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결정 불법, 적법한 지시행위 아니다
의정부지법, 관리사무소장 벌금형 선고


 
 어린이집의 임차기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운영자가 건물을 명도하지 않자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에 따라 관리직원에게 어린이집의 게시물을 떼게 한 관리사무소장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입대의 결정 자체가 불법으로 적법한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홍이표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H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던 B씨에 대해 재물손괴죄를 적용해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3월경 아파트 관리사무소 1층을 임차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L씨가 임차기간이 지났음에도 원상회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게시물을 뜯어 그 효용을 해했다.
 이에 대해 1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2월 “비록 L씨가 임대차기간이 종료돼 임대인인 아파트 입대의 측에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할지라도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당사자 간 권리의무관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개인이 임의로 상대방의 물건을 탈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단순히 입대의의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집행자에 불과할 뿐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관리사무소장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B씨는 항소이유를 통해 “입대의 결의에 따라 관리직원들에게 어린이집 게시물을 떼어내어 보관하라고 명한 사실이 있을 뿐이지 게시물을 손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칙적으로 자력구제가 금지되는 우리 법제 하에서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이후 그 임대차 목적물을 회복하기 위해 임의로 임대차 목적물에 부착된 임차시설물 등을 손괴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이미 아파트 입대의가 피해자를 상대로 임차 목적물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손괴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록 어린이집 시설물 손괴행위가 아파트 입대의의 결정에 따른 집행행위라고 하더라도 입대의의 결정은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결정에 해당돼 적법한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직접적인 철거행위는 관리사무소장 B씨가 아닌 관리직원들이 행했다고 하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행위인 이상 그 행위의 결과는 B씨에게 귀속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로써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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