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가게 김 홍 구 기획사업팀장



 
 ‘나의 애물단지를 누군가의 애물단지로 바꿔나가겠다’는 순환의 약속과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해 얇아진 지갑의 두께만큼 내 마음의 키를 키워가겠다’는 나눔의 약속을 통해 아름다운 장돌뱅이가 될 것을 서약하면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만 낡았거나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아름다운가게’가 개설한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에서 판매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재사용과 재순환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수익금과 기부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시민들에게 재사용, 나눔, 기증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의식 전환을 위한 공익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아름다운가게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입주민들이 참여해 자신의 집 앞에서 장터를 직접 개설하고 물품을 판매한 후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를 운영해 참여 아파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나눔의 축제인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불철주야 뛰고 있는 아름다운가게 김홍구 기획사업팀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파트는 나눔 문화 정착의 발판
 
 “자원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재사용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김 팀장이 자원에 대한 소중함을 재사용과 재순환을 통해 깨달아가야 한다며 건네는 말이다. 이어 김 팀장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뿌리 깊게 정착돼 있는 벼룩시장을 거론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벼룩시장문화는 그들의 근검절약정신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물품을 사용하던 중 필요성이 없어졌거나 낡았다는 이유로 내다 버리기보다는 약간의 손을 본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생활 자세는 그들을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일 수도 있다.
 “녹색성장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자원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자신이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누군가가 다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라는 김 팀장은 시민들 사이에서 재사용문화가 파급돼 확대되면서 머지않아 뿌리내릴 것이라는 장담을 해본다.
 아름다운가게에서 개설한 대부분의 장터는 특정 대형장소를 대여해 진행됐기에 거리의 제약을 받는 사람들의 참여가 어려웠지만 굳이 특정장소까지 발걸음을 옮기기보다는 내가 사용하던 물건을 이웃에게 판매하고 그로인한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문화를 내가 사는 집 앞에서부터 만들어간다면 재사용문화의 정착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 녹색장터를 개설해본 결과 일회성으로 끝나진 않을 것을 직감했다”며 “장터를 체험한 입주민들은 기존에 경험했던 바자회와 다른 긍정적인 측면을 높게 평가해 자체적으로 시행하려는 의욕을 보인다”고 말하는 김 팀장에게서 아파트에서 재사용문화 정착의 발판을 마련하고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움직임은 그들 단체가 추구하는 ‘조용한 생활의 혁명’을 갖고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재사용과 재순환에 대한 인식 전환
 
 아름다운가게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는 기존의 바자회나 벼룩시장과는 취지 면에서 다른 양상을 띤다.
 특히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직접 판매해 거둔 수익의 일부를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재사용장터로서의 의미와 아이들이 쉽게 친환경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의 성격 또한 담고 있기에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소재 화곡푸르지오아파트, 인천시 부평구 소재 삼산타운1단지와 6단지, 경기도 군포시 소재 무지개마을 대림아파트는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의 첫 모델들로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성료하고 ‘명품 나눔 아파트’라는 글자가 새겨진 현판을 수여받았다.
 행사가 개최된 아파트 입주민들의 호응도를 묻는 질문에 김 팀장은 “자체적으로 정기적인 벼룩시장을 개설해 자원을 순환시키려는 의지가 있는가를 고심한 지속성에 역점을 둔 행사였다”며 “4회째까지 진행을 마친 각 아파트에서 정기적인 장터 개설에 대한 구체적인 확정은 없는 상태지만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부녀회보다 입주민들 사이에서 장터의 자체적 개설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재사용과 재순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
 
 “아이들의 재사용문화에 대한 의식변화로 어른들의 의식 또한 전환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하는 김 팀장은 일반적인 장터로 보일지도 모르는 행사를 체험하며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들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장터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례로 인천 삼산타운1단지에서 행사를 마친 후 부녀회와 가진 평가회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전한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싫증난 장난감을 팔아 돈을 벌고 일부를 기부해보고는 돈의 소중함을 깨달아 아무렇게나 쓰던 용돈을 일주일 동안 갖고 있기도 했고 예전이라면 쓸모없다고 판단된 장난감 등을 버리기 일쑤였지만 장터를 개최하고 난 후부터는 다음 장터에서 팔거나 기증할 것을 염두에 둔다”고 설명한다.
 장터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으로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물건의 소중함을 안 아이들의 부모들은 책 몇 권을 읽게 하고 아무리 학원에 보내도 깨우칠 수 없는 것을 한 번의 행사를 통해 습득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의식전환은 부모들에게까지 상쇄된다. 김 팀장은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옷장 정리를 할 때 필요 없는 의류를 그냥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누군가가 재사용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장터를 계기로 물건이 재순환하는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역할도 수행했다”고 말한다.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의 취지 인식해야
 
 행사를 기획하며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애로점에 대한 질문에 김 팀장은 “입대의, 관리사무소, 부녀회 등의 손발이 맞지 않아 행사를 개최할 수 없는 아파트가 많다”며 “실제로 내부마찰로 장터 개설을 진행 중이던 아파트가 돌연 취소를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한다.
 이와 함께 “장터 개설 취지를 살려 투명한 운영을 하고자 장터를 개설한 단지에 어떤 금전적인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입대의 등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면도 있다”며 “기존의 영리를 추구하는 장터를 생각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입대의, 관리사무소, 부녀회의 이해관계가 얽혀 그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행사개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탄식한다.
 이에 더해 기존 영리를 추구하던 업자들이 개입해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의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는 김 팀장은 “업자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이기에 적잖은 불협화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의 궁극적인 목적을 인식한 입대의, 관리사무소, 부녀회 등이 어떻게 대처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한다.
 이 같은 단점들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극복되기 마련이라며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서울시 화곡동 소재 푸르지오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 간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케이스”라며 “입주민 간 소통이 단지에 국한된 것이 아닌 그들이 사는 지역의 주민들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하는 현상을 가져온 것은 아파트 위아자 녹색장터가 대형 아파트 등이 조성하는 위화감이라는 담을 허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누구나가 들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장터 아니겠는가.

 
  ‘위아자’란   저소득층 자녀에게 공정한 복지·보건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위스타트 운동의 ‘위’,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가게의 ‘아’, 자원봉사의 ‘자’가 모여 함께 만드는 나눔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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