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케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 정 국 정책실장

 
 
 도보 중 흡연하는 자들로 인해 비흡연자들이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길을 걸으며 흡연을 하는 행위를 제재할 법적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고, 이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가는 언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을뿐더러 소 귀에 경 읽기가 되기 일쑤다.
 아파트의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법적 제도를 바탕으로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주차해놓거나 제대로 된 규격을 갖추지 못한 주차구역, 게다가 아예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경우 등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불편함을 떠안는 장애인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개선 의지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법적 제도 하에 설치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 혹은 관리자의 귀에 경 읽기를 하고 있는 노릇인지도 모른다.
 아파트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모색, 향후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는 광주광역시 소재 열린케어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고정국 정책실장에게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파트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및 개선운동의 취지는?

 자기결정권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장애인 복지의 큰 흐름 속에서 근래 장애인에게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주거권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러한 장애인의 주거권과 직결되는 것이 바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양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통계청이 조사한 지역별 아파트 비중에 관한 집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에서도 광주광역시의 아파트 비중이 70.9%로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파트는 편리성 덕분에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주거양식이기도 합니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08년 광주시 남구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개선운동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인식 변화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와 개선운동을 광주시 전 지역 아파트로 확대해 전개하면 더 큰 인식 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이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성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증장애인들의 역량강화와 함께 풀뿌리 시민편의시설 운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실태조사 및 개선운동은 어떤 기준을 토대로 진행했는가?

 중증장애인 6명과 활동보조인 6명 등 총 12명을 2인 1조로 구성해 3개월간의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을 마치고 4개월의 기간에 광주시 소재 200가구 이상 아파트 535곳을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와 개선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조사항목은 주출입구 접근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출입구 높이차이 제거 등 매개시설 3개 항목, 출입구, 복도, 계단 및 내부경사로 등 내부시설 3개 항목, 행정서비스 및 친절도의 기타 1항목, 주출입구 접근로, 출입구, 계단, 대변기, 소변기, 세면대 등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6개 항목이었습니다. 각 항목의 점수산정은 우수 5점, 적정 4점, 보통 3점, 미흡 2점, 미설치 1점으로 구분해 세부항목별 점수를 합계한 점수를 평가항목 점수의 비율에 따라 평가해 객관화했습니다.
 
 
 
 #실태조사 등에 있어서 세부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은?

 주출입구 접근로와 관련한 조사는 아파트 단지 주출입구에서 각 동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입구까지 설치된 보행로를 중심으로 행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람의 통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길을 토대로 조사했습니다.
 장애인 전용주차표지판은 입식과 부착식의 경우에만 설치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동식은 미설치로 분류했으며,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의 규격은 주차면이 연이어 있을 경우 가운데 선을 중심으로, 독립된 경우에는 바깥부분을 중심으로 각각 측정했습니다.
 주차면 수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파악한 것에 구애받지 않고 수동카운터기로 파악했습니다.
 이는 파악된 수치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실제 집계와 다를 것이란 예상과 비장애인 주차구역의 부족으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줄이는 등의 행위가 빈번함을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전거나 음식물쓰레기, 기타 물건 등을 야적한 경우에는 주차면을 이용할 수 없기에 제외했습니다.
 주출입구 외부경사로의 기울기를 파악할 때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점을 고려해 수평계를 사용하지 않았던 반면 노면이 비교적 고른 내부 복도 부분은 수평계를 사용해 정확도에 중점을 뒀으며,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은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로 많이 이용하는 시설인 복지관, 상가, 관리사무소를 포함한 복지센터 순으로 조사했습니다.
 
 
 
 #실태조사 결과 나타난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매개시설과 내부시설이 각각 58.3%와 79.3%로 나타나 내부시설 설치율이 더 높았습니다.
 특히 매개시설 가운데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22.4%,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규격 적정률 43.9%,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법적설치율 55.2%, 장애인 전용주차표지판 설치율 13.4%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 가장 심각한 불편사항으로 다가오는 것은 주차에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이와 함께 주출입구 계단 손잡이 설치율 22.7%, 주출입구 경사로 손잡이 설치율 46.8%로 휠체어에 의존하는 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경사로를 이용할 수 있는 비율이 63.9%로 나타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미흡한 설치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또 아파트 단지 내 부대시설 가운데 화장실의 양변기 설치율 72.8%, 대변기 손잡이 설치율 31.7%, 대변기의 출입문을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이 38.1%로 조사돼 장애인의 화장실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파트 내부시설에 대한 조사는 샘플 조사에 그쳐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문제점으로 표출된 부분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 및 개선운동으로 인해 표출된 가장 큰 문제점은 장애인과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규격대로 설치하지 않으면 공간 협소로 인해 장애인은 도저히 주차를 할 수 없으며, 주차를 한다고 해도 하차에 큰 불편이 따릅니다.
 또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설치돼 있다고 해도 일부 입주민들의 무분별한 불법주차로 인해 정작 당사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지난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던 아파트뿐만 아니라 그 외의 아파트에도 장애인과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쳐나갈 방침입니다.
 한편 주출입구 입구나 내부시설에 대한 부분 등은 관련법령이 강화돼 가면서 무척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건축 설계사를 포함한 건설업계의 종사자들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생각할 때 장애인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진다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더불어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부터 교통약자와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덧붙여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입주자대표회의, 자생단체 등이 열린 마음으로 장애인을 배려하는 행정을 펼치길 바랍니다.
 
 
 
 #한국아파트신문사에 한 말씀

 광주시 소재 아파트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된 우수아파트 시상식 겸 토론회에 참석한 모건설사의 임원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내용인즉 요즘 새롭게 건립되는 아파트의 진입로에 사괴석을 설치하는 경우를 거론하며 이것이 교통 약자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또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및 올바른 설치를 위해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건설사 간부의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으며, 이 같은 행보에 아파트와 관련된 기관들의 발걸음이 함께 한다면 시너지효과가 배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가령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존재한다고 해도 비장애인이 이를 어기고 주차를 한다면 그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나갈 수 있는 작은 실천 하나를 시작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들인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해 한국아파트신문사에서는 장애인에 관련된 취재 및 보도 등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장애인이 살기 좋은 아파트가 정말 좋은 아파트라는 인식을 심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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