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 무 영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토지이용 고밀화 및 불투수층 증가로 인해 빗물이 제대로 침투되지 못하고 흘러 잦은 홍수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상이변을 동반한 국부적 홍수로 인해 침수피해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강수의 계절별 양극화가 심하고 연간 강수량 사용률이 26%에 불과해 친환경 빗물관리를 통한 홍수예방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를 초청해 ‘우리아파트 빗물 모으고 머금기’란 주제로 다목적 빗물관리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이자 빗물연구센터를 이끌며 빗물박사로 불리는 한 교수를 만나 빗물을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다양한 빗물이야기를 들어봤다.
 
 
 
 빗물활용에 대한 관심 높아져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시민들의 빗물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제도권의 참여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에서도 빗물관리에 관심을 갖고 조례를 신설하거나 법률을 정비하고 있으며 행정복합도시를 비롯한 신도시나 도시재개발 계획에서는 물론이고 기존의 도시 등에서도 빗물이용 시설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또한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저탄소 물공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근 빗물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는 사람·자연·도시를 위한 모든(all) 빗물을 다양한(all) 시설을 이용해 모든(all) 분야에 모두가(all) 참여하는 ‘for all four all’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 내리는 빗물을 지하 또는 지상에 있는 빗물저장시설에 모아뒀다가 정원 및 공중화장실, 분수대, 소방용수 등 공공용수로 활용하는 지-레인하우징(G-rain housing)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무영 교수는 “경기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레인하우징 사업의 경우 빗물이용시설의 도입 및 운영에 대한 효율성 향상과 함께 빗물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빗물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빗물 활용의 아주 좋은 예”라고 전한다.
 이어 “이처럼 아파트 단지의 빗물 재활용이 우리나라의 물 부족을 해소하고, 입주민들의 아파트 관리비를 절감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앞으로는 빗물 이용이 당연시 돼 빗물이용시설이 있는 도시나 아파트는 입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말한다. 
 
 

 빗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전환 필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빗물 이용 시 수질에 대한 일부 우려와 경제성 문제 등으로 인해 빗물이용시설의 설치는 그 필요성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빗물이용시설로 인해 건설단가가 올라가거나, 입주민이 유지관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인 스타시티를 예로 든다.
 2007년 3월에 완공된 이 단지는 빗물이용시설의 모범적인 사례로 국외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 아파트 지하에는 옥상 빗물, 바닥면 빗물, 비상용수를 저장할 수 있도록 빗물저장조가 설치돼 있으며 저장된 빗물은 단지 한가운데 있는 중앙공원의 조경용수, 분수 및 실개천과 공용화장실 용수로 활용해 쓰고 있다. 
 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지하에 1,000㎥ 용량의 저장탱크 3개로 이뤄진 3,000㎥ 규모의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해 1년간 재활용하는 빗물은 4만톤으로 전체 1,310가구에서 1년간 쓴 수돗물 20만톤(1억6,000만원 상당)의 20%나 차지한다. 이 아파트의 경우 건설업체와 시공사는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3%의 인센티브를 적용받았다.
 한 교수는 “이 인센티브는 빗물시설의 설계, 설치 및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물 절약에 의한 편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빗물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산성비와 대기오염물질, 황사, 꽃가루 등이다. 하지만 빗물은 약산성이기 때문에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아주 간단한 처리로 중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한 교수는 “빗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 때문에 아까운 수자원인 빗물이 쓰레기로 변하는 실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빗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간에 빗물은 더럽다거나 산성비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퍼져 있어 버려지고 있지만 사실은 빗물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며 “빗물을 모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매년 재발하고 있는 홍수와 가뭄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빗물 이용 활성화, 아파트가 시작해야
 
 “빗물은 홍수와 침수의 요인으로 국민 안전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한 교수는 강조한다.
 현재 빗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생기는 결과는 생태계를 비롯해 도시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하천의 건천화, 지반침하로 인한 건물 침하 등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으며 비가 오면 그대로 아스팔트 위에서 먼지나 각종 오염물질이 정화 없이 하천으로 함께 흘러들어가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녹지공간의 축소와 도심 건조화가 기온이 더 높아지는 열섬화현상이나 열대야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용수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댐 건설을 꼽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더욱이 댐 건설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더욱 손해라고 할 수 있다.
 한 교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대체 수자원이 아닌 바로 친환경적인 수자원 그 자체”라고 강조하면서 “가뭄도, 홍수도 빗물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빗물관리만 잘 한다면 매년 국가예산의 3~5%에 해당하는 막대한 재해복구비를 줄일 수 있으며 산불 예방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당신의 아파트는 지금 물 부족에 대비해 비상금을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아파트 전체에 단수가 된다든지, 시설의 노후화나 자연재해로 인해 댐이 무너진다든지 하는 비상사태를 위한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빗물을 활용해 유비무환 아파트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국내 총 재고주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선두가 돼 빗물 이용을 활성화한다면 물 부족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교수는 설명한다.  
 
 

 빗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도시환경 물려줘야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로 많은 편이지만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정도에 지나지 않는 물 부족 국가다.
 우리 정부에서 지표로 삼고 있는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약 370ℓ로 독일의 130ℓ에 비하면 2~3배 많이 사용하는 수준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대에 맞춰 빗물관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것은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으는 것이다. 내린 빗물을 한꺼번에 내버리지 않고 땅속이나 웅덩이, 빗물저장탱크에 모으도록 하는 것이다. 내린 빗물을 받아서 쓰면 멀리서 돈을 내고 물을 가져올 필요가 없고,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댐 건설이 아닌 자연이 내려준 소중한 수자원인 빗물을 효율적으로 관리, 이용함으로써 물의 자연 순환을 되찾고 다음 세대에게 빗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도시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면서 “빗물 이용은 도시의 수자원 문제와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빗물이용시설의 설치 및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사회·기후적 환경이 반영돼야 하며 더불어 빗물이용시설의 설계 및 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의 마련, 사후 모니터링에 의한 점검 제도화 그리고 운전실적 목표 달성여부에 따른 추가적인 인센티브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한 교수는 설명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