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주거문화연구소 지 은 영 소장



1987년 주택관리사 제도 도입 후 1990년 3월 제1회 시험을 시작으로 주택관리사보 시험 제도가 실시됐다. 올해 9월에 치러진 제13회 시험까지 배출된 주택관리사보 합격자는 추가합격자까지 포함해 3만9,600여명에 이르며 이 중 현장에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된 주택관리사(보)는 1만2,782명(국토해양부 2009년 12월 31일 현재 통계) 정도에 불과하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을 취득하면 바로 관리사무소장으로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택관리사보 자격 취득 희망생들의 바람과는 달리 현장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이나 한 듯 최근 한국주거문화연구소 지은영 소장과 경희대 주거환경학과 학사과정 학생들이 발표한 ‘공동주택관리사 업무와 직업인식에 관한 비교연구’에는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주거학 전공 대학생과 현 주택관리사 모두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 주택관리사는 업무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빈약함을 이유로 직업으로서 추천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지 소장을 만나 현재 주택관리사 제도의 문제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한국주거학회 논문집에 발표한 ‘공동주택관리사 업무와 직업의식에 관한 비교연구’를 진행한 배경과 연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미흡한 실정으로 효율적인 공동주택 관리를 위해서는 주택관리사 제도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지속적이며 정확한 평가가 선행되기 위해서는 주거환경학과 대학생들의 주택관리사에 대한 인식과 현재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택관리사가 관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려운 점, 개선할 점 등에 대한 의견을 알아볼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경희대, 건국대, 가톨릭대 등 주거학 전공 대학생의 설문조사와 현재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택관리사 5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주거학 전공 대학생 및 현 관리사무소장 모두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낮게 평가했다.
특히 평가도는 주거학 전공 대학생 중 주택관리사보 자격을 취득한 대학생이 더 낮았다. 주택관리사는 전문직이고 자격증을 따면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실제로 현실은 그렇지 않고 자격이 있어도 연봉이 높은 곳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좀 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취업을 할 수 없으니 선호도가 낮다. 이는 주택관리사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와도 같을 것이다.
현재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택관리사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관리사무소장은 주거학 전공이 현재 업무와 전공 일치도가 높지만 해당 학생들에게 직업으로서는 추천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업무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에 비해 그 사회적 지위가 빈약함을 들었다. 또 현재의 주택관리사 제도가 주택관리사를 배출하는 데 있어 수급 불균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론적인 교육으로만 경력을 쌓아온 주택관리사보가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업무대처능력도 낮게 평가될 뿐 아니라 입주민의 불만사항에 대처할 방법 및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현 주택관리사 제도의 문제점은?

주택관리사 제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서도 현행 승인제도에 의해 주어지는 주택관리사 자격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중앙대 산학협력단 연구진으로 참여해 연구한 ‘21세기 전문화 지향 공동주택 관리 장단기 정책 개선 방안(2009. 3.)’에서도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주택관리사 도입 초기 현장에서 일정 경력을 쌓고 나서 시험 과정을 거쳐야 주택관리사가 될 수 있었는데 당시 공급되는 공동주택에 비해 관리배치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현재와 같은 승인제도가 됐다.
주택관리사보 자격 취득 후 주택법령에서 정한 하나의 경력만 있으면 주택관리사 자격을 발급받을 수 있는 현행 승인제도는 주택관리사 자격을 전문자격으로 차별화하는데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현 주택관리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 바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을 취득한 후 3년의 현장경험을 하고 주택관리사가 되는 것은 현장 경험과 실무가 함께 갖춰져 인정할 수 있지만 문제는 5년 동안 관련 공무원 또는 관련단체 임직원 등으로 근무하다가 주택관리사보를 따면 현장 경험 없이 주택관리사가 돼 실제로 관리현장에 부딪혔을 때 현장 경험 부족과 주민에 대한 서비스도 떨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시험에서 치르는 이론적 부분을 실제로 현장에서 연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은 현장에서 근무한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관리사무소에서의 현장경험이 없는 자에게 주택관리사 자격을 주는 조건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지금처럼 승인만 해서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수준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주택관리사 자격시험 및 자격심사제도 도입 방안을 제안한다. 현 시점에서 주택관리사 자격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주택관리사 자격을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현장 경력을 갖춘 주택관리사보를 검증하는 것인 만큼 시험내용은 현장에서의 각종 사례 중심과 현장경험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방식으로 논문형이 적합하다고 본다.
또한 시험을 거친 검증방식이 아니라면 주택관리사 자격심사제도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경력심사와 면접을 통한 실무경력심사제도를 병행해 시행하는 것으로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위원회를 구성해 면접을 통해 사례별 실무대처 능력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평가한다. 실무경험 심사를 거쳐야만 주택관리사 제도를 전문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 인력 배출 및 인력 관리 방안으로 주택관리사보 인턴십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현장에 배치되기 전에 인턴십 제도를 통해 최소 6개월 정도의 일정 기간 현장 경험을 얻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학의 전공학과 설치를 통한 전문 인력 양성 방안으로 전공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한다면 학위를 가진 학생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관리사무소장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하는데 사실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전문적인 자격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꼭 관리사무소장이 아니라 주택관련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주거문화연구소에서 진행한 사업과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입주자대표회의 교육이다. 올해는 지난 10월 노원구에서 입대의 구성원, 자생단체, 입주민 등 약 5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내년에는 다른 구청에서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서울시의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매뉴얼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하면서 공동체 활동 사업 추진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내년 1월경 각 구청에 35명 정도의 커뮤니티 지원 전문가(가칭)를 파견할 예정이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서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이를 시행하는 데 활용할 기초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또 구청별 공동체 지원인력을 단지에 파견 시 현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 구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커뮤니티 지원 전문가용, 아파트 자생단체용 매뉴얼 개발과 함께 사례집을 발간할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 봄 임대아파트의 주거복지를 접목한 관리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아파트신문사 및 독자에게 한 말씀.

우선 현장감 있는 다양한 정보와 이슈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한국아파트신문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한 한국아파트신문과 독자를 비롯해 공동주택 관련 종사자에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관심을 당부하고 싶다. 서울시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공동체 활동은 부녀회, 노인회, 동아리 활동에 그치고 있으며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일부 아파트에서도 내용 및 참여도가 저조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공동체 활동은 무엇이고 한국적 현실에서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탐색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 관리문화 개선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아파트신문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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