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소방서 소방행정과 박 길 영 소방장 / 김 형 배 소방교


 
 
소방방재청은 지난해를 화재피해저감 원년의 해로 정하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 10% 저감을 위한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전국의 소방역량을 집중해 화재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화재피해저감 종합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 결과 지난 18일 소방방재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 대비 화재건수 13.3% , 인명피해 25.5%, 재산피해 9.4%를 각 저감시키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소방방재청의 맞춤형 소방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화재가 연평균 12%의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해를 기점으로 9.5%의 감소를 이뤄냈다는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 소방관은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염두에 두고 불철주야 뛰었다.
시민은 살아남기 위해 불길 속에서 뛰쳐나왔지만 소방관은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불길속으로 뛰어들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화재현장에서 화마에 대항해왔던 서울 종로소방서 소방행정과 안전교육담당 박길영 소방장(사진 우측)과 홍보담당 김형배 소방교(사진 좌측)를 만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방차 진입 및
장애요인 개선 시급

 
“화재는 형태가 다양하며 환경적인 여건에 따라서도 그 양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현장의 특징을 신속하게 파악해 전술을 짠 후 진압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박길영 소방장과 “아무리 베테랑 소방관이라도 화재현장에 도착해 검은 연기와 불길을 목격하게 되면 위축되고 긴장하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김형배 소방교.
이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했을 경우 겪는 고충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이어 김 소방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소방차의 진입이 곤란하다거나 진입을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아파트 내 화단이나 조경시설, 주차된 차량 등으로 고가사다리차를 전개하거나 공기안전매트를 설치하기 어려운 공간적 제약으로 이들 장비가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이에 박 소방장은 “아파트 단지에서 소방관이 원활하게 화재진압에 나서기 위해서는 소방차와 고가사다리차 등의 진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어야 하고 고가사다리차 전개와 공기안전매트의 설치가 용이할 수 있을만한 공간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하되 입주민이 이곳에 불법 주정차하는 행위를 확실히 근절시켜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처럼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 등이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는데 따르는 장애와 화재진압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공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속한 대처에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토로하며 이 같은 문제점들은 안타까운 인명사고로 이어지거나 막대한 재산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안전 불감증에 대해 거론한다.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안전 불감증

 
아파트에서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안전 불감증의 한 가지 예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정차를 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김 소방교는 이보다 더 심각하게 만연한 안전 불감증의 예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화재를 알리는 경보를 오작동이라고 여긴 채 대피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행위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화재경보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만큼 심각한 안전 불감증은 없다. 화재경보음이 오작동으로 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던 과거의 몇몇 대형 참사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 예임을 주지해야 한다.
김 소방교는 “화재경보기 오작동의 원인이 내부적인 결함일 경우도 있지만 화재경보기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작동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철저한 관리와 점검을 지속적으로 행함으로써 작동상태 유무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전한다.
아울러 “항상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화재경보기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잦은 오작동으로 입주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도 없어질 것”이라며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전원을 차단하는 것은 아파트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고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으나 전원이 차단된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운 실례도 많다”고 당부한다.
 
 

화재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맞닥뜨렸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박 소방장은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가스레인지 위에 설치된 자동확산소화기가 화재의 확산을 막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화재에 대한 초기대응에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화기라고 밝힌다.
그리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숙지해야 할 행동요령에 대해 “가족과 이웃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한 후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에 자체진화를 시도해야겠다는 판단이 설 경우 가장 먼저 비상구 등 대피로가 어디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진화를 시도해야 진화에 실패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피할 수 있다”며 “만약 불길이 천장을 타고 올라갈 경우 입주민이 자체적으로 진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고 일단 천장에 불이 붙으면 번지는 속도가 무척 빠르고 유독성 가스가 많이 발생하기에 미리 염두에 둔 대피로를 통해 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 소방장은 더불어 “일반적인 사람들은 불길이 뜨겁게 다가와야만 위험을 느끼지만 현장에서 수많은 진화활동을 펼친 소방관들은 유독가스가 더욱 치명적이란 사실을 안다”며 “유독가스를 한모금만 마셔도 정신을 잃을 수 있기에 수건이나 옷에 물을 적셔 코와 입을 막은 후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승강기가 아닌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대부분의 입주민은 밖으로 대피할 시간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내부에 검은 연기가 꽉 차 있는 광경을 보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발코니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발코니는 두 번째로 선택해야 할 대피 장소며 최근 행해지는 무분별한 발코니 확장으로 입주민이 안전하게 대피하거나 탈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절치 않게 변모했다”고 귀띔한다.
 
 
 
화재예방 위한
안전교육 실시해야

 
이밖에도 박 소방장과 김 소방교는 “입주민이 화재에 대처하기 위해 세대 간 경량칸막이를 통한 대피를 위해 물건을 적재하지 않는다거나 복도나 계단 등 피난로에 장애물을 방치하지 않는 등의 사항을 숙지해야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바로 화재예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소방교는 “아파트에 발생한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 등이 현장에 진입하기까지 겪는 장애와 실제 현장에서 겪는 위험천만한 상황 등 여러 애로사항을 종합할 때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자 스스로 생활 속에서 화재예방을 위한 올바른 습관을 기르는 등 작은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도 감안해 소화기나 옥내소화전의 올바른 사용법, 최대한 안전하게 소방관의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요령 등을 습득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덧붙여 박 소방장은 “전국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에서 화재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함에 있어서 애로점이 발생하거나 심층적인 교육을 원한다면 인근 소방관서에 협조를 요청하라”며 “소방관을 통해 아파트 화재와 관련한 안전관리 및 초기화재대응 등 제반사항을 내실 있게 교육받을 수 있다”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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