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타인 소유라는 점 인식했기에 절도고의 有”


위탁관리계약이 취소된 위탁관리업체의 인감도장을 급여대장에 날인하기 위해 가져갔다가 후임 관리사무소장에게 인도하고 새로운 관리사무소장을 맞이한다는 이유로 전 관리사무소장의 명패 등을 치운 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단독(판사 임정택)은 지난 12일 부산시 북구 소재 모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절도를 저지른 혐의로 공소가 제기된 L씨에 대해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일 오전 11시경 L씨는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관리사무소장 J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드라이버를 이용해 책상서랍을 뜯고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 D사 소유의 인감도장을 절취한 혐의다.
게다가 지난해 9월 7일 오전 10시경에는 같은 장소에서 시가 30만원 상당인 관리사무소장 J씨의 명패 1개와 시가 6만원 상당의 녹음기 한 대를 훔친 혐의도 포착됐다.
이를 두고 L씨의 변호인은 “이 아파트와 위탁관리업체 D사의 관리계약이 취소되고 관리사무소장 J씨가 해임됐다”면서 “인감도장을 급여대장에 날인하기 위해 갖고 간 후 후임 관리사무소장으로 임명된 자에게 인도했기에 절도의 고의가 없고 인감도장을 취득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명패는 새로운 관리사무소장을 맞이하기 위해 치워둔 것이고 녹음기는 관리사무소의 비품이라고 생각했을 뿐 관리사무소장 J씨의 개인 물건인 것을 알지 못했으므로 불법영득의 의사나 절도의 고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타인의 재물을 점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사용 후 그 재물을 본래 있었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버리거나 곧 반환하지 않고 장시간 점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때에는 그 소유권 또는 본권을 침해할 의사가 있다고 봐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해 9월 4일 L씨는 위탁관리업체 D사 소유인 인감도장을 D사 혹은 관리사무소장 J씨의 의사에 반해 갖고 간 후 L씨에 대해 고소장이 접수되고 조사가 진행된 이후인 지난해 10월 27일경 경찰서에 임의로 제출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L씨는 인감도장에 대한 불법영득의사 및 고의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명패와 녹음기 역시 지난해 10월 27일경 경찰서에 임의로 제출한 사정에 의하면 이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으며, L씨 변호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명패와 녹음기를 L씨 자신의 소유가 아닌 관리사무소 또는 위탁관리업체 D사 등 타인의 소유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절도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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