회부하도록 돼 있으며 이행여부에 대해 계속 피드백을 하게 된다.
이번 감사결과가 모든 아파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는 조 감사관. 제한된 시간과 인력으로 전수조사를 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통계적 유의미성을 위해 서울시내 공동주택 중 주택법상 의무관리대상 1,997개 단지가 제출한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했고 현장점검은 77개 아파트를 표본으로 이뤄졌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제외하고는 서울이나 전국에 있는 아파트가 대동소이할 것으로 봤다. 조 감사관은 “비리와 분쟁을 떠나 전반적으로 공동주택 관리가 법에서 정한 것처럼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모든 아파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한다.
 

 
관리사무소장 처우문제 등
심도 있는 검토 미비해 아쉬워

 
감사원의 감사 착수는 국토부의 주택법령 대폭 개정, 서울시의 경우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 전면 개정 등 관리 패러다임 전환 선언, 서울지방경찰청의 아파트 관리비리 신고센터 운영 등 그동안 주택관리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감사범위가 넓어 주어진 시간과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조 감사관은 모든 관리비 항목에 대해 감사를 벌이지 못한 점, 위탁관리제도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하지 못한 점, 관리사무소장의 처우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못한 점 등을 아쉬워한다. 특히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신분보장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 임명토록 하는 방안 등도 고려했으나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덧붙인다.
 
 
 
아파트 관리 등 준공공부문
감사관리공단 설립 검토 중

 
감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감사원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감사를 해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감사원에서 아파트를 직접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감사는 지자체를 통해 진행됐다. 이에 감사를 진행하면서 아파트 관리를 비롯해 재개발, 재건축 등 민간부문이지만 공익성이 요구되고 다수가 관련돼 있음에도 사실상 방치돼온 일명 준공공부문에 대한 감사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감사원은 한국감사협회에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현재 1차 결과가 나온 상태로 상반기에는 추가적인 용역과정 등을 거쳐 감사관리공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끝으로 조 감사관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전통의 공동체 문화가 희석돼 이웃과 단절됐고, 다른 나라에 비해 재건축 속도가 빠르다보니 일시적으로 주택공급물량이 줄어 전세난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주택공급에만 치중했던 인식을 관리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미 공급한 주택물량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더 고민하고, 나아가 단순히 아파트 연한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의 공동체 의식의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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