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김 소 봉 이사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주택(이하 아파트)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들끓는 여론에 따라 공동주택에 관련된 법률이 강화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법률개정도 좋고 비리척결에 대한 공권력의 발검(拔劍)도 좋지만 하나 빠뜨린 게 있다. 주택관리사(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권리와 의무)와 그들에 대한 인격권의 보장이나 보호 장치가 빠져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개정된 ‘공동주택 관리 관련 개정안’은 틀니 빠진 상노인의 비뚤어진 입모습처럼 보인다.
특히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입주민들에 의해 직접 관리되는 주민자치 아파트의 실질적 관리주체는 주택관리사(보)가 아니라 주민자치위원(운영위원)장이나 위원들에 의해 좌우지되고 있는 게 공동주택의 현주소로 알고 있다.
필자가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있는 아파트 역시 13년 전 자치위원으로 참여해보니 장기수선충당금이 허수아비인 자치위원장과 아파트 ‘권력의 핵심(?)’인 총무 개인연금으로 불입되고 있었고 부녀회장은 당시 보험사 외판원으로 스리슬쩍, 장충금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보험에 가입시키도록 변칙 처리에 일조를 한 공동정범이었다.
이자가 많다고 시장이 시 공금을 자신들의 개인연금으로 불입한다면 과연 무슨 죄에 해당될까?
시골은 뒤로 재끼면 이웃사촌으로 남이 없고 장충금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어서 법적으로 문제를 삼지 않아 아파트 공금으로 다시 전환시켰지만 이런 유형의 행위는 자치위원장과 총무가 그 당시 시의원과 현직 군무원인 공인이었으므로 특별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되는 중범죄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처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식으로 “이자를 많이 불려 입주민들의 복지를 높이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오히려 일부 입주민을 선동해 필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 궁지에 몰아넣는 것도 모자라, 총무는 자신의 딸을 관리사무소 경리로 채용하고 자신과 잘 통하는 아파트 입주민을 특별직원으로 특채해 관리사무소장과 경비원 위에 옥상 옥으로 군림하게 한 뒤 경비견(警備犬)처럼 설쳤다. 이는 근래 외교통상부 내에서 벌어진 장관 딸의 기용에 따른 현대판음서(蔭敍)사태처럼 볼썽사납기 짝이 없었다.
그 이후 그들과 필자와의 전쟁은 사필귀정의 여론재판으로 싱겁게 끝났고 권력의 핵심들은 하늘보기가 부끄러웠는지 모두 이사하거나 물러났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도 자치위원이나 부녀회 간부, 입주민 가운데 간혹 관리사무소장을 홀대하거나 부하처럼 취급하는 저급한 인격권과 권리침해 사례를 목격하는데 그런 일들이 직간접으로 주택관리사(보)를 가장 힘들게 하는 천적이자 스트레스로 인한 신종직업병을 불러오게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관리사무소장과 경비원, 미화원, 기술직 직원들의 채용이 자치위원장이나 자치위원, 부녀회장과 간부들의 입김에 좌우지되는 중·소형 아파트가 오히려 대단위 아파트보다 비리와 월권이 심하다는 얘기는 인구에 회자된 지 오래다.
주택관리사(보)는 관리주체의 장으로 간섭받지 않고 공동주택을 관리할 권한이 주어졌음에도 고용주인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천적(天敵) 앞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상황이다.
보완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주택법령 개정안 내에 주택관리사(보)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공동주택과 입주민을 위해 권리행사를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인격권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를 포함하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